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3년간 수많은 부상에 시달린 마이크 트라웃은 좀 더 건강하게 현역을 이어 가기 위한 방법으로 결국 중견수 자리를 내놓고 우익수로 이동한다
▲ 최근 3년간 수많은 부상에 시달린 마이크 트라웃은 좀 더 건강하게 현역을 이어 가기 위한 방법으로 결국 중견수 자리를 내놓고 우익수로 이동한다
▲ 2019년 이후 트라웃은 총 6시즌 동안 453경기 출전에 머물면서 지금은 부상 병동의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 2019년 이후 트라웃은 총 6시즌 동안 453경기 출전에 머물면서 지금은 부상 병동의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 네트워크는 매년 1월과 2월, 한 시즌을 앞두고 현시점 최고 선수 ‘TOP 100’을 선정한다. 2011년부터 이 랭킹이 매겨진 이래, 가장 1위를 많이 차지했던 선수는 단연 마이크 트라웃(34·LA 에인절스)였다. 여기에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단연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였다.

트라웃은 이 랭킹에서 2013년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뒤 2014년 2연패를 달성했다. 2015년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에 잠시 1위를 내주기는 했으나 2016년 다시 1위로 복귀한 뒤 2021년까지 연달아 6년 연속 최고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2022년 이후로는 1위에서 계속 멀어지는 양상이다. 2022년과 2023년, 그리고 2025년은 한때 팀 동료였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1위를 차지했고, 2024년 1위의 영광은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에게 돌아갔다.

트라웃은 메이저리그 통산 1518경기에 나가 타율 0.299, 출루율 0.410, OPS(출루율+장타율) 0.991을 기록 중인 최고의 타자다. 여기에 수비도 잘한다. 한때는 30도루가 쉬워 보였던 선수이기도 했다. 공·수·주 모두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냈고, 당장 은퇴해도 명예의 전당 입성이 가능해 보일 정도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를 쌓았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트라웃을 최고 선수라고 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경기장에 잘 안 보이기 때문이다.

한때 리그 최고의 운동 능력을 가진 선수로도 유명했던 트라웃은 매년 꾸준하게 많은 경기에 나가는 선수였으나 2021년을 기점으로 그 영광에 얼룩이 생기기 시작했다. 잦은 부상에 시달린 탓이다. 2021년은 36경기, 2022년은 119경기, 2023년은 82경기 출전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29경기밖에 나서지 못하면서 팬들과 구단의 한숨을 자아냈다.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몸이 너무 빨리 무너졌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런 트라웃은 오랜 기간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중견수’ 자리도 이제는 포기한다. LA 에인절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트라웃의 포지션을 바꾸기로 했다. 중견수에서 우익수로 자리를 옮긴다. 물론 간혹 중견수를 볼 때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주 포지션을 우익수로 옮기고 여기에 지명타자 활용 빈도를 높인다는 게 에인절스의 구상이다. 트라웃이 예전만한 몸 상태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그렇다면 수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미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은 이에 대해 “어제 스프링트레이닝 캠프에 도착한 트라웃은 코칭스태프와 면담을 갖고 포지션을 바꾸기로 결정했다”면서 “이것은 트라웃을 지키고, 그가 더 건강하게 선수 생활을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중견수는 수비 범위가 넓고 더 많은 공간을 뛰어 다녀야 한다. 근래 들어 엉덩이와 무릎 등 하체에 부상이 유독 많았던 트라웃을 계속 중견수에 두면 신체 능력도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덜한 우익수로 옮겨 트라웃의 건강을 더 챙기고, 더 많은 경기에 오랜 기간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ESPN은 “트라웃이 계속 중견수를 볼 수도 있고, 지명타자로 출전해 휴식을 취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가 맡아야 할 주 포지션은 우익수가 됐고, 미키 모니악이나 조 아델이 중견수를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이야기가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과거 조 매든 감독이 에인절스 사령탑에 부임했을 때 같은 이유로 트라웃의 포지션을 옮기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트라웃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일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오랜 기간 자신이 지켜온 자리를 한순간에 포기하는 것은 어려웠다. 이 슈퍼스타의 자존심을 건드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에인절스는 구상 단계에서 이를 접었다.

▲ 언제까지 계속 중견수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트라웃도 이 시점에서는 구단의 포지션 변경 제안을 받아들였다
▲ 언제까지 계속 중견수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트라웃도 이 시점에서는 구단의 포지션 변경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만 3년간 부상이 너무 이어지면서 구단도 이 구상을 다시 만지작거렸고, 트라웃 또한 지난해 말부터는 자신의 몸 상태를 이야기하며 이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포지션에 대한 문제는 구단이 일임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스프링트레이닝을 앞두고 에인절스가 트라웃의 포지션을 바꿀 것이라는 보도가 끊임없이 나왔고, 스프링트레이닝 시작과 함께 면담 자리에서 이를 통보한 것이다.

트라웃도 3년간 너무 많은 부상에 시달렸고, 이에 자신의 현역을 더 안전하게 연장하기 위해서는 포지션 변경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트라웃은 스프링트레이닝 현지에서 취재진을 만나 “그럴 때가 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순순하게 인정했다. 30대 중반에 이른 나이에 언제까지 중견수로 뛸 수는 없다는 것을 트라웃도 알기에 한 번은 바꿔야 할 시기가 왔다는 것이다.

이어 트라웃은 “단지 경기장에 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우익수도 재밌을 것이고, 즐겁게 나설 것이다. 우익수로 나가 최대한 편하게 수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캠프 시작부터 수비 훈련을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트라웃은 2019년 시즌을 앞두고 12년 총액 4억2650만 달러의 계약을 했다. 이 계약은 2030년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정작 이 대형 계약 이후 부상이 잦아지면서 팀에 많은 공헌을 하지 못했다. 2019년 이후 트라웃은 총 6시즌 동안 453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트라웃의 운동 능력이 현재 페이스로 처진다면 2030년까지 이어질 계약은 대실패로 끝날 수 있다. 트라웃이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라는 자존심을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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