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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김인식 감독은 이전과 달랐다. 그래서 더 아팠다.

작성일: 2017.03.09 08:52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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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한국이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서 탈락했다. 네덜란드가 8일 대만을 6-5로 잡고 2승을 거두며 2위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완전히 막혀 버렸다.

김인식 대표 팀 감독은 "패배의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에게 돌을 던지기는 어렵다. 이번 대표 팀은 선수 선발 과정부터 준비, 실행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김 감독 혼자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김 감독에게서 진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분명히 있다. 평소의 김 감독과 2017년 WBC 대표 팀 감독 김인식 사이에는 거리감이 제법 컸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김 감독다웠다면 어땠을까'하는 부질없는 가정을 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김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으로 화려한 성과를 남겼다. 2006년 WBC 4강과 2009년 WBC 준우승,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15년 프리미어 12 우승 등의 기록을 남겼다.

최고의 선수들에게서 최고의 기량을 뽑아 내는 데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중심엔 '믿음의 야구'가 있었다. 국제 대회는 선수들에게 크나큰 부담을 주는 무대다. 김 감독은 그런 부담을 줄여 주는 특유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라가 있고 야구가 있는 것' 등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로 팀을 하나로 묶는다.

김 감독은 어떤 팀을 맡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자만 나가면 무조건 번트이던 1970, 80년대 동국대 감독을 맡을 당시, 그는 선수들에게 "뭘 그리 어렵게 번트를 대려 하냐, 그냥 세게 쳐"라고 지시했다. 그의 제자들을 늘 그런 김 감독에게서 큰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하곤 한다.

야구계에서 사실상 퇴출돼 주변을 서성이던 조성민에게도 "기다리고 있어. 연락 갈 거야"라는 말 한마디로 재기를 이끌기도 했다.

훈련에도 늘 여유가 넘쳤다. 두산 감독 시절 스프링캠프 취재를 간 기자의 선배는 조금 늦잠을 잔 뒤 운동장에 나갔지만 이미 훈련을 끝낸 선수들이 숙소로 돌아와 있어 하루 취재를 망친 경험도 갖고 있을 정도다.

이번 대회는 달랐다. 김 감독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치고 많이 던지길 원했다. 합숙 기간도 길었다. 그리고 훈련을 따라오지 못하는 선수들에 대한 속상한 마음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이처럼 이번 대표 팀에서 김 감독은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선수 구성 과정에서부터 조바심을 냈다. 나름대로 한국 최고 선수들로 팀을 꾸렸지만 좀 더 높은 레벨의 선수들을 끊임없이 원했다. 그 조바심은 오승환 영입 당시 최고조에 이르렀다.

믿음의 야구도 힘을 쓰지 못했다. 애초 이번 대회 4번 타자는 최형우였다. 우타자인 김태균과 이대호 사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거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정작 대회가 시작되자 최형우의 존재는 미미해졌다. 평가전에서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김 감독은 최형우가 좀처럼 타격감을 찾지 못하자 그를 전력에서 제외해 버렸다.

컨디션이 나쁜 선수를 꼭 썼어야 했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전의 김 감독과 달랐다는 점이다. '부진한 선수도 끝까지 믿고 끌고 가는 것이 김인식다운 리더십은 아니었을까'라는 의문을 지우기 힘들다.

이번 대회는 많은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이 내 마지막 대표 팀"이라던 노장의 독백은 그래서 더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답지 않은 모습으로 무너졌기에 그 아픔의 크기는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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