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이런 기록(프랑스오픈 11번 우승)은 감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특정 대회에서 11번이나 우승한 현실은 그저 꿈꾸는 것 같아요. 스스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지금은 그저 이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라파엘 나달(32, 스페인, 세계 랭킹 1위)은 로저 페더러(37, 스위스, 세계 랭킹 2위)와 살아 있는 테니스의 전설로 불린다. 두 선수는 테니스의 숱한 기록을 새롭게 바꾸며 굵직한 발자국을 남겼다.
페더러가 윔블던과 호주오픈 그리고 US오픈에서 주로 역사를 썼다면 나달은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에 집중됐다. 물론 나달의 위대함은 클레이코트는 물론 잔디 코트와 하드 코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이다. 그러나 나달이 클레이코트에서 이룩한 업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달은 클레이코트 대회를 대표하는 프랑스오픈에서 11번 우승했다. 2005년 처음 정상에 오른 이후 14년간 11번 우승 컵을 거머쥐었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나달은 2009년(16강 탈락) 2015년(8강 탈락) 2016년(3회전 탈락)만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2015년과 2016년 나달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선수 생활 최대 위기에 몰렸다. 시련의 기간을 이겨낸 그는 '흙신'이라는 명예를 회복했다. 지난해와 올해 프랑스오픈에서 2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여전히 자신이 스타드 롤랑가로스 코트의 주인공임을 증명했다.
나달의 역대 프랑스오픈 전적은 86승 2패다. 승률은 무려 100%에 가까운 98%다. 또한 11번 결승전에 진출해 모두 우승하며 결승전 승률 100%를 기록했다.
이 정도의 기록을 보면 지난 14년간 롤랑가로스는 '나달을 위한 대회'였다. 나달처럼 클레이코트에서 강했던 선수들은 존재했다. 그러나 나달의 업적에 미치는 이들은 드물다.
나달의 최대 적수인 페더러는 클레이코트보다 상대적으로 잔디 코트를 선호했다. 또한 가장 까다로운 상대 가운데 한 명인 노박 조코비치(31, 세르비아, 세계 랭킹 21위)도 하드 코트와 잔디 코트에서 강세를 보였다. 이런 점도 나달에게는 행운으로 따랐다.
올해 프랑스오픈 결승전에서 만난 도미니크 팀(24, 오스트리아, 세계 랭킹 7위)은 '차세대 클레이코트의 황제'로 불린다. 그는 2016년부터 3년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나달의 벽을 넘지 못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나달은 클레이코트에서 필요한 강한 체력과 끈질긴 수비 여기에 순발력과 근성을 모두 지녔다. 코트에서 워낙 많이 뛰어다니는 경기 스타일 때문에 2015년부터 2년간 무릎 부상으로 고생했다.
나달이 2015년과 2016년 2년간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오픈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우승하지 못하자 전성기가 지났다는 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이를 이겨낸 그는 한층 다양한 공격까지 갖췄다. SPOTV 테니스 해설위원인 박용국 NH농협스포츠단장은 "과거 나달은 베이스라인에서 스트로크를 주로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네트 플레이도 자주 하고 한층 공격적인 스타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나달은 부상으로 닥친 시련을 이기고 이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만족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간 점도 프랑스오픈 11회 우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15년 가까이 된 현재까지 나달은 롤랑가로스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무엇보다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을 잡을 가장 유력한 선수로 평가 받았던 팀을 이긴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달이 써 내려가는 '롤랑가로스 신화'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4개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1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최다인 20회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페더러를 바짝 추격했다.
클레이코트 시즌을 마친 나달은 잔디 코트에 도전한다. 그는 다음 달 초 열리는 윔블던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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