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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원 칼럼] 부산에 사는 종합격투기 파이터의 너무 행복한 하루

작성일: 2016.10.19 06:30 조성원 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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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팀 매드 훈련 후 단체 사진
<기획자 주> 스포티비뉴스는 매주 수요일을 '격투기 칼럼 데이'로 정하고 다양한 지식을 지닌 격투기 전문가들의 칼럼을 올립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스포티비뉴스=조성원 TFC 선수] 오전 9시,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하, 일어나기 싫다. 조금만 더 안전한(?) 이불 속에 있고 싶다. 스마트폰은 5분 간격으로 계속 운다. 나는 눈도 뜨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알람을 끈다.

오전 9시 20분, 함께 운동하는 파트너 (최)우혁이에게 전화가 온다.

"마! 인나라."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가방에 운동복과 운동화를 넣고 집 밑으로 내려간다. 오늘은 오전 운동 시간에 (홍)성호형이 일하는 PT 숍에서 '파워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기로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대신동에서 영도로 넘어간다. 도착하니 이미 우혁이는 몸을 풀고 있다. 우혁이는 지난 8일 TFC 드림 1 라이트급 토너먼트 8강전에서 이기고 와서 복귀 운동을 하는데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어제 뭐 먹었는데?" 우혁이가 부은 내 얼굴을 보고 물어본다. "불백(초량 불고기 백반) 먹고 잤다." "어제 게임 오래 했나?" "들어오니까 새벽 4시더라." 어제저녁 형들과 게임을 하고 밥까지 먹고 들어와서 오늘따라 몸이 더 무거운 것 같다.

우리 팀 부산 팀 매드는 나름 화합 목적으로 저녁 운동 마치고 모여 같이 게임을 즐긴다. 종목은 스페셜포스2, 롤(LOL), 오버워치 등이다. 일반 사람들이 봤을 때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항상 내기를 해서 우리끼리 피 터지게 재미있게 즐기며 스트레스를 푼다. 승리욕들이 있어 더 재밌다. 요새는 스크린 야구로 조금씩 옮겨 가는 중이다.

▲ PC방에서 부산 팀 매드 선수들.
그렇게 늦게 자서 너무 피곤하다. 대화를 잠깐 나누고 우혁이와 파워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들기 힘든 무게에서는 서로 도와주며 부족한 힘을 조금이라도 올려 보려고 한다. 파워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 당장 힘이 강해진다는 느낌은 전혀 없어서 이게 잘하고 있는 건지 가끔 의문이 든다. 그래도 옛날보다는 힘이 많이 강해졌다는 생각에 조금 더 들어보려고 서로 용을 쓰며 오전 운동을 마친다.

낮 12시 40분, 다시 집에 도착했다. 어제 늦은 야식으로 아침을 걸렀으니 '아점'은 조금 든든하게 먹어 볼까 한다. 면을 삶고 냉장고에 있는 닭 가슴살과 토마토를 섞어 나만의 레시피로 파스타를 만들어 든든하게 먹고 다시 꿀맛 같은 잠을 청해 본다.

오후 2시, 다시 알람이 울린다. 이제는 선수부 본 운동을 갈 시간이다. 오늘은 종합격투기 스파링을 하는 날이다. 운동 장비와 운동복을 챙겨 동대신동 팀 매드 체육관으로 간다.

3시, 선수들이 꽤 많이 모였다. 이 좁은 체육관 안에 무려 50명이나 되는 멋진 열혈 청년들이 모인다. 다들 동네에서는 한가락 하는 인물들일 것인데 체육관에서는 너무나 순한 양들이다. 체육관이란 곳은 역시 사람을 겸손하게 해주는 것 같다.

몇몇이 탱탱볼을 발로 튀기며 감독님을 보며 배시시 웃는다. (조)남진이가 "감독님, (김)진민이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공을 들고 있던 진민이는 살짝 당황한 눈으로 감독님을 바라본다. 동생들은 슬금슬금 앞에 와서 감독님을 쳐다본다. "안 돼! 애들 다음 달에 경기가 잡혀 있단 말이야. 오늘 짧고 굵게 스파링만 하자"고 감독님이 말한다. 족구 한판을 생각한 동료들이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 부산 동대신동 팀 매드 체육관. 선수들이 바글바글하다.
그렇게 마우스피스와 글러브를 끼고 스파링을 준비했다. 스파링을 시작하니 다들 언제 아쉬웠다는 듯이 집중한다. (고)현우와 글러브 터치를 하고 스파링을 시작한다. 다들 여기저기서 타격 공방, 레슬링 공방, 그라운드 공방을 치열하게 펼친다.

저기 구석에는 (전)영준이가 '스턴건' (김) 동현이 형님에게 깔려 힘들어하고 있다. 감독님이 오늘 가볍게 하기로 했는데…. 불쌍한 영준이. 중량급이 아니어서 동현이 형과 스파링을 많이 안 해서 참 다행이다. 정글 속의 맹수들의 스파링들이 오가다가 훈련 시간이 끝났다. 구호를 외친다. "팀 매드!" "어이!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씻고 나와 체육관 밖에 나와 앉아 있다. "행님, PC방 가서 저녁 내기 어떻습니까?" (이)상수 형은 PC방으로 바로 갈 생각인가 보다. 그때 감독님이 올라와 밥 먹으러 가자고 한다. 저녁은 체육관 주위 유정식당에서 두루치기와 김치찌개를 먹었다.

감독님 포함해 8명. 감독님은 카드를 주시며 계산하라고 한다. 매번 감독님은 "너희들이 돈이 어디 있냐" 하며 함께 식사할 때마다 밥값을 낸다. 우리 때문에 감독님 허리가 휠 지경인데도 항상 이렇다. 정말 죄송할 뿐이다.

그렇게 밥을 먹고 몇몇은 집에 가서 휴식을 취하고, 몇몇은 저녁 아르바이트를 하고, 몇몇은 밥도 먹었으니 PC방으로 향한다. 원래 나도 이 시간에는 체육관 코치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잠시 쉬게 됐고 회복 후 저녁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다.

최근엔 경기가 잡혀 아르바이트를 잠시 그만두고 운동에 전념을 하고 있다. 다음 달 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TFC 13에서 일본의 나카무라 요시후미와 경기한다.

▲ 훈련을 마치고 담소하고 있는 파이터들.
아직 파이트머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선수들은 오전이나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운동한다. 오전에 택배 일을 했던 (박)상원이형, 오전에 마트 진열 알바를 하는 (정)경열이, 주말 덕천까지 가서 옷 가게 알바를 하는 (이)동주, 포항에 계신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가시는 (김)률이형, 영도에서 PT 숍에서 일하는 (홍)성호형, 피자 배달을 하는 (이)우석이, 경성대 팀 매드에서 타격 코치를 하는 (김)인수, 대학교 전공을 살려 어린이 축구 교실에서 일하는 (옥)래윤이, 가끔 지인들이 알선해 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생들.

선수들은 생계와 운동의 비율을 조율해 가며 꿈을 먹고사는 이 직업에 만족한다. 꿋꿋하게 꿈을 지켜 나가고 있다. 그러다 가끔 힘에 부쳐 포기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실력이 뛰어나고, 인품이 좋고, 사람 좋은 선수들이 그렇게 떠나갈 때 가슴이 너무나도 아프다. 아직은 이 직업이 너무나도 좋고 행복하지만,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오게 된다고 떠올리면 두렵기만 하다. 그렇게 다들 정말 내가 사랑하는 이 세계에 조금 더 오래, 기회가 된다면 평생 있고 싶다.

밤 10시, 관원들이 운동 시간이 끝날 때쯤 체육관으로 선수들이 다시 모여든다. 오전에 알바를 해 운동을 못했던 선수들이나, 기술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선수들이나, 경기가 얼마 안 남은 선수들이 모여 보충 운동을 한다. 선수들은 하루 많게는 3~5 타임 운동하고 적게는 1 타임 정도 한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쉬기도 한다.

서양 선수들은 여러 세션을 짧고 강도 높게 훈련한다고 한다. 동양 선수들은 한 세션을 굵고 길게 집중해서 한다고 한다. 요새 선수들은 자기 스타일, 컨디션, 생활 여건에 맞춰 운동 계획을 세우는 편인 것 같다. '빡시게' 하는 것을 즐기는 (손)성원이 형은 꼬박 3타임, PT 숍 일로 하루 2 타임 정도밖에 못 하는 성호형, 나는 외국 선수들처럼 짧은 여러 타임으로, 이렇게 각자에 맞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 저녁 보충 훈련을 마치면 어느새 밤 11시다.
저녁 운동을 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밤 11시 30분이 넘어가 있다. 그렇게 씻고 체육관에 선수들이 앉아 수다를 떨다 보면 자정은 금방 찾아온다. 

"감독님, 오늘 어떻게 합니까?" 큰 동현이 형이 감독님께 PC방에 게임하러 가자고 신호를 보낸다. "오늘도 대전쟁 해야지." 감독님은 가실 생각이신 것 같다. "어제 팀 너무 이상했어요." 상수 형이 팀을 제대로 뽑자고 한다. "다들 가는 거제?" 감독님이 물어본다.

어제도 늦게까지 했으니 오늘은 살짝 빠져 볼까 한다. "아, 저는 경기가 얼마 안 남아서…." "다음 달 아녀? 다음 달? 나도 경기가 다음 달인데." 작은 (김)동현이 형이 말한다. "형님, 저랑 같은 날 아닙니까?" 옆에 있던 (정)한국이가 내게 눈치를 준다. 아무래도 오늘은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오늘 팀 뽑을 때 나는 아무 말 안 할게." 큰 동현이 형이 말한다. "저는 이분이랑 제발 떨어뜨려 주세요. 저는 래윤이 팀 하고 싶습니다." 조금 전에 도착한 팀 매드 해운대 코치 (배)정수 형이 한국이와 팀을 하기 싫다고 한다. "아이 왜 그러세요." 감독님이 그런 (배)정수형을 견제한다. "저는 오늘 이기고 싶습니다." (차)인호 형이 어제 져서 오늘만큼은 이기고 싶은 눈치다.

다들 오늘은 재미있게 놀자는 생각이다. 이렇게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팀 뽑는데 무려 1시간을 넘기고 게임을 할 듯하다. 오늘도 좋은 사람들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 행복하기만 하루가 지나간다. 계속 이 사람들과 이렇게 웃으며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 끝

필자 소개- TFC 페더급 파이터 조성원. 부산 팀 매드 소속으로 선수 출신 기자를 꿈꾼다. 등장 퍼포먼스도 연습하는 흥미로운 캐릭터다. "선수들의 삶을 가까이서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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