▲ 연장 11회 느닷없는 풀스윙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투수 김기훈 ⓒKIA타이거즈
▲ 연장 11회 느닷없는 풀스윙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투수 김기훈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KIA는 2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연장 11회 4점을 뽑아낸 끝에 4-2로 이기고 천신만고 끝에 6연패를 끊었다. 모든 선수들이 반드시 연패에서 탈출하겠다는 의지를 선보였고, 결국 상대 저항을 넘고 힘겹게 승리할 수 있었다.

KIA 타선은 상대 선발이자 올 시즌 리그 최정상급 외국인 투수인 드류 앤더슨의 공을 치지 못하고 꽁꽁 묶였다. 이어 SSG 막강 필승조를 상대로도 점수는커녕 안타를 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실제 9회까지 안타 개수는 SSG가 훨씬 더 많았다. 위태한 순간도 많았다. 9회 2사 2루에서 안상현의 큼지막한 타구를 중견수 김호령이 그림 같은 수비로 건져내지 못했다면 꼼짝없이 7연패로 갈 뻔했다.

하지만 마운드와 수비가 최선을 다해 버텼고, 결국 연장 11회 4점을 뽑아내면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응원한 팬들에게 보답했다. 이 점수를 내는 과정과 몇몇 상황이 흥미를 모았다.

KIA는 연장 11회 선두 김석환이 볼넷을 얻어 나갔다. 이어 한준수에게 희생번트 사인이 나갔다. 일단 1점을 앞서 있으면 어떻게든 마지막 공격에서 막아보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한준수가 초구 번트에 실패했다. KIA는 이후 작전을 바꿨다.

▲ 한준수가 번트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을 직감한 이범호 감독은 작전을 강공으로 바꿨고 이는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KIA타이거즈
▲ 한준수가 번트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을 직감한 이범호 감독은 작전을 강공으로 바꿨고 이는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KIA타이거즈

아직 스트라이크 카운트가 하나 남아 있었지만 이범호 KIA 감독은 한준수의 번트가 다소 불안하다고 판단했다. 이 감독은 28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해당 상황에 대한 질문에 “번트를 연습 때 엄청 대면서도 시합 때 가면 안 된다. 딱 했는데 번트를 대는 자세가 ‘이건 안 되겠다’고 싶더라”고 떠올렸다. 연패를 끊어야 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작전을 맡은 선수의 긴장도가 평소 연습 때와 같을 수는 없었다.

이 감독은 “(번트를 대) 한 번 더 파울이 나면 (2S에 몰려) 주눅이 들 것 같았다. 그럴 것 같으면 1S에서 주자를 빠른 주자로 바꿔놨으니 삼진을 먹더라도 낫겠다 싶어서 강공으로 바꿨다”면서 “다행히 안타를 쳐줘서 연결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진 무사 1,2루에서 나온 김호령의 번트는 벤치 사인이었고, 역시 안전하게 희생번트를 대라는 사인이었다. 김호령도 처음부터 자신이 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KIA는 김호령까지 살아 무사 만루를 만들었고 박찬호의 밀어내기 볼넷에 이어 위즈덤이 바뀐 투수 박기호를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쳤고, 김선빈까지 좌전 적시타를 치며 순식간에 4-0으로 앞서 나갔다.

이후에도 재밌는 장면이 있었다. 4번 타자 최형우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가운데, 5번 타순에 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KIA의 선발 5번 타자는 나성범이었지만, 10회 중전 안타를 친 뒤 대주자 정현창으로 교체됐다. 결국 지명타자 최형우가 수비에 나가면서 투수가 수비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 됐고, 일단 전상현을 5번 타순에 둔 상황이었다.

▲ 연장 11회 무사 1,2루에서 기막힌 번트 안타를 만들며 대량 득점에 일조한 김호령 ⓒKIA타이거즈
▲ 연장 11회 무사 1,2루에서 기막힌 번트 안타를 만들며 대량 득점에 일조한 김호령 ⓒKIA타이거즈

투수는 어차피 타격을 무리하게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KIA는 전상현을 김기훈으로 교체했다. 어차피 아웃을 당할 것이면 전상현이 그냥 타석에 서 있어도 됐지만 교체를 해야 할 상황이 있었다. 남은 야수가 없는 데다 전상현이 ‘나는 타석에 못 들어갈 것 같다’고 의사 표현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그럼 (투수 중에) 누가 제일 잘 치냐라고 하니 김기훈이 제일 잘 친다고 하더라”고 멋쩍게 웃었다.

말 그대로 아무 사인도 안 줬다. 그런데 김기훈이 1S에서 2구째 패스트볼에 날카롭게 방망이를 돌렸다. 비록 파울이었지만 모두가 놀랐다. 김기훈은 결국 3구째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김기훈은 아마추어 시절 동성고등학교 4번 타자로 이름을 날리는 등 투·타 모두에서 재능을 드러냈던 선수다.

이 감독은 “스윙이 좋던데. 확실히 동성고등학교 4번 타자 출신답다”고 농담을 던지면서 “치지 마라고 해도 안 칠 성향도 아니다. 혹시나 해서 옆구리 같은 것을 잘 풀어놓으라고 했다. 그렇게 풀스윙을 빠르게 할 줄 몰랐다. 그냥 툭 칠 줄 알았는데 타구도 꽤 멀리 갔다. 확실히 욕심이 있는 선수들이 있다”면서 별다른 부상 없이 상황이 마무리된 것에 안도감을 드러냈다. 

▲ 아마추어 시절 4번 타자로도 이름을 날렸던 KIA 투수 김기훈 ⓒKIA타이거즈
▲ 아마추어 시절 4번 타자로도 이름을 날렸던 KIA 투수 김기훈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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