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FC SNS
▲ LAFC SNS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손흥민(33, 로스앤젤레스 FC)이 미국 축구계 순위판을 갈아엎고 있다.

토트넘 시절부터 이어온 월드클래스 본능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무대서도 훼손되지 않았다.

스퍼스와 한국 대표팀 '캡틴' 출신인 손흥민 가세는 전력 보강 차원을 넘어 구단 위상과 리그 전체 판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현지 언론과 MLS 사무국은 한목소리로 외친다. "현재 이 팀을 막을 수 있는 클럽은 없다.”

이들은 끝내 LAFC를 파워랭킹 1위 구단에 올려놓았다.

MLS 사무국이 1일(이하 한국시간) 공개한 주간 파워랭킹은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손흥민이 온 이후 LAFC는 더는 이전과 같은 팀이 아니라는 주장이 선명했다.

지난주 6위였던 LAFC는 이번 평가에서 무려 4계단을 뛰어올라 2위에 자리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중위권에서 헤매던 팀이 단숨에 정상권에 안착한 것이다. 

서부 콘퍼런스에서는 단연 1위.

빼어난 윙어 영입이 낳은 상승 기류를 넘어 우승후보로 격상된 ‘체급 변화’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은 손흥민이다.

지난달 28일 세인트루이스 시티 원정에서 멀티골로 팀 3-0 완승에 크게 한몫했다. 여기에 '새 단짝' 데니스 부앙가도 쐐기골을 보태 ‘흥부 듀오’가 다시 한 번 리그를 뒤흔들었다. 

두 사람이 합작한 연속 득점 기록은 어느덧 17골. MLS 사무국은 “역사적 수치”라며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조합”으로 지목했다.

손흥민의 적응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MLS 무대에 선 지 이제 겨우 두 달 남짓. 그러나 성적은 이미 정상급이다. 8경기에서 8골 3도움. 특히 최근 4경기에서만 7골 1도움을 몰아쳐 그야말로 '미국을 집어삼킨' 수준의 퍼포먼스를 뽐내는 중이다.

스탯도 놀랍지만 존재감은 그보다 두세 수 위다.

MLS 수비진이 손흥민을 어떻게 막을지 고민하는 사이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서도 그랬듯 빠른 침투와 양발 슈팅, 결정적인 순간을 읽는 ‘킬러 본능’을 여지없이 발휘했다. 

미국 '폭스 스포츠' 멕시코판 등 현지 언론이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와 비교가 상징적인 비유를 넘어 현실적인 경쟁 구도로 형성되는 추세”란 평을 괜히 내리는 게 아니다.

LAFC도 달라졌다.

손흥민 합류 이전 목표는 플레이오프 티켓 확보였다. 하나 지금은 정규리그 1위 도약까지 현실적으로 노리고 있다.

현재 15승 8무 7패, 승점 53으로 어느새 서부 3위까지 올라섰다. 선두 샌디에이고 FC와 밴쿠버 화이트캡스(이상 승점 57)와 승점 차는 불과 4점.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한 그림이다.

흥부 듀오 '케미' 역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둘의 파트너십은 골을 합작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진짜 힘은 ‘관계’에 있다.

직전 세인트루이스전에서 후반 22분 LAFC는 상대 핸들링 반칙으로 페널티킥(PK)이 얻어냈다.

당초 공을 들고 있던 건 부앙가였다. 

부앙가는 현재 리그 23골로 메시와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통 공격수라면 당연히 자신이 찼을 상황.

하나 가봉 국가대표는 멀티골을 쌓은 손흥민에게 공을 건네며 “해트트릭을 하라”고 배려했다.

더 놀라운 건 그다음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곧바로 거절했다. "네가 차는 게 맞다. 득점왕을 타야 하지 않나”라며 공을 돌려보냈다.

비디오 판독(VAR) 끝에 PK는 취소됐지만 두 선수가 보여준 장면은 LAFC 팬들에게 큰 울림을 남겼다.

경기 후 부앙가는 “쏘니는 멋진 동료다. 내가 메시를 넘어 득점왕을 타길 원했다”며 웃었다.

축구에서 득점만큼 개인 열망이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은 드물다.

손흥민과 부앙가는 그럼에도 욕심보다 ‘신뢰’를 공유하며 팀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다.

해외 언론 또한 찬사 일색이다.

영국 정론지 '가디언'은 지난달 30일 “손흥민은 한국이 낳은 최고 스타이자 아시아의 상징적인 선수”라며 “그의 합류는 LAFC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었다”고 호평했다.

실제 최근 부앙가 활약은 손흥민과 시너지가 없었다면 설명하기 어렵다.

손흥민 합류 이후 4경기에서 그는 무려 8골을 쓸어 담았다. 

이 기간 두 차례나 해트트릭을 달성해 어느새 메시와 나란히 득점 공동 선두(23골)에 섰다.

블랙 앤드 골드 등 번호 99가 “쏘니의 존재가 나를 더 큰 도전으로 이끈다. 함께 뛰는 게 즐겁다” 고백할 정도다.

부앙가는 더 나아가 “(올해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에게 마지막 우승을 선물하고 싶다. 손흥민이 오면서 선수단 자신감이 크게 높아졌다. 이제 우승은 현실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손흥민 합류는 단순한 경기력 상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MLS는 물론 LAFC라는 구단 위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 전까지 LAFC는 ‘강팀 중 하나’에 불과했다. 지금은 그러나 팬덤과 미디어 노출, 상업적 가치까지 리그 최고 수준으로 급부상했다. 

실제 MLS 공식 중계사 데이터에 따르면 손흥민이 출전한 경기 평균 시청률은 기존 대비 2배 이상 치솟았다.

구단 굿즈 매출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미국 내 한인 사회는 물론 한국과 아시아 전역에서 LAFC 이름값이 커지고 있다.

이는 LAFC 성공을 넘어 MLS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준다. ‘손흥민 효과’가 리그를 글로벌 축구계에서 더 주목받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손흥민은 이제 새 기록에 도전한다.

오는 6일 오전 10시 홈에서 열리는 애틀랜타 유나이티드전에서 리그 5경기 연속골을 노린다. 현재 흐름이라면 충분히 적중 가능한 과녁이다.

더 큰 기대는 플레이오프 무대다.

인터 마이애미가 최근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파워랭킹 7위에서 4위로 도약했다. 자연스레 올가을 ‘손흥민 vs 메시’ 드림매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서양 스타 플레이어끼리 맞대결을 넘어 MLS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손흥민이 없던 LAFC는 플레이오프 진출권 경쟁에 몰두하던 팀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이 오자 팀은 달라졌다. 17골을 합작한 흥부 듀오는 리그를 집어삼켰고 구단은 우승후보로 변모했으며 리그 전체 판도는 요동치고 있다. 모든 질문과 조명, 흐름이 영미권에서 고루 역사를 쓰려 하는 축구판 '캡틴 코리아'를 향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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