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앤더슨 실바(40, 브라질)가 또 무너졌다. 마이클 비스핑(36, 영국)에게 판정패했다.

실바는 28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84 메인이벤트에서 5라운드 종료 0-3(47-48,47-48,47-48) 판정으로 비스핑에게 승리를 내줬다.

실바가 마지막으로 승리한 때는 2012년 10월이다. UFC에 진출하기 전인 2006년까지 영국의 단체 케이지 레이지(Cage Rage)에서 미들급 챔피언을 지낸 그는 9년 10개월 만에 나서는 런던 경기에서 새 출발을 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비스핑은 실바의 유인 작전에 말려들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해 극적인 판정승을 따냈다. 3라운드 종료 직전, 실바의 플라잉 니를 맞고 다운까지 됐으나 4라운드에 흔들리지 않고 빨리 충격에서 회복한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

감격이 복받친 비스핑도 울었고, 이기지 못해 아쉬운 실바도 울었다. 경기 전엔 잡아먹을 듯 설전을 벌인 둘은 승패가 결정되자 무릎을 꿇고 절하며 서로에게 존중을 표했다.

마이클 비스핑 영국 무패 행진

앤더슨 실바는 급하지 않았다. 마이클 비스핑이 접근하면 뒤로 빠졌다가 왼발 앞차기, 오블리크 킥으로 반격했다. 비스핑도 조심스러웠다. 실바가 가드를 내릴 때에도 성급하게 들어가지 않았다.

1라운드 막판, 실바가 정타를 허용했다. 비스핑에게 들어가다가 양손 펀치를 맞고 비틀거렸다. 라운드 종료 버저가 울리고 실바는 아무런 데미지가 없다는 듯, 웃으며 비스핑을 안으려고 했지만 비스핑은 실바의 가슴을 밀쳤다. 허세 떨지 말라는 뜻이었다.

2라운드에도 비스핑은 실바가 친 덫에 걸리지 않았다. 실바가 케이지에 기댄 채 가드를 내리고 서 있어도 자신의 거리만 유지한 채 펀치를 뻗었다. 라운드 40초를 남기고, 비스핑은 왼손 짧은 훅 연타로 실바를 쓰러뜨렸다.

실바는 가드 포지션에서 추가 파운딩을 허용하지 않아 위기는 넘겼지만, 흐름을 비스핑에게 완전히 내줬다.

그런데 3라운드가 끝나기 전, 판세를 뒤집을 법한 실바의 한 방이 나왔다. 비스핑이 마우스피스가 빠져 이것을 심판 허브 딘에게 알리려다가 실바의 펀치에 충격을 입었다.

마우스피스가 빠졌을 때 경기를 중단시키는 건 심판의 재량이다. 비스핑은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가 실바의 플라잉 니까지 맞고 풀썩 주저앉았다. 추가타를 맞았으면 그대로 끝났을 경기. 종료 버저가 비스핑을 살렸다.

실바는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한 듯, 케이지 펜스로 올라가 만세를 부르며 승리 세리머니를 했다. UFC 관계자가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하자,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완전히 무너질 뻔한 비스핑, 그런데 그는 다시 침착하게 4라운드를 맞이했다. 대미지를 입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했다. 자신의 거리에서 펀치를 던졌고 실바가 팔을 흔들며 현혹해도 말려들지 않았다.

5라운드, 실바는 앞선 라운드보다 공격 적극성을 더 띠었다. 판정까지 갈 경우를 생각하고 있었다. 들어오는 비스핑의 턱에 강력한 앞차기를 올려 찼다. 비토 벨포트를 KO시킨 바로 그 앞차기였다. 비스핑은 이 경기에서 처음으로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며 대응했다.

결국 초반 1, 2라운드를 따낸 비스핑이 3, 4, 5라운드 가운데 한 라운드를 잘 지켜 판정승했다.

2010년 10월 추성훈과 O2 아레나에서 싸워 이기고 5년 4개월 만에 홈에서 경기한 비스핑은 잉글랜드에서 또 승전고를 울렸다. UFC와 계약하기 전 잉글랜드에서 10연승 무패를 달렸고, 옥타곤에선 6전 6승하고 있던 그는 이번 승리로 '잉글랜드 17승 무패(영국 18승 무패)'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게가드 무사시 완승 '방심은 없다'

탈레스 레이티스(34, 브라질)는 2009년 당시 챔피언 앤더슨 실바를 상대로 UFC 미들급 타이틀전까지 치렀지만 1패를 추가한 뒤 UFC와 재계약하지 못했다.

4년 만에 돌아온 옥타곤에서 레이티스는 한 단계 진화해 있었다. 트레버 스미스, 프란시스 카몽을 펀치로 쓰러뜨릴 만큼 타격 실력이 크게 늘었다. 암트라이앵글 초크만 노리던 그래플러에서 타격 실력을 갖춘 토털 파이터로 성장했다.

하지만 게가드 무사시(30, 네덜란드)와 타격 맞불을 놓는 것만큼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잔뜩 위축된 레이테스는 경기가 시작되자 곧바로 태클을 쳤다. 이것이 실패하자 스스로 누워 셀프 가드로 가려는 등 그라운드로 경기를 유도하려고만 했다.

문제는 무사시가 절대 바닥으로 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테이크다운을 방어하고 날카로운 왼손 잽으로 레이테스의 얼굴을 점점 붉게 만들었다. 약이 오른 레이테스는 양손 펀치를 휘둘렀지만, 이는 허공을 가르기만 했다.

무사시는 지난해 9월 유라이아 홀의 뒤차기를 맞고 TKO패했다. 치욕적인 패배였다. 순간의 방심이 불러온 참사였다. 그래서인지 레이테스를 상대로는 절대 무리하지 않았다. 가드를 바짝 올렸고, 잽에 이은 스트레이트로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기만 했다. 3라운드 막판에는 톱 포지션으로 올라가 시간을 때웠다.

무사시의 3-0(30-27,29-28,30-27) 판정승. 무사시는 통산 46전 38승 2무 6패 전적을 쌓았다. 레이테스는 8연승 뒤, 지난해 7월 마이클 비스핑에게 판정패하고 무사시에게도 져 연패에 빠졌다. 전적은 31전 25승 6패가 됐다.

'문어' 톰 브리즈, 첫 판정승으로 10연승 무패

톰 브리즈(24)는 영국의 차세대 주자로 평가 받는 신인이다. 키 191cm로 웰터급에서 큰 키를 자랑한다. 왼손잡이에다가 결정력이 뛰어나다. 9전의 경기에서 판정까지 간 적이 없다. 세 번을 KO로, 여섯 번을 서브미션으로 이겼다.

나카무라 게이타(31, 일본)는 40전 31승 2무 6패 1무효의 베테랑. 서브미션 승리도 17승이 있었다. 경험에선 나카무라가 두 수는 위였다.

그러나 브리즈의 그래플링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에 나카무라가 먼저 테이크다운에 성공했지만, 결국엔 상위 포지션을 잡고 파운딩으로 점수를 딴 것은 브리즈였다. 3라운드에는 브리즈가 리버스 트라이앵글 초크로 나카무라를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브리즈의 3-0(30-27, 30-27, 29-28) 판정승. 통산 10승(무패) 고지를 밟았고 UFC에서 3연승을 이어 갔다. 2010년 데뷔해 생애 첫 판정승을 경험했다.

브리즈는 조르주 생피에르, 로리 맥도널드의 코치인 피라스 자하비 밑에서 크고 있다. 주짓수는 보라 띠지만, 실력은 그 이상이다. 별명이 '문어(The Octopus)'다.

나카무라는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UFC에서 3연패해 퇴출당하고 지난해 9월 재입성했다. 중국의 리징량에게 리어 네이키드 초크로 이겨 옥타곤에서 첫 승을 따냈지만, 연승을 거두진 못했다.

브래드 피켓, 3연패 뒤 2년 만에 승리

위기의 두 남자가 만났다.

프란시스코 리베라(34, 미국)는 최근 4경기에서 1승 3패였다. 최근 경기의 패배 충격이 컸다. 리베라는 지난해 9월 존 리네커와 살벌한 난타전을 펼치다가 밀렸고, 길로틴 초크에 걸려 서브미션으로 졌다. 

브래드 피켓(37, 영국)은 3연패하고 있었다. 피켓도 최근 경기에서 완패했다. 지난해 7월 토마스 알메이다에게 플라잉 니를 맞고 쓰러졌다. '원 펀치'라는 별명이 무색했다.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먼저 기세를 잡은 건 리베라였다. 1라운드 펀치로 피켓을 다운시켰다. 홈그라운드에서 피켓은 사활을 걸었다. 2라운드 적극적으로 태클을 걸면서 반격했고 3라운드에는 두 차례 테이크다운을 성공해 점수를 땄다.

피켓의 역전 판정승. 2-1(29-28, 28-29, 29-28)로 이겼다. 두 명의 심판이 2, 3라운드를 피켓이 앞섰다고 채점했다. 약 2년 만에 이긴 피켓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리베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피켓은 통산 전적 36전 25승 11패가 됐다. 리베라는 18전 11승 6패 1무효로 퇴출 위기에 몰렸다.

■ UFC 파이트 나이트 84 결과

-메인 카드

[미들급] 앤더슨 실바 vs 마이클 비스핑
마이클 비스핑 5라운드 종료 3-0 판정승(48-47, 48-47, 48-47)

[미들급] 게가드 무사시 vs 탈레스 레이테스
게가드 무사시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30-27, 29-28, 30-27)

[웰터급] 톰 브리즈 vs 나카무라 게이타
톰 브리즈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30-27, 30-27, 29-28)

[밴텀급] 프란시스코 리베라 vs 브래드 피켓
브래드 피켓 3라운드 종료 2-1 판정승(29-28, 28-29, 29-28)

-언더 카드

[페더급] 마이크 윌킨슨 vs 마콴 아미르카니
마콴 아미르카니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29-28, 30-27, 29-28)

[밴텀급] 데이비 그랜트 vs 말론 베라
데이비 그랜트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30-26, 30-26, 30-26)

[미들급] 스콧 애스컴 vs 크리스 뎀시
크리스 뎀시 1라운드 4분 45초 펀치-하이킥 KO승

[페더급] 아놀드 앨런 vs 야오친 메자
아놀드 앨런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30-27, 30-27, 30-27)

[미들급] 브래드 스콧 vs 크리스토프 요트코
크리스토프 요트코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29-28, 29-28, 29-28)

[라이트급] 노만 파크 vs 루스탐 하빌로프
루스탐 하빌로프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29-28, 29-28, 29-28)

[헤비급] 다니엘 오미엘란척 vs 자지스 단호
다니엘 오미엘란척 3라운드 1분 31초 종료 2-0 판정승(29-29, 29-28, 29-28)
※자지스 단호가 로블로 충격에 경기를 지속할 수 없어 3라운드에 경기 중단돼 그때까지 점수로 판정 

[라이트급] 티무 파칼렌 vs 티보 고티
티무 파칼렌 1라운드 24초 리어네이키드초크 서브미션승

[라이트급] 다비드 테이무르 vs 마르틴 스벤손
다비드 테이무르 2라운드 1분 26초 펀치 TKO승

[그래픽] 김종래 제작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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