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박현철 기자] “우리 팀 릴리프진은 절대 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구위 좋고 젊은 투수들이 가세하면서 힘이 좋아졌어요. 선발로서 그들을 믿고 던질 수 있습니다.”

이적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온전한 팔 상태에서 마운드에 오른다. 구단과 팬 앞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리고 투수조 조장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다. 조장으로서 그는 다그치기보다 따뜻하게 후배들을 배려하는 선배가 되고자 했다. 두산 베어스 좌완 선발 이현승(32)은 기량이 농익은 만큼 넓은 아량까지 보여줬다.

2006년 현대에서 데뷔한 이현승은 히어로즈에서 마일영(한화)-장원삼(삼성)과 함께 좌완 3인방으로 활약했다. 2009시즌은 히어로즈 시절 13승을 거두며 커리어하이 성적으로 팀 에이스 노릇을 한 동시에 히어로즈의 4강 경쟁에도 힘을 보탰다. 이후 대권 도전을 노린 두산에 금민철+현금 10억원의 반대급부로 이적했다. 김경문 당시 감독이 씩씩하게 던지는 이현승 스타일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2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미 2009시즌 후반기부터 팔꿈치가 좋지 않았던 이현승은 결국 두 시즌 동안 팀이 원하던 좌완 에이스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2011시즌 후 상무 입대했다. 2013년 4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및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이현승은 2014시즌 팀의 계투로 뛰다 막판 선발로 전향하며 65경기 3승3패15홀드 평균자책점 5.07을 기록했다. 선발 4경기 평균자책점 3.97로 내용은 괜찮았다.

팔꿈치 재활도 온전히 마치고 돌입하는 2015년은 이현승에게 본격적인 전력투구 시즌이 될 전망이다. 김태형 감독도 공석이던 5선발 자리를 이현승에게 맡기기로 했기 때문. 이적 후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대해 움츠러들었던 이현승도 “이제는 두산 이현승으로서 실적을 올려야 할 때”라며 자신감과 당위성을 내세우며 어깨를 폈다.

그리고 이현승은 지난 15일 수원 kt와의 시범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시범경기이기는 해도 사사구 없이 5이닝을 잘 막았다는 점은 분명 뜻 깊었다. 이현승은 15일 경기를 복기하며 “몰리는 공이 많은 편이었다. 내가 잘 던졌다기보다 우리 타자들이 도와준 경기”라며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다음은 이현승과의 일문일답이다.



-15일 kt전을 자평한다면.

▲ 나는 강속구 투수가 아니라 제구력을 앞세우는 스타일의 투수다. 무사사구 기록은 만족하지만 사실 몰리는 공이 많아서 제구력이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팀 타자들이 도와줬다.

-경기를 돌아봤을 때 아쉬웠던 부분이 있는가.

▲ (앤디) 마르테 타석과 신명철 선배 타석. 홈런을 내주고 나서 곧바로 2루타를 허용하며 장타로 집중타를 얻어맞았다. 자칫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던 순간이라 그 부분이 아쉬웠다.

-시범경기인 만큼 당일 기록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던지면서 느낀 몸 상태다. 몸 상태와 자신의 구위를 자평한다면.

▲ 100%는 아니다. 그만큼 스스로 자체 점검도 신경을 쓰고 있다. 점차 날씨가 따뜻해지면 스피드도 더 올라오고 좀 더 수월하게 내 공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팔꿈치 수술 후 재활 기간이 있기는 했으나 그래도 연투 등을 하며 2014시즌을 보냈다. 피로도도 무시할 수 없었을 텐데.

▲ 피로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크게 신경은 쓰지 않는다. 시즌이 끝난 후 잘 쉬었고 또 단체 훈련 뿐만 아니라 개인 훈련에도 집중한 만큼 피로도 다 풀렸고 몸과 팔 상태도 전혀 문제 없다.

-자신의 시즌 보직이 사실상 확정된 만큼 목표도 구체적으로 잡혔을 것 같다.

▲ 몇 승을 거두겠다고 정한 목표는 없다. 다만 확실한 결과물은 반드시 내고 싶다. 2009년 13승은 히어로즈 팬들 앞에 보여준 성과물일 뿐. 두산 팬들을 위해 내가 잘해서 보여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두산 팬들 앞에 꼭 좋은 결과물로 보답하고 싶다.

-선수 개인 뿐만 아니라 투수 조장으로서 전체를 아우르는 입장이다. 후배들이 잘 따르는지.

▲ 처음 생각했을 때는 내심 우려도 했는데 동료들, 후배들이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 스트레스 없이 일하고 있다. 다들 착하고 이야기하면 잘 따라와주고. 공도 잘 던진다. 그만큼 선배들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께서도 정말 좋아하신다.

-외부에서 두산 계투진에 대해 불안하다는 이야기도 많다.

▲ 우리 중간계투진은 절대 약하지 않다. 정재훈(롯데) 선배도 빠지고 해서 불안하다는 이야기도 많은 데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김강률, 함덕주, 장민익, 이현호 등등 젊은 투수들이 정말 좋은 공을 던진다. 선발로서 계투를 믿고 던질 수 있다. 난 오히려 우리 계투진이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볼도 다들 싱싱하고. 경험 부족을 지적받지만 경험은 쌓으면 되는 것 아닌가.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선발로 호투하고 계투 난조로 경기가 자주 뒤집어진다면 솔직히 서운하지 않겠는가.

▲ 에이, 혼자 하는 야구가 아니고 단체 운동인데 그런 마음 가지면 안 되지요.(웃음) 우리 계투진은 정말 잘 할 것이다.

[사진] 이현승 ⓒ 두산 베어스

[영상] 이현승 3연속 탈삼진 ⓒ SPOTV NEWS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