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에서 뛰던 당시 투수 이태양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에서 뛰던 당시 투수 이태양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한화 이글스의 '낯설지 않은' 이적생이 낯선 등번호를 단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23일 투수 이태양과 4년 총액 25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201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36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던 이태양은 2020년 6월 외야수 노수광과 트레이드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이적했으나 약 2년 5개월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손혁 한화 단장은 계약 당시 이태양에 대해 "한화에 애정이 각별하고 훌륭한 인성을 갖춘 선수이기 때문에 그 마음으로 후배들을 이끌어 준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보직 면에서는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로 선발, 불펜 어디에서든 자신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양은 자신에게 큰 사랑을 줬고 우승을 경험하게 했던 SSG를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친정팀이자 프로 생활을 시작하고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한화의 손을 다시 잡은 것에 큰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한화 사랑은 SNS에서도 드러난다. 한화는 13일 구단 공식 SNS에 2023시즌 선수단 등번호를 공개하며 '가장 눈에 띄는 배번과 기대되는 선수'를 팬들에게 물었는데 이태양은 직접 "나 46(번)"이라는 댓글을 달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과 의욕을 보였다.

이태양이 46번을 다는 건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이태양은 2010년 입단 후 68번을 달다가 2012년 윤규진이 입대하면서 빈 55번을 받았다. 2014년 윤규진이 군전역 후 복귀하자 등번호를 다시 내주고 55번을 뒤집은 22번을 달았다.

2020년 SK로 이적할 때는 트레이드 상대선수였던 노수광이 쓰던 17번을 그대로 물려받았는데, 2021년 추신수가 복귀하면서 고가의 시계를 받고 17번을 넘겨준 에피소드가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태양은 이후 2년간 15번을 쓰다가 한화로 복귀하면서 46번을 택했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 중인 이태양은 15일 '스포티비뉴스'에 "고등학교 때 쓰던 46번이 마침 비어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46번을 달았던 투수 조은이 입대로 자리를 비운 것.

그는 "달고 싶던 다른 번호들은 어린 친구들이 달고 있다. 각자 등번호에 자부심이 있는 친구들"이라고 후배들을 배려했다. 그외에 그가 이적 전 한화에서 원래 쓰던 22번은 지난해 11월 22일 한화로 이적한 내야수 채은성이 선점했다. 

▲ 채은성(왼쪽)-이태양. ⓒ 한화 이글스
▲ 채은성(왼쪽)-이태양. ⓒ 한화 이글스

원래 LG에서 55번을 쓰던 채은성은 55번에 애정이 있는 강재민을 위해 55번을 양보하고 대신 외국인 선수가 떠나 비어있던 22번을 택했다. 그런데 채은성 계약 다음날인 23일 공교롭게도 2년 전 22번의 주인이었던 이태양이 계약한 것. 이태양은 "은성이 형이 22번을 달고 싶어해서 양보했다. 스마트 워치를 사달라고 할 예정"이라며 웃었다.

채은성이 아니더라도 22번을 내려놓은 다른 이유가 있다. 이태양은 "22번을 달면 그전 모습이 많이 생각날 것 같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SK 이적 전 한화에서 보였던 모습 중 아쉬웠던 것은 모두 잊어버리고 앞으로 좋은 활약만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번호 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게 별일 아니라 볼 수도 있지만, 선수들은 등에 지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번호를 매일 보면서 번호에 담긴 초심을 되새기고 각오를 다진다. 이태양이 직접 남긴 댓글처럼 2023시즌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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