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코너 맥그리거(27, 아일랜드)는 능변가다. UFC에서는 화려한 언변으로 상대를 자극하는 트래시 토커로 통한다. 10년 동안 페더급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조제 알도가 대표 희생양이다. 알도처럼 13초 만에 고꾸라지지 않으려면 맥그리거와 경기하는 파이터들은 정신 무장을 단단히 해야 한다.

네이트 디아즈도 트래시 토크라면 자신 있다. 디아즈는 옥타곤 안과 밖에서 욕을 달고 산다. 손가락 욕도 서슴지 않는다. 욕과 도발 능력만큼은 맥그리거를 능가한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디아즈는 지난해 12월 20일(이하 한국 시간) UFC 온 폭스 17에서 마이클 존슨을 꺾은 뒤 옥타곤 인터뷰에서 "내가 들인 공을 다 훔쳐 간 천하의 나쁜 놈아"라면서 맥그리거를 향해 엄청난 양이 담긴 욕설을 쏟았다. 이 장면은 지상파를 타고 미국 전역에 퍼졌다.

다음 달 6일 UFC 196 메인이벤트에서 웰터급으로 싸우는 맥그리거와 디아즈가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렌스 UFC 체육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디아즈는 맥그리거를 상대로 라이트급 타이틀 2차 방어전을 치를 예정이던 하파엘 도스 안요스(31, 브라질)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맥그리거는 여느 때처럼 기세등등했다. 도스 안요스와 경기가 취소된 사실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이미 이렇게 될 걸 짐작했다. 누구나 그러지 않았나?"라며 의연하게 말한 뒤 "페더급 라이트급 웰터급 모두 내 체급이다. 내가 곧 체급이고 챔피언이다"라고 포효했다.

현장에 있는 팬들이 맥그리거의 당당한 선언에 뜨거운 환호를 보내자 이를 못마땅하게 지켜본 디아즈는 "여기는 미국"이라고 한마디 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점잖게 대답하던 두 파이터는 체급 문제로 충돌했다. 감정이 격해진 두 파이터들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맥그리거는 "디아즈는 이 경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돈 문제를 풀어 주니까 160파운드로 체중 조정을 요구했다. 그것도 받아 줬다. 그런데 다시 165파운드를 요구했다. 그래서 그냥 170파운드로 올라가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디아즈는 "나는 처음부터 한다고 했다. 언제나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어떤 체급에서도 가능하다. 나는 절대로 이런 문제로 주저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서로 "나는 체중은 상관 안해"고 주장하며 한바탕 욕설 폭풍이 몰아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맥그리거가 다시 디아즈를 자극했다. 맥그리거가 "나와 싸워서 백만장자가 된 기분이 어떤가. 솔직히 말해 보라. 얼마나 좋나"라고 하자 디아즈는 "싸우고 나서 이야기하자"며 슬쩍 피했다.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맥그리거는 공격 수위를 높였다. 

"나는 디아즈가 좋다. 험한 동네에서 자란 깡패를 어떻게 안 좋아할까. 일요일 아침 어린이들에게 주짓수를 가르치고 어른들과 자전거를 타는 게 보기 좋더라. 오른손으로 깡패 사인을 하면서 왼손으로는 애들 풍선을 갖고 동물을 만드네. 지역사회에 도움이 많이 된다."

하지만 디아즈는 흔들리지 않았다. 눈을 살짝 푼 상태로 몸을 뒤로 젖힌 특유의 여유만만한 '좀비 자세'를 취하며 "네 말에는 신경 쓰지 않아"라고 했다. 욕도 알차게 섞었다.

디아즈는 현장 기자로부터 금지 약물인 스테로이드에 대한 질문을 받자 기다렸다는 듯 "UFC 모든 파이터가 스테로이드를 안다. 그리고 복용한다"며 맥그리거 역시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역공을 가한 셈이다.

이 말을 들은 맥그리거는 곧바로 마이크를 들어 "너와 같은 팀인 길벗 멜렌데즈, 제이크 실즈가 스테로이드 걸려서 그런 거 아니냐"고 발끈하며 "나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디아즈가 차분하게 "너도 했다. 도스 안요스는 물론 앤소니 페티스도 모두 다 했다"라고 하자 맥그리거는 분노를 참을 수 없는 듯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섰다. 책상도 함께 흔들렸다. 맥그리거는 "나는 아니다. 나는 스테로이드를 안 쓴다.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맥그리거의 말을 경청한 디아즈의 다음 한마디는 간결했다. "넌 스테로이드를 쓴다"는 한마디를 끝으로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맥그리거는 "그래, 나 쓴다. 내가 동물이다"며 논쟁을 끝냈다.

두 선수는 경기를 전망하면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맥그리거는 "1라운드 안에 KO로 끝내겠다"고 소리쳤고 이를 들은 디아즈는 "좋다. 내가 죽이든가, 죽든가 할 것이다. 디아즈가 보여 줄 경기가 바로 그런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트래시 토크로 한껏 달아오른 UFC 196은 SPOTV2가 생중계한다.

[영상] UFC 196 메인이벤트 기자회견 ⓒ 스포티비뉴스 장아라
[그래픽] 스포티비뉴스 디자이너 김종래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