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장하준 기자]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때 출전 기회를 잃고 이적설의 중심에 섰던 그가, 이제는 팀의 전술을 완성시키는 ‘핵심 퍼즐’로 돌아왔다. 100번째 출장 경기에서 결승골을 도우며 ‘리그앙 이주의 팀’에 선정된 그의 활약은 명실상부 PSG의 미래를 다시 증명한 순간이었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11일(한국시간) 2025-26시즌 리그앙 12라운드 베스트11을 발표하며 이강인의 이름을 명단에 포함시켰다. 포메이션은 4-4-2. 이강인은 오른쪽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됐다. 후스코어드는 그에게 평점 7.93점을 부여하며 “결정적인 어시스트로 팀의 승리를 이끈 미드필더”라고 평가했다.

그의 활약은 지난 10일 프랑스 리옹 그루파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랭피크 리옹과의 1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빛났다. 이강인은 후반 추가시간 절묘한 크로스로 주앙 네베스의 결승골을 도우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팽팽하던 경기를 단숨에 뒤집은 이 ‘극장 어시스트’로 PSG는 리그 단독 선두를 굳혔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는 이강인의 PSG 통산 100번째 출전 경기였다. 그는 자신의 상징적인 이정표 위에서 팀 승리를 직접 완성시켰다.

사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강인의 입지는 불안했다. 지난 시즌 후반부터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출전 시간이 급감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주요 일정에서도 벤치를 지키는 날이 많았다. 프랑스 언론은 “이강인이 구단에 직접 이적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나폴리, 아스널, 노팅엄 포레스트 등 복수 구단이 관심을 보였지만 PSG는 단호했다.

구단 단장 루이스 캄포스는 “그의 잠재력은 여전히 PSG의 자산”이라며 높은 이적료를 설정, 사실상 이적을 봉쇄했다. 그는 “이강인은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 가치가 있는 선수”라며 2년 전 마요르카에서 2,200만 유로에 영입할 때의 금액보다 1.5배 높은 금액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다. 결국 PSG는 이강인을 지켰다.

그리고 이강인은 실력으로 자신이 왜 붙잡혀야 했는지를 증명했다. 시즌 개막을 앞둔 UEFA 슈퍼컵 토트넘전에서 왼발로 추격골을 터뜨리며 부활의 서막을 알렸다. 그 기세를 리옹전에서도 이어갔다. 교체 투입 후 경기의 리듬을 주도했고, 종료 직전 결정적인 어시스트로 승부를 갈랐다. PSG 팬들은 SNS를 통해 “그의 킥 한 방이 경기의 무게 중심을 바꿨다”며 환호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 역시 경기 후 이강인을 향해 극찬을 쏟아냈다. “이강인은 전술의 마지막 조각”이라며 “공간을 읽는 감각, 킥의 정밀도, 그리고 자신감이 모두 최고 수준이다. 코너킥 하나에도 그의 품격이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PSG 유니폼으로 100번째 경기를 치른 그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구단 내부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경기 후 캄포스 단장은 직접 라커룸을 찾아 이강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념 메달을 전달했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방출 후보군으로 분류되던 선수가 이제는 팀의 핵심으로 존중받고 있다.

프랑스 현지 언론의 평도 긍정 일색이다. ‘르파리지앵’은 “이강인이 열정을 되찾았다. 그는 이제 PSG의 라커룸에서 리더십을 보이는 인물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친구인 아센시오의 이적 이후 한때 외로워 보였지만, 지금은 유머와 활력으로 팀 분위기를 주도한다”고 보도했다. ‘소풋’ 역시 “과소평가됐던 이강인이 100번째 경기에서 진짜 가치를 증명했다”며 “그는 부족했던 적이 없다. 단지 세상이 그를 늦게 알아봤을 뿐”이라고 칭찬했다.

이번 시즌 이강인은 2골 1도움을 기록 중이지만, 단순한 공격 포인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엔리케 감독이 중시하는 ‘전술 유연성’을 완벽히 구현하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윙어로도, 중앙 미드필더로도 활약하며 팀의 빌드업 전개와 전환 플레이를 주도한다. 특히 후반 교체 투입 시 상대 라인의 균형을 흔드는 움직임은 PSG의 전술 옵션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강인의 성장 배경에는 성실함이 있었다. 훈련장에서 누구보다 먼저 나와 킥 감각을 점검하고, 부상 복귀 후에도 체력 강화를 위해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근력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은 노력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선수다. 그가 가진 창의성과 근면함은 PSG에 필요한 자질”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PSG는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시티와 함께 유럽 최강 클럽 중 하나로 꼽힌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며 조 1위를 달리는 중이다. 그 중심에는 점점 더 영향력을 키워가는 이강인이 있다.

PSG 현지 팬 커뮤니티 ‘PSGtalk’는 “이강인은 이제 단순한 로테이션 자원이 아니다. 팀의 공격을 설계하는 핵심 미드필더로 자리 잡았다”고 평했다. 팬들은 그에게 “King Kangin”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강인은 부상과 경쟁, 오해와 비판을 모두 넘어 100번째 경기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스스로 축하했다. 그리고 프랑스 축구계는 그의 이름을 다시 기억하기 시작했다. 2025년 11월, 파리의 중심에서 그는 또 한 번 자신의 ‘부활 서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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