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재호 ⓒ 곽혜미 기자
▲ 두산 베어스 김재호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7)가 마지막 불꽃을 태울 준비를 시작했다. 임시로 낯선 자리를 맡은 게 오히려 자극제가 된 모양새다. 

김재호는 지난 1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처음 3루수로 교체 출전했다. 주전 3루수 허경민이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여파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유격수로 안재석(20)을 쓰면서 박계범(26)을 3루수로 활용하려 했는데, 박계범이 치명적인 송구 실책을 저지르자 '3루수 김재호' 카드를 꺼냈다. 2013년 8월 3일 인천 SK 와이번스전 이후 무려 3238일 만에 3루수로 교체 출전했다. 

베테랑으로선 자존심이 상할 법한 결정이었다. 김재호는 2004년 신인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했을 때부터 유격수로 기대를 모은 선수였다. 백업 시절은 누구나 그렇듯 3루수로도 몇 경기 뛴 경험이 있지만, 2014년 본격적으로 주전 유격수로 도약한 뒤로는 단 한번도 다른 포지션으로 선발 출전한 적이 없었다. 

김 감독은 16일 고척 키움전부터는 본격적으로 김재호를 3루수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위기에 놓인 팀을 구할 적임자는 역시나 베테랑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뒤였다. 경험이 많은 김재호가 3루를 잘 막아주고, 그나마 유격수 수비가 안정적인 안재석을 유격수로 활용하는 게 내야 전체 수비력을 끌어올리기 낫다고 판단했다. 

김재호는 "3루는 오랜만이다. 수비 포메이션도 그렇고, 공이 어떻게 가는지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 3루 수비가 당장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걱정하면서도 "최선은 다해 보려 한다. (허)경민이가 올 때까지 열심히 한번 해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3루수 김재호 카드는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김재호는 3루수로 선발 출전한 최근 3경기에서 11타수 5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안타 5개 가운데 3개가 2루타일 정도로 질 좋은 타구를 계속해서 생산했다. 수비도 빈틈이 없었다. 본인은 '3루가 낯설다'고 했지만, 2015년과 2016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천재 유격수는 낯선 자리에서도 클래스를 증명했다. 

김재호는 2016년 시즌 뒤 처음 FA 자격을 얻어 두산과 4년 50억원에 계약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2번째 FA 자격을 얻은 뒤에는 두산과 3년 25억원에 사인하며 원클럽맨의 길을 선택했다. FA 재계약 뒤 과거 크게 다쳤던 어깨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잔 부상이 이어지면서 악성 계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은 사실이다. 2021년 1차지명 유격수로 입단한 안재석을 키우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입지가 점점 좁아지기도 했지만, 어깨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갈 방법을 찾으며 묵묵히 1년 반을 버텼다.  

FA 재계약 기간의 절반이 아쉽게 흘렀어도 만회할 기간 역시 절반이 남았다. 김재호는 팀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바꾸며 7위까지 떨어진 두산(30승33패1무)이 반등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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