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로버트 스탁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로버트 스탁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다 빠르게만 던지려는 성향이 있죠."

두산 베어스 우완 로버트 스탁(33)은 올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파이어볼러 가운데 하나다. 올 시즌 직구 최고 구속은 159㎞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주로 불펜으로 뛰면서 시속 160㎞를 웃도는 더 빠른 공을 던졌지만, 한국에서도 충분히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100구를 넘기고도 시속 150㎞ 중후반대 구속을 유지하는 스태미나를 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을 치를수록 강속구의 위력이 떨어지고 있다. 시즌 초반과 달리 타자들의 눈이 빠른 공에 익숙해지고 있어서다. 그러면 변화구로 적적히 타자들의 눈을 속여 타이밍을 뺏으면서 주 무기인 직구의 가치를 살려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그 능력이 떨어진다. 변화구 가운데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구종이 슬라이더인데, 스트라이크보다 볼이 더 많다. 직구도 제구가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9이닝당 볼넷 4.53개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봄에는 살짝 에이스 같았는데, (볼이 많은 건) 그 선수의 능력이다. 직구가 맞아 나갈 때 실투가 아니면 타자가 잘 치는 것이다. 시속 156㎞짜리를 던져도 우리 타자들이 빠른 공을 잘 친다. 스탁이 공 자체를 안 맞으려 하고, 타이밍을 안 주려고 전력분석을 많이 하던데, 그런 게 오히려 볼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  

권명철 두산 투수코치는 "스탁은 본인이 연구를 많이 하는 친구"라며 존중하면서도 한 가지 조언을 남겼다. 힘으로만 붙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 

권 코치는 "스탁은 최근 본인이 노력하면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다 강하게, 빠르게만 던지려 하는 성향이 있다. 직구부터 슬라이더까지 다 빠르게만 던지려 한다. 그래서 느린 커브를 던져 보자고 했는데, 지금은 커브도 빠르게 던져서 손에서 빠지더라. 느리게 하나 탁 던지면 타자들이 헷갈릴 수 있을 것 같은데"라며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두산은 최근 강속구를 주 무기로 삼는 외국인 투수를 데려와 변화구를 다듬게 하면서 재미를 본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게 2020년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30)다. 알칸타라는 2019년 kt 위즈 소속으로 한국에서 첫해를 보내면서 11승(11패)을 챙겼지만, 평균자책점이 4.01로 높았다. 확실한 결정구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다음 해 두산으로 넘어와 포크볼을 결정구로 장착하면서 단숨에 20승 에이스로 성장했다. 198⅔이닝, 182탈삼진, 평균자책점 2.54로 맹활약하고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크리스 플렉센(28)이 있다. 플렉센 역시 2020년 시즌 두산과 함께했는데,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시절부터 강속구 투수로 기대를 모았으나 제구가 좋지 않은 투수로 유명했다. 당시 두산 투수코치로 지냈던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이 플렉센에게 커브를 전수했고, 커브를 장착한 플렉센은 후반기부터 180도 달라졌다. 포스트시즌에는 5경기에 등판해 2승, 1세이브, 28⅓이닝, 평균자책점 1.91을 기록하는 괴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으로 금의환향해 시애틀 매리너스의 선발투수로 뛰고 있다. 

스탁은 커브를 장착했으면 하는 코치진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커브를 장착하면 구종이 하나 더 생기는 거니까 좋을 것이다. 다만 지금 완성도가 10% 정도 된다. 100%까지 채우지 않더라도 조금만 더 좋아지면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100구 중에 2개 정도 던지는 수준이다. 커브로 얼마나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느냐에 따라 활용 정도가 달라질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스탁이 지금 정도면 잘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올해 에이스 부재의 아쉬움을 늘 표현했다. 아리엘 미란다(33)가 부상과 부진으로 시즌 내내 이탈해 있고, 미란다 대체자 영입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스탁이 지금보다는 더 이닝이터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경기마다 남발하는 볼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 단순히 빠른 공으로만 덤비지 않고, 타자와 타이밍 싸움을 하는 등 경기운영 능력까지 갖춘 스탁을 조만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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