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트랩'을 연출한 박신우 감독. 제공|OCN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트랩'은 OCN이 기획한 드라마틱 시네마의 첫 작품이었다. 덫에 걸린 사람들과 덫을 친 사람들의 치밀한 두뇌싸움을 그렸다. 이 작품은 작품 속 인물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트랩에 가둬놓고 밀고 당기기를 즐겼다.

지난달 9일 첫방송된 '트랩'은 총 7부작으로 지난 3일 종영했다. 16부작, 혹은 12부작 등 기존 드라마 회차의 틀을 깨고 7부작으로 제작됐고, 매회 결론이 내려지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이것이 드라마틱 시네마의 목표였다. 7부작이라면, 일곱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 말이다.

첫 작품의 메가폰을 잡은 감독은 영화 '백야행'을 연출한 박신우 감독이었다. 평소 소시오패스에 관심이 많았고, 제작사에서 받은 한 시나리오를 원안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시작은 강우현(이서진)이었다.

"원래 소시오패스에 관심이 있었다. 제작사 필름 몬스터에서 초고를 줬는데, '트랩'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원안이라 생각하고, 강우현을 담을 그릇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1년 넘게 시나리오 작업을 했는데, 두 시간짜리 영화로 만들기에는 부족했다."

'트랩'은 엄청난 반전을 품은 작품이다. 두 시간의 영화로 만들기에는 반전만 보여주다 끝날 수도 있었다. 갈증을 느끼고 있었을 때 OCN의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7부작 드라마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러닝타임이 길어지니 이야기를 다 할 수 있어서 결정"했다. 그 후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남상욱 작가의 작업이 시작됐다.

박신우 감독이 소시오패스에 관심을 갖게된 이유는 현실에 있었다. 박 감독에 따르면 우리 주변에 소시오패스는 숨어 살고 있었다. 직접 목격했고, 무서운 지점이 있었다. 당연히 영화적 관심으로 이어졌다. 

"우리 사회의 1/5이 소시오패스라고 하더라.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목적이 있으면 누군가에게 상처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소시오패스가 있다'라는 표현보다는, '소시오패스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게 '트랩'이 탄생했다. 강우현이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부담이 있었다. OCN의 드라마틱 시네마의 시작이라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뻔뻔한 편인지 그 자체게 부담은 없었다"며 웃어 보였다. 박 감독이 느낀 가장 큰 부담은 바로 "일곱 편의 영화 같은 드라마"였다.

"OCN에서 영화 일곱 편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서 부담이 생겼다. 영화가 무엇일까라는 원론적인 고민을 했다. 드라마를 많이 보면서 계속해서 고민했다. 한 회에 부제를 달고 그 안에서 결론을 내는 것이었다. 매회 완성도를 높이면서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도 함께 담아야 했다."

'트랩'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서진이 연기한 강우현이다.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국민앵커,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 말끔한 외모에 젠틀한 성격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박 감독은 "이런 사람의 진짜 모습이 다르다면?"이라는 생각을 했다. 캐스팅도 같은 이유에서 이서진이었다.

▲ 드라마 '트랩' 이서진 스틸. 제공|OCN

하지만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드라마 초반, 뜬금없이 이서진의 연기력 논란이 불거졌다. 아들을 잃은 아빠 연기가 어색하다는 것이었다. 그가 하는 행동이나 표정, 말투까지 아들이 죽은, 아내가 실종된 남자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박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당연히 조급했다"고 털어놨다.

"초반 연기력 논란이 나왔다. 당연히 조급했다. 하지만 5회 엔딩을 보면 다 풀린다. 물론 '아이를 잃은 아빠를 어색하게 표현해달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 강우현의 진짜를 모르면 '애를 잃은 아빠 표정이 왜 저래?'라고 생각할 것이다. 조바심이 났지만, 다들 5부 엔딩까지만 기다리자고 생각했다.

역으로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강우현의 정체가 일찍 들킬 것이 우려됐다. 좋은 반전 영화는 효율적으로 뿌린 빵가루의 유무라고 생각한다. 빵가루가 너무 커서 보여도 안되고, 너무 작아서 안보여도 안됐다."

'트랩' 속 인물들은 강우현을 중심으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우현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큰 충격을 준 인물인 만큼, 주변 캐릭터들은 다소 평면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단적으로 성동일이 연기한 고동국 형사가 그렇다. 박 감독 역시 인정하면서도 "드라마로 오면서 살아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는 더욱 강우현 중심이었다. 현재 편집중인 세 시간 가량 되는 감독판이 있는데, 이 버전은 더 강우현 중심이고, 엔딩 역시 더 열려있다. 그래도 드라마로 오면서 고동국 형사는 색이 생겼다. 영화에서는 그냥 허리가 아픈 나이든 형사였는데, 히스토리가 생겼다. 강우현과 고동국은 최상과 최하에 있는, 양극단에 있는 사람의 만나 싸우게되는 이야기다. 고동국이 조금 더 평면적으로 보인 이유는 선한 인물이라서 그럴 것이다. '배트맨'에서도 배트맨보다는 조커가 매력적이지 않는가. 하하."

▲ 드라마 '트랩'을 연출한 박신우 감독. 제공|OCN

결국 정의에 대한 문제였다. 또 선하다는 것, 착하다는 것에 대한 기준의 문제이기도 했다. 박 감독은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악한 사람이 평생 착한척 살면 그 사람은 착한 사람인가, 악한 사람인가"라고 되물었다. 

박 감독은 "결국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냐"는 말에 강우현의 대사를 이야기 했다. "니들이 말하는 정의가 뭐"는 대사를 말이다.

yej@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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