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은 막스 에베를 바이에른 뮌헨 단장의 공격진 구상에 가장 적합한 조각이다. 해리 케인과 좋은 호흡을 보인 전력과 최전방·측면을 오갈 수 있는 '멀티성', 풍부한 경험을 두루 지닌 공격수다.
▲ 손흥민은 막스 에베를 바이에른 뮌헨 단장의 공격진 구상에 가장 적합한 조각이다. 해리 케인과 좋은 호흡을 보인 전력과 최전방·측면을 오갈 수 있는 '멀티성', 풍부한 경험을 두루 지닌 공격수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이번 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약점 중 하나는 백업 공격진이다. '주포' 해리 케인(31) 뒤를 받칠 공격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준수한 기량을 지닌 2옵션 스트라이커를 보유하기란 구조적으로 녹록지 않다. 출전 시간에 불만을 품고 임대 또는 이적을 꾀할 공산이 큰 탓이다. 최전방과 측면을 오가는 멀티 공격수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막스 에베를 뮌헨 단장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고민이 읽힌다. 독일 최고 명문과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 사이 꾸준한 접점 형성에는 근거가 있다.

에베를 단장은 6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일간지 빌트에 실린 인터뷰에서 "좋은 백업 공격수를 영입하는 건 쉽지 않다. 맨체스터 시티를 보라. 훌리안 알바레스가 엘링 홀란 백업으로 준수한 경기력을 보였지만 출전 시간 부족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떠나지 않았나"라면서 "이 탓에 여러 포지션을 오갈 수 있는 멀티 공격수를 찾고 있다. 그게 케인 백업 물색의 답이라 본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에베를 단장이 구상하는 해답에 가장 적합한 퍼즐이다. 주 포지션은 왼쪽 윙어지만 최전방·세컨드 스트라이커 역할도 소화할 수 있다. 더욱이 양발 모두에 능해 좌우 측면을 두루 뛸 수 있는 장점도 지녔다. 

지난 시즌 케인이 독일로 떠난 뒤 '멀티성'을 증명했다. '9번' 역할을 맡으면서 곧잘 골망을 출렁였다. 도미닉 솔란케가 합류하면서 다시 측면으로 옮겼지만 언제든 지난해 기억을 되살릴 경험과 기량이 있다. 손흥민은 여전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두 자릿 수 골·도움을 기록할 수 있는 공격수다. 올 시즌 상대적으로 부진하지만 리그에서 6골 9도움을 수확했다. 공식전 36경기에선 10골 10도움을 쓸어담았다.

근거 없는 옹호가 아니다. 포지션별 비교 통계를 살펴도 '공격수 손흥민' 경쟁력은 여실히 드러난다. 축구 통계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는 지난달 26일 이번 시즌 포지션별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자 11명을 추렸다. 스트라이커, 윙어, 중앙 미드필더, 풀백, 센터백, 골키퍼로 나눠 뽑은 명단에서 손흥민은 왼쪽 측면을 차지했다. 

올해 손흥민은 총 15개 공격포인트로 왼쪽 윙어 가운데 가장 높은 스탯을 수확했다. 루이스 디아스, 코디 학포(이상 리버풀) 앤서니 고든(뉴캐슬)이 11개로 손흥민 뒤를 이었다. '일본의 손흥민'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튼 앤드 호브 알비온)도 10개로 얼굴을 비쳤다. 리그 전체를 기준으로 잡아도 눈부시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공격포인트가 10번째로 많다.

1992년생 동갑내기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전 포지션 통틀어 최다 공격포인트를 쓸어담았다. 올 시즌에만 총 42개(25골 17도움)를 챙겼다. 오른쪽 측면에 당당히 제 이름을 새겼다. 최전방에는 최근 이강인과 스왑딜 가능성이 제기된 알렉산더 이사크(뉴캐슬)와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이 나란히 칸을 채웠다. 각각 24개(19골 5도움) 22개(20골 2도움)의 공격포인트를 수확했다.

지난 시즌 성적(17골 10도움)과 라이벌 살라의 놀라운 페이스가 맞물려 올해 손흥민은 상대적으로 부진해 보인다. 그러나 기록에서 보듯 결코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진 게 아니다. 올겨울 온갖 이적설에 시달리고 있는 그이지만 피치에서 보이는 기량과 시즌 스탯, 라커룸 내 영향력 등을 아울러 고려하면 노쇠화 조짐을 심각히 우려할 필요까진 없다.

다만 뮌헨의 꾸준한 움직임에도 손흥민과 케인의 재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적설 불씨를 꺼트릴 의미 있는 보도가 지난 4일 현지에서 나왔다. 영국 '풋볼 런던'에서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동하는 알라스데어 골드는 이날 스퍼스가 올여름 방출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 7인을 언급했다. 여기에 손흥민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

골드 기자가 적은 '예상 살생부'에는 미드필더 이브 비수마와 윙어 브리안 힐, 풀백 세르히로 레길론, 스트라이커 티모 베르너, 골키퍼 프레이저 포스터와 알피 화이트먼이 거론됐다. 북런던 입성 후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는 공격수 히샤를리송 역시 공신력 높은 전담 기자 펜을 피하지 못했다.

토트넘이 방출 명단에서 손흥민을 제한 건 의미가 적지 않다. 여전히 그의 기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 보드진 차원에서 손흥민이 주장으로서 선수단 분위기를 잡아주는 리더 역할을 수행하면서 실제 피치 위 전술 구현에도 필수적인 존재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최근까지도 각종 이적설에 시달렸다. 뮌헨을 필두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나폴리(이탈리아) 페네르바체(터키) 등 유럽 구단은 물론 사우디의 알 이티하드, 알 아흘리까지도 연결됐다. '단짝' 케인을 넘어 옛 스승인 안토니오 콘테, 주제 무리뉴와 재회 가능성도 거론하는 기사가 무수히 쏟아졌다.

'커트 오프 사이드'는 "뮌헨은 앞서 EPL에서 활약한 선수를 자주 영입했다. 맨시티에서 르로이 사네를 데려왔고, 리버풀에선 사디오 마네를 영입했다"면서 "뮌헨에는 이미 손흥민의 옛 동료가 둘이나 있다. 손흥민이 합류할 경우 적응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서도 흐름은 비슷하다. 'TZ'는 "뮌헨은 영입 명단에 새로운 톱스타를 추가했다. 아마도 케인이 가장 좋아할 소식"이라며 손흥민과 재회를 암시했다. 토트넘 시절 함께 뛰며 손-케 듀오라 불린 영혼의 콤비가 뮌헨에서 재현될 가능성을 주목한 것이다. 

최근 변화 움직임을 보이는 토트넘 보드진 태도는 여러 해석을 낳게 한다. 일각에선 1년 계약 연장에도 손흥민을 향한 러브콜이 이어지자 지킨다는 제스처를 통해 몸값을 더 올리려는 계산이 녹아 있지 않느냐는 시선이 있다. 금액을 올리는 방안 중 하나는 방출 신호를 먼저 주지 않는 것이다. 지난 4일 방출 명단 제외 보도의 의미가 적지 않은 배경이다. '탈(脫) 북런던' 불씨는 아직 완전히 연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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