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힘들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목이 다 쉬었다. 그래도 역시 야구는 이겨야 한다."
힘들다고는 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지도자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두산은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12-10 끝내기 승리를 챙겼다. 두산은 2021년부터 개막전 3연승 행진을 달렸다. 이승엽 감독은 데뷔전에서 승리한 KBO 역대 28번째, 두산 역대 4번째 감독이 됐다(원년 및 대행 제외).
3번타자로 나선 호세 로하스의 활약이 대단했다. 로하스는 끝내기포를 포함해 6타수 2안타(1홈런) 5타점으로 맹활약했다. 4번타자 김재환 역시 3타수 2안타(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선발투수 라울 알칸타라가 4이닝 6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2탈삼진 4실점으로 고전한 가운데 불펜이 힘겹게 버텼다. 5회부터 김명신(⅔이닝 3실점)-이형범(1⅓이닝 1실점)-고봉재(1이닝)-정철원(1이닝)-홍건희(⅓이닝 1실점)-박치국(1⅔이닝)-이병헌(⅓이닝 1실점)-최지강(⅔이닝)이 이어 던졌다. 엔트리에 있는 투수를 거의 다 소모할 정도로 치열한 경기였다.
두산은 9-10으로 뒤진 연장 11회말 선두타자 정수빈의 안타로 마지막 반격에 나섰다. 무사 1루 허경민 타석에서 런앤히트 작전이 나왔고, 허경민이 중전 안타를 쳐 무사 1, 3루 기회까지 이어졌다. 이어 로하스가 우월 끝내기 3점포를 날리며 짜릿한 승리를 안겼다.
다음은 이승엽 두산 감독과 일문일답.
-첫 승 소감은.
힘들었다는 표현으로 부족하다(웃음). 힘들었다가 역전하면 좋았다가, 목이 다 쉬었다. 한 경기가 4시간 반 이상 했지 않나. 너무 길었다.
-김한수 수석코치와 한국시리즈 우승한 것처럼 껴안더라.
승리를 했다는 것보다, 5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우리가 두산의 힘을 느낀 것 같아 좋았다. 역전했는데, 9회 재역전을 당했다. 마무리 투수 올린 상황이라 힘들 줄 알았는데 다시 동점 만들고 연장에서 승리해서 일반적인 승리와 다른 승리를 한 것 같다. 의미 있었다.
-이유찬에게 7회 희생플라이를 지시하고, 8회에는 스퀴즈번트를 냈다.
히팅 사인에서 희생플라이를 친 건 점수차가 나서 맡겼다. 1점차 승부라 한 점이 정말 중요했다. 이유찬이 타격도 좋은 선수지만, 9번타자로 나왔고 개막전 첫 출전이라 분명 긴장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는 히트 보다는 번트가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3루에 주자가 조수행이었기 때문에.
-우는가.
아니다 목이 쉬었다. 잠도 잘 잤는데 눈도 충혈됐다(웃음). 사실 반성할 게 많다. 선두타자 볼넷이 오늘만 해도 5개가 나왔고, 11회 실점도 이병헌이 첫 타자 잘 잡고 다음 타자 볼넷 주면서 실점했다. 이런 건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앞으로 143경기 남았지만, 이런 실수 줄여가야 한다. 생각지도 않은 출루 허용하면 수비수들을 비롯 모두가 힘들어진다.
-알칸타라 4이닝 강판 변수였다.
사실 믿었다. 1선발이고, 일본에서 2년 뛰고 왔으나 20승 했던 투수니까. 첫 경기고, 본인도 오랜만이라 긴장감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크게 나쁘게 생각 안 한다. 다음 등판에서는 좋은 피칭 해주길 기대한다.
-첫 승 꽃다발 받고 세리머니 할 때 기분은.
선수 때보다 좋다. 진짜 기분 좋았고, 선수 때는 내가 잘하면 기분 좋았는데 지금은 9명 누구나 잘해도 더 애틋하다. 이제는 동료가 아닌 스승과 제자니까. 기분이 더 올라왔던 것 같다.
-김재환과 로하스 등 홈런 나와야 할 타자들이 쳤다.
로하스를 2번에 두려 하다가 롯데 좌투수가 이태연밖에 없어 붙여도 되겠다 싶어 붙인 게 적중했다. 양의지는 홈런은 없었지만,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3, 4, 5번타자가 끝내주는 타격을 했다. 모든 선수들이 다 훌륭한 플레이 해줬다.
-첫 승 공은.
로하스에게 주겠다. 끝내기 홈런이지만, 첫 홈런이지 않나. 나는 2번째 승리구를 내일(2일) 받겠다.
-2일 선발투수는.
최원준이다. 우리 팀에 현재 딜런 파일이 부상으로 빠져 있다. 최원준이 2선발 임무를 해줘야 한다. 이승진 빼고 모든 투수를 투입해서 최원준이 많은 이닝을 끌어줬으면 좋겠다.
-막연히 생각했던 감독 첫 경기와 직접 경험한 첫 경기의 차이점은.
너무 힘들었다. 알칸타라가 4회까지 던지고 내려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 처음 3점 내면서 좋은 흐름 가겠다 했는데, 3점 주고 또 역전하면서 시소게임이 되면서 힘들었다. 앞으로 143경기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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