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추신수 SSG 구단주 특별보좌역 겸 육성 총괄은 메이저리그라는 꿈의 무대에서만 16년을 뛴 한국 야구의 전설적인 선수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들인 저스틴 벌랜더(샌프란시스코)가 올해 20번째 시즌,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가 18번째 시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한 업적을 세웠다고 볼 수 있다.
추신수 특별보좌역이 더 특별했던 것은 한 팀의 리더로서도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보통 메이저리그의 클럽하우스 리더는 팀의 간판스타급 백인이나 미국 문화를 잘 이해하는 히스패닉계 선수가 많다. 아시아 선수들은 대체로 성실하고 팀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좋은 동료들도 인정받지만, 클럽하우스의 리더로 팀의 분위기를 끌고 나가는 경우는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부터 미국에서 뛰며 문화에 익숙한 추신수 특별보좌역은 메이저리그와 미국의 문화에 익숙했다. 타고난 리더십도 있었다.
2014년 시즌을 앞두고 텍사스와 7년 총액 1억3000만 달러에 계약한 뒤로는 항상 팀 내에서 큰 영향력을 차지하는 선수로 뽑혔다. 아드리안 벨트레가 은퇴한 이후로는 새로운 선수들로 대거 채워진 텍사스 클럽하우스를 실질적으로 끌고 가는 선수였다. 생계가 어려운 여건의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위해 특별히 기부한 것은 지금도 텍사스 구단에 미담처럼 내려져 오는 일화다.
그런 추신수 특별보좌역은 2021년 시즌을 앞두고 고국으로 돌아왔고, 2024년까지 4년간 SSG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천성이 리더고, 때로는 천성이 보스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선수들이 필요한 것이라면, 선수들이 편할 수 있다면 구단과 맞설 수 있는 강단도 있었다. 많은 선수들이 추신수의 존재감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이유다. 2024년 시즌을 앞두고는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기도 했다. 선수단 시설 개선, 팀 문화 정립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추신수 특별보좌역은 2024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예고한 상황이었고, 이는 주장 임기가 1년으로 끝날 것임을 의미했다. 2025년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주장을 뽑아야 했다. 그리고 추신수의 후임이라는 무거운 책무를 맡을 선수로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투수진의 리더인 김광현(37)이 선임됐다. 김광현 또한 2020년과 2021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서 뛴 선수다. 2년 연속 서로 다른 메이저리그 출신 주장이라는 보기 힘든 사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추신수와 김광현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뛰다 온 선수들인 만큼 선진적인 클럽하우스 문화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메이저리그가 그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잘 알고 있다. 추신수는 범접하기 어려운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였지만, 어린 선수들의 이야기도 귀를 기울이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따스함도 가지고 있었다. 김광현도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에서 뛸 당시에는 투수진에 아담 웨인라이트, 야수진에 야디어 몰리나라는 확실한 리더들이 있었다. 여기에 이들의 뒤를 받치는 베테랑 선수들이 상당히 많았다. 김광현은 “10년 차 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렇다면 그런 베테랑 선수들이 많은 팀에서 알력 다툼이 있지는 않았을까. 김광현은 “그런 것은 없었다. 서로 자기 할 일을 알아서 한다”면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꾀를 부리는 선수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라고 회상한다.

그런 문화에서 팀 정신이 나온다는 것을 배운 김광현은 주장이 된 이후로도 솔선수범한다. 투수 출신 주장이라는 흔치 않은 타이틀을 가졌지만, 야수들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일찌감치 주장 인수인계를 마쳤다. 야수들의 캠프 훈련 일정이 아무래도 투수들보다는 빡빡하기에 투수들을 설득해 웨이트트레이닝 일정을 조금 더 빨리 마치도록 했다. “야수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도 승리할 수 없다”는 김광현의 말에 투수들 전원이 그 방침을 성실하게 따랐다. 김광현의 어투는 무겁지 않았지만, 김광현이라는 존재감과 어법의 설득력은 또 하나의 카리스마를 만들고 있었다.
김광현도 오랜 기간 현역 생활을 하며 여러 리더십, 그리고 클럽하우스 문화를 접했다. 김광현은 조금 더 즐겁고 재밌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선은 그어두고, 그 안에서는 후배들에게 자율성을 주는 문화다. 메이저리그와 한국의 특성을 반반씩 섞어둔 것 같다. 김광현은 자신도 메이저리그에서 그런 문화 속에 야구장에 나가는 길이 즐거웠다고 말한다. 그런 문화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김광현은 “나는 그냥 좀 즐거웠으면 좋겠다. 야구장에 나올 때마다 항상 뭔가 재밌는 일이 있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 생각해 보면 약간 도살장 끌려가듯이 운동하러 나갔다가 스케줄의 틀 안에 갇혀서 스케줄대로 했던 것 같다. 팀에 틀은 있지만 그 안에서 진짜 행복하고 활기차게 야구를 하는 그런 팀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어린 선수들이나 나이 먹은 선수들이나 똑같은 동등한 입장에서 표현할 것은 표현했으면 한다”며 후배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그런 문화를 같이 만들어나가길 바랐다. 추신수는 떠났고, 김광현과 최정도 언젠가는 떠난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유산이 이어진다면, 청라 시대에도 이들의 정신은 살아 숨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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