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돌이 유니폼을 입고 포효하는 한화 문동주. ⓒ한화이글스
▲ 꿈돌이 유니폼을 입고 포효하는 한화 문동주. ⓒ한화이글스
▲ 꿈돌이 유니폼을 입고 홈런을 친 한화 문현빈 ⓒ 한화 이글스
▲ 꿈돌이 유니폼을 입고 홈런을 친 한화 문현빈 ⓒ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한화 이글스는 의심의 여지 없는 전국구 인기 구단이다. 올해 한화생명볼파크라는 신구장 개장과 함께 123만 1840명의 관중을 유치해 구단 신기록을 썼다. 놀라운 점은 99.3%에 달하는 관중석 점유율이다. 1만 7000석 한화생명볼파크에 경기당 1만 6875명이 입장했다.

야구장 밖에서도 그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KBO가 지난 7월 발표한 전반기 시청 데이터 지표에서 한화는 '톱10'을 독식했다. 전반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6월 8일 한화-KIA전(3.44%)을 포함해 최고 시청률 11경기(공동 10위) 가운데 10경기에 한화가 들어갔다. 한화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이글스TV'는 KBO리그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5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자랑한다. 

그런데 한화는 1200만 관중 시대에 '전국구 인기 구단'이 대세를 넘어 당연한 일이 된 협업 마케팅에 유독 소극적인 것처럼 보였다. 사실 한화도 수많은 협업 제안을 받았다. 실제 상품화가 이뤄진 외부 IP(Intellectual Property) 혹은 브랜드와 협업은 극히 드물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는 팬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화가 올해 수많은 협업 제안을 고사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화이글스 세일즈마케팅팀 측은 "굉장히 다양한 제안이 있다. 패션 브랜드, F&B(식음료)도 있고, 관련 상품, 캐릭터도 많다"면서 "올해 한화는 타 구단과 다른 특수한 상황이 있었다. 리브랜딩과 BI(Brand Identity) 교체다. 'RIDE THE STORM'이라는 슬로건을 새로 만들었다. 리브랜딩 첫 해 목표는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확대하고 이를 알리는 것이었다. 많은 협업 제안이 있었고 앞으로 다양한 협업 상품을 염두에 두고도 있지만 그럼에도 새 BI를 알리는 것, 우리 브랜드 힘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 'RIDE THE STORM' 깃발을 든 한화 주장 채은성. ⓒ 한화 이글스
▲ 'RIDE THE STORM' 깃발을 든 한화 주장 채은성. ⓒ 한화 이글스

올 시즌 유일한 캐릭터 상품 협업은 1993년 대전 엑스포 마스코트인 꿈돌이와 함께 했다. 담당자는 "우리 브랜드 자산과 우리 IP를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봤다. 그래서 우리 마스코트인 '수리'를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꿈돌이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꿈돌이는 캐릭터 이전에 대전의 상징이라고 판단했다. 꿈돌이가 가진 스토리, 꿈이라는 이미지가 우리의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 브랜드 철학과 맞다고 생각했다. 캐릭터 컬래버레이션을 해야해서가 아니라 우리 철학을 친근하게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협업이라고 판단했다. 인기있고 트렌디한 캐릭터와 협업 제안도 있었지만 이글스 구단과 뚜렷한 관련이 없었거나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부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화에서도 다양한 IP와 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팬들의 불만을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협업'을 성과로 앞세울 생각은 없다. 담당자는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속성이다. 야구가 흥행하고 있고 많은 제안이 오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런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브랜드의 힘이다. 먼저 우리 브랜드에 힘이 있어야 한다. 계속 아카이빙이 될 필요도 있다. 단기적인 매출보다 장기적인 시선으로 봤다. 팬들의 요구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 수리 브랜드를 강화하고 나서 장기적으로 보고 우리 브랜드와 맞는 IP를 선택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매출에 대한 불만이 나오지 않았을까. '찍는대로 팔리는' 시대인 만큼 더 많은 IP와 협업으로 더 많은 상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화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화 측은 "협업 자체보다 우리 자산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구단의 스페셜 유니폼에 투자를 하고 퀄리티를 높이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매출 면에서는 꿈돌이 컬래버레이션 상품  외에도 40주년 유니폼, 밀리터리 유니폼 등 자체 스페셜 유니폼 판매도 전혀 아쉽지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 1985년 창단을 기념하는 '40주년 특별 유니폼'을 입은 한화 이도윤 ⓒ 한화 이글스
▲ 1985년 창단을 기념하는 '40주년 특별 유니폼'을 입은 한화 이도윤 ⓒ 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와 세터의 협업 의류 화보.
▲ 한화 이글스와 세터의 협업 의류 화보.

의류 브랜드와 협업도 마찬가지다. 지난달에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인 '세터'와 협업한 의류 상품을 출시해 큰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서도 한화의 원칙이 굳게 지켜졌다. 단순히 인기 있는 브랜드가 아니라 구단의 브랜딩과 사업 방향성에 적합한 곳을 찾은 결과가 세터와의 협업이다. 

세일즈마케팅팀 담당자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브랜드의 힘이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브랜드가 확장되고 팬덤이 커지려면 '라이프스타일'에 녹아들면서 더 많은 곳에 노출돼야 한다고 봤다. 그런데 야구단이 자체적으로 만드는 의류에는 한계가 있다. 세터와 협업은 패션 쪽 카테고리를 넓히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가을 야구를 앞두고 있는 시기,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시기에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세터는 그런 면에서 가을 의류에 적합한 브랜드이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구단과 맞는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가을 야구에 대한 상징성을 드러내면서도 일상복에 가까운, 동시에 한화 자체 브랜드(스파이더)와 겹치는 상품이 적은 곳이 바로 세터였다. 담당자는 "세터는 다른 구단과 협업한 브랜드들과 달리 '스포티'보다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가까운 이미지가 있다. 스파이더와 함께 하면서 이미 패션 카테고리 상품이 작년보다 5배 이상 늘었다. 그런 가운데 외부 협업 상품과 기존 상품이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터와 협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가을 의류의 대표 아이템인 니트 의류에 중점을 뒀다고.

세일즈마케팅팀 측은 조건만 갖춰진다면 앞으로 더 많은 IP, 브랜드와 협업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체 브랜드의 메시지를 알리고 싶고 협업하는 상대 브랜드 역시 매출과 홍보에 대한 요구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 서로의 목표가 잘 맞아떨어진다면 성공적인 협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꿈돌이 협업이 성공한 이유는 꿈이라는 키워드와 우승이라는 목표를 접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앞으로도 BI 리뉴얼 이후 구단의 메시지를 강화하고 도달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 또한 중요한 일. 담당자는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못한다면서도 "꿈돌이 협업 상품은 구단 역대 스페셜 유니폼 가운데 손 꼽히는 매출이 나왔다. 세터와 협업 상품도 그동안 있었던 협업 가운데 상위권에 자리잡았다"며 성과를 설명했다. 

▲ 대전한화생명볼파크 전경 ⓒ곽혜미 기자
▲ 대전한화생명볼파크 전경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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