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패색이 짙었다. 임현규(31)의 다리는 타렉 사피딘(29, 벨기에)의 로킥 연타에 너덜너덜해졌다. 허벅지 고통에 임현규는 제대로 서 있지 못했다.

2014년 1월 4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 모인 5,000여 명 관중 가운데 임현규의 역전을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때 갑자기 포효가 울려 퍼졌다.

"으아아아."

5라운드 종료 약 1분 전, 임현규는 양팔을 벌리고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질 수 없지 않느냐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것 같았다. 고요했던 경기장은 별안간 터진 괴성으로 정신을 번쩍 차렸다.

▲ 임현규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임현규는 뚜벅뚜벅 사피딘에게 걸어 들어갔다. 초사이어인처럼 변한 임현규에게 관중들은 환호했다. 경기 종료 20초 전, 임현규의 펀치가 정타로 들어가자 사피딘은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마지막 기회를 잡은 임현규는 사피딘을 쓰러뜨리기 위해 사력을 다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모자랐다. 추가타를 터트리지 못해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임현규의 0-3(46-49,47-48,47-48) 판정패. 임현규는 그제야 허벅지 고통이 다시 찾아온 듯 바닥에 벌러덩 누워 신음했다.

임현규는 키 190cm에 양팔 길이 200cm에 이르는 웰터급의 빅 유닛이다. UFC 전적 3승 2패. 이기든 지든 관중의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하는 매력적인 경기를 펼친다. 사피딘 전은 임현규의 투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경기로 남아 있다.

임현규는 그때에 대해 물어 보면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쑥스럽게 웃는다.

임현규는 오는 21일(한국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UFC 202에서 7전 7승의 신예 마이크 페리와 경기한다. 1년 3개월 만에 갖는 복귀전으로, UFC 202 메인 카드 두 번째 경기다.

임현규는 투지를 앞세워 전 경기를 (T)KO로 이긴, 거친 신예를 상대한다. 이번에도 속에서 잠자고 있는 야수를 깨울 것인가? '디 에이스(The Ace)'는 2만 명이 모일 티모바일 아레나를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릴 준비가 됐다.

UFC 202는 21일 오전 11시 SPOTV가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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