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T 지명을 받은 박준영(오른쪽)과 2순위로 KGC에 호명된 변준형(왼쪽) ⓒ KBL
▲ 2018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T 지명을 받은 박준영(오른쪽)과 2순위로 KGC에 호명된 변준형(왼쪽) ⓒ KBL

[스포티비뉴스=안양, 맹봉주 기자] 한 번의 선택이 구단 역사를 바꿨다.

4년 전인 2018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드래프트 전부터 1순위로 가장 많이 거론된 선수는 동국대 슈팅가드 변준형(26, 188cm)이었다.

제물포고 시절부터 변준형은 싹수가 달랐다. 탄탄한 신체능력과 높은 점프력을 바탕으로 어디서든 점수를 올렸다. 공격형 콤보가드로서 미래 한국 대표팀 앞 선을 이끌 재목으로 평가됐다.

명문대 영입 제의를 뿌리치고 들어간 동국대에선 1학년부터 에이스로 활약했다. 원맨 속공을 덩크슛으로 마무리할 정도로 타고난 배짱까지 보였다.

2018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은 수원 KT(당시 부산 KT)가 갖고 있었다. 전문가들과 팬들은 당연히 변준형이 1순위로 뽑힐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KT는 고려대 빅맨 박준영(26, 195cm)을 선택했다. KGC는 쾌재를 불렀다. 2순위로 고민 없이 변준형을 뽑았다.

사실 이 지명은 트레이드와 함께 봐야한다. KT는 박준영을 뽑는 조건으로 KGC에게 한희원, 김윤태를 받고 박지훈을 내줬다.

KT 팬들은 분노했다. 확실한 1순위 재능을 놓친데 대한 불만이었다. 박준영도 실력을 갖췄지만 포지션 대비 키가 작아 프로에서 통할지 의문점이 붙었다.

기량과 성장가능성까지 봐도 변준형은 박준영보다 우위에 있었다. 팬들 사이에선 변준형을 거르고 박준영을 골랐다는 일명 '변거박'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4년이 지났다. 변준형은 기대대로 국가대표 가드로 성장했다. 이번 시즌 평균 12득점 5.7도움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박준영은 평균 2.1득점 1.1리바운드. 1군 로스터에도 이름을 올리기 힘들었다.

▲ 변준형(위)과 KT 서동철 감독(아래) ⓒ KBL
▲ 변준형(위)과 KT 서동철 감독(아래) ⓒ KBL

27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4강 4차전. KT 상대는 공교롭게 KGC였다.

변준형은 이날 16득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매치업 상대인 허훈(1득점 2리바운드 5어시스트)을 압도했다. 79-79 동점인 경기 종료 직전엔 정성우를 제치고 돌파 결승 득점을 만들어내며 KGC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4년 전 변준형과 함께 KGC 유니폼을 입은 박지훈은 이날 선발 포인트가드로 나서며 5득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 4스틸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반면 박준영과 김윤태는 KT 1군 선수 명단에 들어가지 못했다. 한희원은 벤치선수로 나와 7득점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변준형에게 4년 전 신인 드래프트 얘기를 꺼냈다. 그는 "프로에서 1, 2, 3순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명 순위에 연연하지 않았다. KGC에 와서 너무 행복하다. 여기서 좋은 선수들, 좋은 감독님을 만났다. 재밌게 농구하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KT와 시리즈 승리 후 KGC 김승기 감독은 변준형에 대해 "발목이 아픈데도 4강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더라. 나랑 많이 싸웠지만, 정말 엄청 성장했다. 앞으로 더 무서운 선수가 되지 않을까한다"고 밝혔다.

4년 전 지명 당시에도 많은 비난을 받았던 KT의 선택은 결국 독이 되어 돌아왔다. 창단 후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리던 KT를 무릎 꿇린 건 다름 아닌 변준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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