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주의 빌드업] 기사회생 히딩크, 아직 갈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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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V NEWS=송영주 해설위원] 히딩크의 매직이 또 다시 통한 것일까.
거스 히딩크(69) 감독이 이끄는 '오렌지군단' 네덜란드가 지난 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암스테르담 아레나에서 스페인과 평가전을 치러 스테판 데 브리와 데이비 클라센의 연속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히딩크 감독은 경질설을 비롯한 비판에서 벗어나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스페인전 승리가 곧 네덜란드의 위기 탈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전은 말 그대로 평가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렌지군단은 여전히 위기 속에서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네덜란드는 유로 2016 예선 A조에서 2승 1무 2패를 기록하며 3위에 머물러 있다. A조 1위 체코와 승점 6점 차일 뿐 아니라 2위 아이슬란드와 승점 5점 차인 상황. 오히려 4위인 터키가 네덜란드를 승점 2점 차로 추격하고 있다. 조1, 2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3위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네덜란드는 유로 2016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안정된 스리백과 빠른 역습을 통해 3위를 차지했던 네덜란드가 1년도 지나지 않아 유로 2016 본선 진출을 걱정하는 처지가 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하물며 판 할 감독에 이어 네덜란드 지휘봉을 잡은 인물은 히딩크 감독이 아닌가? 그는 이미 산전수전 다 겪었을 뿐 아니라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끈 경험이 있고 '히딩크의 마법'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성과를 내는데 능한 감독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네덜란드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네덜란드의 위기는 곧 히딩크의 위기를 의미한다. 터키와 유로 2016 A조 5차전이 끝난 후, 네덜란드의 전설이자 독설가로 유명한 요한 크루이프는 "현 네덜란드 축구는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고, 네덜란드 언론은 히딩크 감독의 경질설과 현 네덜란드 대표팀의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그런데도 노장은 흔들림 없이 위기를 즐기는 모습이다. 그는 "나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언론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다.
문제는 그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사실. 비록 터키전과 스페인전에선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원투펀치인 로빈 반 페르시와 아르옌 로벤이 부상으로 제외됐고, 스페인전에서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득점 1위를 달리는 멤피스 데파이와 그의 PSV 동료 루치아노 나르싱을 앞세운 측면 공격이 날카로웠지만 확실한 해결책으로 보긴 어렵다. 오히려 터키전 부진에서 벗어나 스페인전에서 승리를 거둔 이유는 PSV에서 데파이와 호흡을 맞추는 제트로 빌렘스를 측면 수비수로 기용해 데파이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데이비 클라센과 달레이 블린트를 중원에 배치하면서 베슬리 스네이더를 자유롭게 만들어 중원에서 기동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이 앞으로 데이비 클라센을 중용해야 중원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은 스페인전에서 드러났지만, 히딩크 본인이 "확실한 해결책을 모르겠다"라고 말한 것과 달리 네덜란드는 공수에서 여전히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로벤이 복귀한다면 데파이와 로벤, 아펠라이, 나르싱 등을 앞세운 측면 공격은 힘을 발휘하겠지만 반 페르시가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 페르시는 과거만큼의 활동량과 연계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대표팀에서 득점력도 떨어진 모습이기 때문. 여기에 클라스 얀 훈텔라르와 바스 도스트 등 뛰어난 스트라이커들이 있지만, 이들은 득점에 최적화된 반면에 전체적인 공격 기여도가 부족한 편이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판 할 감독이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케빈 스트루만과 라파엘 반 더 바르트의 부상, 그리고 수비수들의 역량 부족(이는 판 할 감독이 언급한 내용)으로 스리백으로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현 네덜란드의 수비가 갑작스레 흔들리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판 할 감독이 스리백과 역습이라는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했듯 히딩크 감독도 현 수비라인에 시스템적인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11월 투톱을 가동해 라트비아에 6-0 대승을 거두며 경질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터키전에서 또 다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스페인전의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위기에 처한 상황으로 보는 것이 옳다. 네덜란드는 이제 오는 6월 5일 미국과 평가전을 치른 후, 라트비아를 상대로 원정 경기를 치르면서 유로 2016 예선을 펼치게 된다. 히딩크와 오렌지군단에게 시간은 충분하다. 아직 5경기가 남아 있다. 과연 히딩크가 한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오렌지군단을 유로 2016 본선으로 이끌 수 있을지.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정한 '히딩크의 마법'이 힘을 발휘해야 할 시기이다.
[사진] 거스 히딩크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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