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호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내년 제대 후 멋지게 복귀하겠다고 약속했다. ⓒ SPOTV NEWS 이교덕
이교덕 기자의 현장스케치 '강경호의 입대 현장'

[SPOTV NEWS=이교덕 기자] 춘천으로 향하는데 '그날'이 떠올랐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가을 날이었다. 왜 그렇게 긴장이 했는지 모르겠다. 지나고 나서 떠올리면 웃음만 나는데, 그때는 세상이 끝나는 듯 침통했다.

만 27살, 우리나라 나이로 29살에 입대하는 '미스터 퍼펙트' 강경호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두려움은 누구나 겪어야 한다고 해도, 남겨둔 것이 많아서 느끼는 아쉬움은 20대 초반의 전우들보다 클 것 같았다.

강경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파이터 중 하나다. XTM 리얼리티 서바이벌 '고 슈퍼코리안3'을 통해 2007년 4월 스피릿MC에 데뷔했고, 해외단체를 돌며 경험을 쌓다가 2012년 6월 앤드류 레온을 꺾고 로드FC 초대 밴텀급 챔피언에 올랐다.

2013년 8월 세계 최고의 무대인 UFC에 입성했다. 지난해 9월엔 다나카 미치노리에 승리하고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명승부 보너스(약 1억원)까지 차지했다. 옥타곤 2연승(1무효)의 그는 막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 강경호는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언뜻언뜻 깊은 한숨을 몰아 쉬었다. ⓒ SPOTV NEWS 이교덕
지난 10일 오후 1시, 육군 현역 입대를 한 시간 앞두고 강원도 춘천시 102보충대에 모습을 드러낸 강경호는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자꾸 매만졌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늘어나는 한숨은 막을 길이 없었다.

그러나 21번(13승 7패 1무효)이나 전장을 헤쳐온 그는 의연하게 말했다. "그저께까지만 해도 현실을 부정했는데, 이젠 전부 받아들였습니다. 담담하네요"라며 웃었고 "너무 오랫동안 미뤄왔기 때문에 막상 가게 되니까 후련한 마음이 더 큽니다. 아픈 데 없이 현역으로 입대한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죠"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곳에는 부산 팀매드 11명의 동료도 함께했다. 로드FC 플라이급 챔피언 조남진을 제외하곤 모두 '이날'을 경험한 선배들. 경례하는 법을 알려주니 강경호도 장난스럽게 따라했다. 그는 "(조)남진이가 웃지를 못하네요. 내가 가는 모습을 보니까 자기도 앞날이 걱정되긴 하나봐요"라며 아끼는 후배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 부모님, 동료들과 함께 기념촬영. ⓒ SPOTV NEWS 이교덕
강경호를 알아 보는 입대 동기들도 있었다. "UFC 파이터 강경호 선수 아니세요? 사진 한 장 같이 찍을 수 있을까요?" 부탁하니 강경호는 흔쾌히 포즈를 취했다.

그 모습에 동료들과도 사진 한 장을 남겨두면 좋을 것 같아 카메라를 들었다. 모두들 딱딱한 표정이라 밝게 웃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곧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색한 웃음 속 아쉬움이 렌즈를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잠시 후 오후 2시부터 입소식을 시작하겠습니다. 현 시간부로 부모님들과 입영 장병 여러분들은 서로 분리가 되겠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오고, 밝은 표정으로 동료들을 안심시키던 강경호도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끝까지 버텼지만 어머니의 눈물에는 울컥하고 말았다. '부산사나이' 아버지는 아무말이 없었다. 강경호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아들을 보내는 아버지의 아픔이 역설적으로 더 크게 느껴졌다.

강경호는 동료들과 마지막 포옹을 나눴다. 김창현, 배명호, 조남진 등 강한 남자들도 이 순간에는 작별의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말 없이 강경호의 등을 스다듬어줄 뿐이었다.

강경호는 21개월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2016년 12월 9일 전역한다. 부모님과 동료들의 배웅을 받은 그는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해 다시 옥타곤을 호령하겠다고 팬들에게 약속했다.

"격투기 팬 여러분,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게 내년까지 기다려주세요. 내년에 전역해서 멋진 경기 펼치겠습니다. 건강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는 카메라를 향해 경례를 붙이고, 손을 흔들며 연병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미스터 퍼펙트가 '진짜 사나이'가 된 날이었다.

[사진 및 영상] 촬영 이교덕, 영상 편집 배정호 ⓒ SPOTV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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