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데뷔전부터 극찬을 받았다. ⓒ AP통신/연합뉴스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데뷔전부터 극찬을 받았다. ⓒ AP통신/연합뉴스
▲ 이정후가 1번타자 중견수로 처음 실전에 나섰다. ⓒ 연합뉴스/AP통신
▲ 이정후가 1번타자 중견수로 처음 실전에 나섰다. ⓒ 연합뉴스/AP통신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이정후(26)가 왜 1억 달러 이상의 몸값을 받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왔는지 증명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처음 도전하는 '천재 타자' 이정후가 시범경기 데뷔전부터 호평을 듣고 있다. 이정후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코츠데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애틀 매리너스와 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삼진 1득점을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경미한 옆구리 통증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시범경기 개막전 출전이 무산되고도 이틀 정도 더 휴식을 취하며 걱정을 샀는데, 이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치는 등 가벼운 몸 상태를 보여줬다. 경기는 9이닝 안에 승패를 가리지 못해 10-10 무승부로 끝났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인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정후의 이름을 적어 넣으면서 미국 현지 취재진에 "정말 기대된다"고 표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12월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이정후에게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05억원) 거액을 안겼다. 아시아 야수 역대 최고액이었다. 이정후는 KBO에서 통산 타율 0.340으로 국내타자 역대 1위에 오른 천재 타자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증명한 게 없는 신인이었다. 그런데도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타격 재능을 높이 평가하며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감독은 구단이 비싸게 데려온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빨리 확인하고 싶은 게 당연했다.  

미국 매체 '이스트베이타임스'는 이날 '멜빈 감독은 처음으로 그의 라인업 카드 맨 위에 샌프란시스코의 FA 최고 소득(이정후)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이정후는 그가 왜 1억 달러 이상을 받고 샌프란시스코에 왔는지 증명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달했다.   

이정후는 0-2로 뒤진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첫 타석부터 안타를 생산하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시애틀 선발투수는 저지 커비로 빅리그 2년차였던 지난해 31경기, 13승10패, 190⅔이닝, 평균자책점 3.35를 기록하면서 올스타로도 선정된 신성이었다. 이정후는 2스트라이크 이후에 콘택트에 집중하는 타격을 펼쳤고, 1-2간에 빠르게 빠져나가는 안타를 생산하면서 팀 첫 득점의 물꼬를 텄다. 

이정후는 무사 1루에서 다음 타자 타이로 에스트라다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할 때 병살을 막는 좋은 주루 플레이를 보여줬다. 시애틀 유격수 라이언 블리스가 실수 없이 수비를 했다면 병살타가 되는 코스였는데, 이정후가 빠르게 2루로 쇄도하면서 타자주자 에스트라다까지 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정후는 계속된 무사 1, 2루 기회에서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가 중전 적시타를 날릴 때 빠르게 달려 홈에 서서 들어오는 여유를 보였다. 덕분에 샌프란시스코는 1-2로 따라붙을 수 있었다. 

이정후 득점 이후 샌프란시스코 타선에 불이 붙었다. 1사 1, 2루에서 윌머 플로레스가 또 안타로 출루하면서 만루를 만들었고, 시애틀은 커비를 바로 마운드에서 내리고 재러드 베이레스로 교체했는데 패트릭 베일리가 그랜드슬램을 터트려 순식간에 5-2로 뒤집었다. 

▲ 첫 안타를 생산한 이정후 ⓒ 연합뉴스/AP통신
▲ 첫 안타를 생산한 이정후 ⓒ 연합뉴스/AP통신
▲ 이정후가 시범경기 데뷔전부터 안타를 신고하며 힘찬 출발을 알렸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 이정후가 시범경기 데뷔전부터 안타를 신고하며 힘찬 출발을 알렸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미국 현지 라디오 중계진은 이정후가 타석에 서자 "(샌프란시스코의) 새 리드오프 중견수다. 이번 오프시즌 한국에서 건너오면서 6년 계약을 했고 오늘(28일) 캑터스리그(애리조나 스프링트레이닝 시범경기) 출전한다. 캑터스리그 데뷔가 며칠 늦어졌는데 가벼운 옆구리 통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51번을 입고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스즈키 이치로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KBO리그에서부터 51번을 입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안타 생산 이후에는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는 순간이다. 헬멧이 날아가는 장면에 이제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이게 이정후의 야구다. 이정후는 커리어 내내 공을 방망이에 맞히는 능력을 보여줬다. KBO리그 통산 타율이 0.340에 삼진보다 볼넷이 더 많은 선수다. 멜빈 감독은 이미 이정후를 리드오프로 1년 내내 기용하겠다고 밝혔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이정후는 이후 타석에서는 잠잠했다. 2회말 1사 후 2번째 타석에서는 1루수 땅볼로 물러났고, 4회말 2사 1루 3번째 타석에서는 헛스윙 삼진에 그쳤다. 이정후는 5회초 수비를 앞두고 타일러 피츠제럴드와 교체됐다.

이스트베이타임스는 '이정후는 첫 타석에서 2스트라이크 이후에 우익수 쪽 안타를 쳤고, (출루한 뒤에는) 2루로 빨리 쇄도해 병살을 막았다. 그리고 웨이드 주니어가 중견수 앞에 적시타를 쳤을 때는 홈송구가 이뤄질 틈 없이 득점했다. 이정후의 이 플레이는 베일리가 만루포로 마무리한 1회 5득점 이닝의 시작이었다'며 샌프란시스코 타선에 불을 제대로 붙였다고 평가했다. 

MLB.com은 '비시즌에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주전 리드오프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정후는 시애틀 우완 커비의 변화구를 받아쳐 우익수 앞에 샌프란시스코 선수로 그의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정후는 관중 6418명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알렸다. 

이어 '이정후는 2루로 빠르게 향하면서 그의 스피드를 보여줬는데, 덕분에 시애틀 유격수 블리스의 실책을 유동했을지도 모른다. 블리스는 병살타로 보였던 에스트라다의 타구를 포구할 때 저글하면서 기회를 놓쳤다. 이후 2루에 있던 이정후는 웨이드 주니어의 중전 적시타에 힘입어 득점했다'고 덧붙이며 1번타자의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고 평가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플레이를 흡족하게 바라봤다. 멜빈 감독은 경기 뒤 "(이정후가) 한참을 기다린 끝에, (옆구리 부상으로) 조금 늦어지기도 해서, 그라운드에 나가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득점도 하고 나는 매우 좋게 봤다"고 총평했다. 

이스트베이타임스는 이정후가 타격 후 달려나갈 때 헬멧이 벗겨진 사연도 자세히 소개했다. 메이저리그 헬멧이 이정후에게는 잘 맞지 않아 헐렁하다는 것. 매체는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지닌 이정후만 베이스 사이를 날아다닌 것은 아니다. 그의 헬멧도 바람에 날렸다. 김하성(29,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한국에서 메이저리그로 넘어와 성공한 마지막 선수인데, 김하성도 같은 이슈(헬멧이 벗겨지는)를 경험했다. 이정후는 김하성에게 물품을 제공하는 같은 회사에 맡긴 커스텀 모델(주문 제작)이 도착하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의 도루 능력을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엇갈렸다. 매체는 KBO 시절 기록을 바탕으로 물음표를 던졌고,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어떤 대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선수인지 여러분은 모를 것"이라며 발로도 충분히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믿음을 보였다.  

▲ 시범경기 데뷔전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리며 좋은 출발을 알린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 시범경기 데뷔전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리며 좋은 출발을 알린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 이정후 ⓒ 연합뉴스/AP통신
▲ 이정후 ⓒ 연합뉴스/AP통신

이스트베이타임스는 '육안으로 봐도 이정후가 지난해 도루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에 머문 팀에서 가장 빠른 선수 가운데 하나라는 걸 확인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그의 스피드와 별명에 모순되게 그는 KBO에서 7시즌 동안 69도루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한 시즌에 13도루 이상 기록한 적도 없다'고 짚었다. 

멜빈 감독은 이에 "이정후가 그라운드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보여주기 전까지는 그가 어떤 대혼란을 일으킬지 아무도 모른다"고 답했다. KBO 기록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활약상을 단순히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 

멜빈 감독은 또 "내 생각에 이정후는 베이스에서 조금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길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분명 스피드가 있는 선수다. 발목 부상이 있었고, 그래서 내가 알기로는 지난해는 구단(키움 히어로즈)이 그가 조금 더 조심하길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지켜본 바로는 그는 발이 빠르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무얼 더 할 수 있는지 지켜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좋은 활약에도 귀한 몸 대접을 하려 한다. 이스트베이타임스는 '이날 경기는 단순히 이정후의 미국 데뷔전이 아니었다. 이정후가 지난해 7월 발복 부상 이후 7개월 만에 첫 실전이기도 했다. 옆구리 통증으로 시범경기 데뷔 일정이 밀리긴 했지만, 이정후는 자신의 몸 상태가 100% 회복됐다고 했다. 멜빈 감독은 그래도 이정후가 29일 오클랜드전에는 뛰지 않고, 3월 1일 경기에는 다시 라인업 맨 위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정후가 빠르게 첫 안타를 신고했지만, 메이저리그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스트베이타임스는 '이정후에 대한 가장 큰 물음표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적응할 능력이 있는지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보통 그들보다 2단계 정도 아래로 평가받는 KBO 투수들보다 더 빠르고 움직임이 훨씬 많은 공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정후는 첫 시험 상대로 커비를 만났다. 커비는 시애틀의 어린 에이스로 6가지 구종을 던지면서 90마일(약 144.8㎞) 초반대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커비를 상대한 소감을 묻자 "개인적으로 만족한다"면서도 "커비는 매우 잘 알려진 투수다. 2스트라이크가 됐을 때 그냥 맞히는 타격을 하자고 생각했다. 직구를 말하자면, 확실히 다르긴 했다. 그러나 내가 느낀 가장 큰 차이는 변화구 구속인 것 같다. KBO랑 메이저리그는 분명 다르다"며 계속해서 대비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 이정후 ⓒ 연합뉴스/AP통신
▲ 이정후 ⓒ 연합뉴스/AP통신
▲ 이정후의 개막전 리드오프 투입을 공언한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 ⓒ연합뉴스
▲ 이정후의 개막전 리드오프 투입을 공언한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적응 능력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NBC스포츠베이에어리아' 지난 25일 팻 버렐 샌프란시스코 타격코치가 이정후와 관련해 "첫날 배팅 케이지에서 이정후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문제 없겠다'라고 말했다. 문제 없을 것이다. 그가 적응하긴 해야겠지만, 그는 콘택트 위주의 타격을 하는 선수라 인플레이 타구는 만들 것이다. 빠른 공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조금 있긴 한데, 그는 공을 잘 쫓는 선수다. 단지 경험해보지 못했을 뿐이고, 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좋은 선수다. 그에게는 그저 다음 단계로 과정일 뿐이다. 그가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생산하는 점을 우리가 좋아하는 것인데, 장타를 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팀 문화와 분위기에 빠르게 녹아들면서 적응 걱정을 더 빨리 덜었다. 동료들은 이정후가 매우 재미있고 긍정적인 선수라고 증언한다. 이정후와 올해 외야에서 꾸준히 호흡을 맞출 우익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는 "이정후는 활기차고, 재미있고, 동료들 곁에 있고 싶어 한다.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그는 동료들을 알고 싶어하고, 그가 할 수 있는 한 동료들과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여기서 그런 열정을 경험하는 건 정말 훌륭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샌프란시스코 우완 투수 로건 웹은 "이정후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으면 즐겁다. 정말 재미있는 친구다. 그는 늘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 하는 것 같고, 주변에 농담을 항상 던진다. 그를 보고 있으면 타격 훈련할 때 아무도 진짜 강한 공을 던지지 않는데, 모든 공이 라인드라이브가 되거나 배럴 타구가 된다"며 성격과 실력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것으로 바라봤다. 

▲ 이정후가 데뷔전부터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 연합뉴스/AP통신
▲ 이정후가 데뷔전부터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 연합뉴스/AP통신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