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골드글러브 수상할 것” 베테랑 극찬 이유 있었네… 슈퍼 유틸리티 테스트 합격, 도쿄 갈 준비 마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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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베네수엘라 출신의 내야수 미겔 로하스(36·LA 다저스)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다. 2014년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마이애미에서 오랜 기간 주전급 유격수로 활약했고, 메이저리그 통산 1182경기에 뛰었다. 지난해에는 스타 군단이라는 다저스에서 주전 유격수로 시즌을 마감했다.
비록 골드글러브 수상 경력은 없지만 평균 이상의 수비수로 수비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선수였다. 내야에서 가장 수비 난이도가 높다는 유격수 자리를 오랜 기간 지켰고 지금도 그렇다. 로하스는 통산 유격수로 922경기에 나가 무려 7109이닝을 소화했다. 그 과정에서 리그에서 잘한다는 수비수들을 모두 눈에 담은 선수이기도 하다. 3루수와 2루수, 1루수 경험도 있는 대표적인 내야 유틸리티 선수이기도 하다. 다저스가 왜 로하스를 2025년 팀 로스터에 남겼는지는 그런 수비력에서 이유를 찾으면 틀림이 없다.
그런 로하스가 극찬을 아끼지 않은 선수가 있다. 자신의 경쟁자가 될지도 모를 김혜성(26·LA 다저스)을 칭찬하고 나섰다. 로하스는 24일(한국시간) ‘LA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김혜성은 2루수 자리에서 골드글러브와 플래티넘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능력이 있다”고 단언해 화제를 모았다.
아시아 출신으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내야수는 2023년 김하성(당시 샌디에이고·현 탬파베이)이 유일하다. 일본에서 그 수비를 잘한다는 귀신들도 메이저리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사례가 있는데, 로하스는 김혜성의 수비력을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골드글러브 수상자 중 ‘최고’에게 주는 ‘왕중왕’은 플래티넘 골드글러브는 그 수비를 잘한다는 김하성조차 아직 후보에도 들어간 적이 없다.
로하스가 그런 대담한 예측을 한 것은 김혜성의 운동 능력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저스 및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김혜성에 가장 반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로하스는 “운동 능력이 정말 좋은 것 같다. 더블 플레이도 잘한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일정하게 공을 잡고 플레이한다”면서 김혜성의 운동 능력과 기본기를 칭찬하고 나섰다. 뛰어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수비 범위가 넓고, 여기에 안정적인 모습까지 갖췄기에 최고 수비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다저스는 그런 김혜성의 능력을 믿고 키케 에르난데스, 크리스 테일러의 뒤를 이을 슈퍼 유틸리티로 낙점했다. 김혜성은 KBO리그 시절 유격수와 2루수를 봤다. 특정 시기 좌익수를 본 적은 있지만 외야수 경험은 그의 경력에 견줘볼 때 사실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다저스는 김혜성이 중견수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었고, 대다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김혜성의 폭발적인 운동 능력을 들어 이에 동의하고 있었다.
좌익수나 우익수는 타구가 휘어져 들어오기 때문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흔히 좌익수나 우익수의 수비가 중견수보다 더 쉽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반대로 중견수는 커버해야 할 범위가 넓어 웬만한 주력으로는 소화하지 못한다. 다만 타구는 비교적 정직한 편이다. 김혜성의 운동 능력이라면 중견수를 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 다저스다. 2루와 유격수는 물론 중견수까지 볼 수 있다면 다저스도 로스터 운영에 큰 이득이자, 김혜성도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다.
그런 다저스의 구상은 시범경기 수비 포지션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김혜성은 21일 시카고 컵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에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근래까지 봤던 가장 익숙한 포지션에 배치하면서 부담을 덜어줬다고 볼 수 있다. 김혜성은 경기 중반 교체될 때까지 별다른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2루 수비를 해냈다.
이어 23일 캔자스시티 로얄스와 경기에서는 유격수로 출전했다. 오래간만에 유격수로 나선 탓인지 강습 타구를 잡지 못하는 실책을 범하기는 했지만, 다저스는 김혜성에게 충분히 적응할 시간을 준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24일 미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카멜백랜치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경기에서는 경기 중반 중견수로 넣어 외야 테스트에도 나섰다. 김혜성이 중견수로 뛰는 건 프로 경력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7회부터 중견수 수비에 나간 김혜성은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클레이 던건이 친 타구를 잘 쫓아가 잡았다. 아주 빠른 타구는 아니었지만 플라이볼이 아닌,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라 타구 판단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혜성은 비교적 여유가 있게 이 공을 잡으며 중견수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현지 중계진에서도 “김혜성이 가볍게 잡아냈다. 빠른 발을 가진 그가 빠른 판단으로 달려 나왔다. 쉽게 잡아냈다”면서 이 포지션에서의 경험이 거의 없는 김혜성의 적응을 칭찬했다.
다저스는 선수들의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인 무키 베츠도 원래 포지션인 우익수는 물론 2루수와 유격수까지 소화한다. 맥스 먼시는 3루와 2루, 미겔 로하스는 내야 전 포지션을 본다. 토미 에드먼, 크리스 테일러, 키케 에르난데스는 내·외야 포지션 소화가 모두 가능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김혜성이 그 계보를 잇기 위해 나서고, 다저스는 그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셈이다. 현지 중계진 또한 “다저스는 최근 수년간 그 부분(멀티플레이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서 김혜성의 비중을 설명했다.
한편 수비에서 기분 좋게 경기를 마친 김혜성은 타격에서도 안타를 치며 힘을 냈다. 21일 컵스전에서 1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한 김혜성은 두 타석에서 공 13개를 보며 집중력과 끈질김을 보여줬다. 23일 캔자스시티전에서는 출루를 하지 못했으나 이날은 경기 중간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2타수 1안타 1볼넷 1삼진을 기록하며 시범경기 첫 안타도 신고했다.
안타 하나는 김혜성의 콘택트와 빠른 발의 가능성을 모두 보여줬다. 3-2로 앞선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무키 베츠를 대신해 타석에 선 김혜성은 상대 투수의 97마일(약 156㎞)의 싱커를 쳐 1·2루간으로 타구를 보냈다. 강속구에도 일단 콘택트가 됐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이어 전력 질주한 김혜성은 공보다 먼저 1루에 도달하며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 평가를 받는 김혜성의 진가가 드러났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김혜성의 동료로 그의 능력을 지켜본 토미 에드먼은 LA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김혜성이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에 고전할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다른 생각을 내놨다. 에드먼은 “(메이저리그의) 평균 구속이 높기 때문에 적응 과정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김혜성은 헛스윙이 많은 선수들에 비해 스윙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잘 적응할 것이다. 그는 맞히는 유형의 선수이고, 구속에도 쉽게 적응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런 에드먼의 평가가 이 안타에서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었다.
6회 이날 경기 두 번째 타석에서는 차분하게 볼넷을 골라 2출루 경기를 만들어냈다. 8회 무사 1,2루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나 득점권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날 보여줄 것은 어느 정도 다 보여주고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 또한 “안타가 나왔고, 스피드는 놀라웠다. 김혜성의 스피드는 우리가 그에게 가장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외야 수비도 좋았다”면서 합격점을 내렸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다저스는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다. 당장 김혜성을 극찬한 미겔 로하스 또한 김혜성의 경쟁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줘야 할 것이 많다. 일단 계속된 유틸리티 플레이어 실험을 이겨내야 한다. 다소간 정신이 없을 수 있지만, 다저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시범경기 내내 2루수·유격수·중견수를 오갈 것으로 보이는데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 타석에서도 적어도 콘택트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 그 과정을 모두 성공적으로 마쳐야 도쿄행 비행기가 보인다. 3월 18일과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릴 예정인 시카고 컵스와 ‘도쿄시리즈’(스포티비 중계 예정)가 다가오는 가운데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이 도쿄에서 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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