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한화는 전통적으로 포수 포지션에 약점이 있었다. 구단 역대 3할 타자 포수는 2009년 이도형(0.318)이 유일하다. 2004년에는 KBO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포수 앙헬 페냐를 영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부임한 김성근 감독은 포수 포지션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투수력을 앞세워 SK 왕조를 일군 시기에 포수 박경완에게 볼 배합 전권을 줬다.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당시 "좋은 팀 성적은 박경완 덕이 반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로 베테랑 포수 차일목을 데려왔다. 조인성 정범모 허도완 등이 있던 포수진은 차일목이 가세하면서 풍족해졌다.

▲ 차일목은 올 시즌 한화 주전 포수로 도약했다. ⓒ한희재 기자
다만 반응이 냉담했다. 차일목은 36세로 야구 선수로는 다소 많은 나이에다가 통산 타율이 2할대 초반에 그쳤으며, 도루 저지에 약하다는 단점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KIA에서 백용환과 이홍구 등 젊은 포수들에게 밀렸다.

하지만 선수 생활 내내 볼멘소리 하지 않고 우직하게 운동한 차일목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새 팀에서 새 도약을 다짐하면서 구슬땀을 흘렸다. 다섯 살인 첫째 아들에게 당당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차일목은 철저한 몸 관리로 체력 테스트에 합격한 뒤, 젊은 선수들과 함께한 1차 캠프를 시작으로 2차 캠프까지 완주했다. 오키 야스시 배터리 코치, 김정준 전력분석 코치와 함께 포구 및 송구 폼을 간결하게 가다듬어 도루 저지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노력했다.

백업으로 출발해서 주전 포수 조인성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차일목은 스스로 입지를 넓혔다. 한 단계 올라선 투수 리드에다가 절묘한 프레이밍(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능력)으로 김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해 0.167이었던 도루 저지율은 0.317(41시도 19저지)로 크게 높아졌다.

전지훈련 당시 "차일목은 더 이상 자동문이 아니다"고 기대를 보였던 김 감독은 "차일목이 투수 리드를 잘한 덕분에 실점이 줄었다. 전지훈련에서 잘 준비한 결과다"고 칭찬했다.

▲ 차일목(왼쪽)이 함께 배터리를 이룬 송신영으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곽혜미 기자
투수들도 차일목의 볼 배합이 큰 도움이라고 이야기한다. 장민재 송은범 등은 호투할 때마다 차일목에게 공을 돌렸다. 권혁은 "차일목을 믿고 던진다"고 큰 믿음을 보였다. 지난달 7일 대전에서 KIA를 상대로 5이닝 무실점 호투로 4,263일 만에 선발승을 챙긴 윤규진은 배터리를 이룬 차일목에게 가장 고마워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은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큰 성과를 거둔다'는 뜻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조연이었던 차일목은 주연으로 바뀌었다. 팀이 흔들릴 때 변함없이 홈 플레이트를 굳건히 지켰다. 차일목이 야구 인생 2막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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