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인태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김인태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잘 맞았고, 기분 좋게 넘어갔어요."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인태(28)가 단 한 타석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39일 동안 부상 치료에 전념하며 상상만 했던 장면이 복귀 첫 타석에서 펼쳐졌다. 주전 우익수였던 박건우(32)가 올 시즌을 앞두고 NC 다이노스와 6년 100억원 FA 계약으로 이적했을 때, 대체 1순위로 김인태를 낙점한 이유를 증명한 순간이었다. 

김인태는 27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 3-3으로 맞선 6회말 일을 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사 1, 3루 안재석 타석에서 대타 김인태 카드를 꺼냈다. 1루주자 김재호가 2루를 훔쳐 2사 2, 3루로 상황을 바꿨고, 김인태는 상대 투수 구승민의 시속 150㎞짜리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엄청난 파열음과 함께 타구는 오른쪽 담장 너머로 쭉 뻗어 갔고, 6-3으로 뒤집은 두산 더그아웃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덕분에 두산은 6-5로 승리하며 6위로 한 계단 올라설 수 있었다. 

김인태는 "팀이 연승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기분 좋다. 역전 홈런이 돼서 통쾌하고 짜릿했다. 포크볼을 같이 생각해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직구 타이밍이 늦는 것 같았다. 두 구종 다 생각했지만, 직구에 늦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잘 맞았고, 기분 좋게 넘어갔다"고 이야기했다. 

올해는 김인태의 해가 될 것 같았다. 처음 햄스트링을 다치기 전까지 시즌 초반 24경기에서 타율 0.322(90타수 29안타), 1홈런, 1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허경민과 함께 팀 타선을 이끌고 있었다. 2013년 1라운드 지명 유망주라는 타이틀을 단 지 10년 만에 만개하나 싶었는데, 부상이 야속하게 발목을 잡았다. 서둘러 몸을 만들어 5월 말 복귀했지만, 김 감독은 수비와 주루 플레이를 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19일 다시 2군으로 보냈다. 

김인태는 페이스가 좋을 때 부상 악재를 만난 것과 관련해 "아쉬웠다. 아쉬운 상태에서 내가 초반에 했던 감을 안 잊으려 했다. 스윙은 안 돌리더라도 집에서나 2군에서 그 느낌을 최대한 많이 생각하려 했다. 시즌 초반 영상도 솔직히 많이 봤다. 감을 안 잊으려 했는데, 생각보다는 감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게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김 감독은 여전히 김인태의 햄스트링 상태가 우려돼 당분간은 대타로만 쓰겠다고 했지만, 그 한 타석을 가치 있게 쓸 줄 아는 게 김인태다. 그는 올해 대타로 7타석에 들어가 3안타를 쳤는데 홈런이 2개였다. 대타 타율은 0.429였다. 

▲ 역전 홈런을 치고 기뻐하는 김인태(오른쪽 끝) ⓒ 두산 베어스
▲ 역전 홈런을 치고 기뻐하는 김인태(오른쪽 끝) ⓒ 두산 베어스

대타 성적이 말해주듯 승부처 집중력도 높은 편이다. 김인태는 7회 이후 2점 이내일 때 타율 0.385(26타수 10안타)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김인태는 "선발로 안 나갈 때는 분석 할 때부터 집중해서 보는 편이다. 대타는 감각이 없는 상태로 나가는 편이라 신경을 많이 쓴다. 준비할 때 스윙을 세게 돌리고 타석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스윙을 돌리려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덕분에 한 달 넘게 기다렸던 순간, 단 한 타석의 기회를 완벽하게 잡았다. 김인태는 "준비할 때부터 설렜다. 막상 타석에 들어가니까 중요한 상황이라 조금 더 집중했던 것 같다. 크게 어색하진 않았다.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많이 해서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후반기 남은 경기는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부상으로 이탈한 동안 안권수, 조수행, 양찬열, 김태근 등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마음을 더 다잡기도 했다. 김인태는 "주전 하기 싫은 선수가 어디 있겠나. 내가 빠진 동안 어린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내가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된 것 같다"며 "내가 잘하면 팀이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내야 나도 빛날 수 있다. 더그아웃이나 그라운드에서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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