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피겨 퍼포먼스] 'GP 파이널 4명 진출' 러시아 피겨, 독주 요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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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2016~20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시리즈가 모두 막을 내렸다.
그랑프리 시리즈 마지막 대회인 NHK 트로피가 26일 끝났다. 여자 싱글에서는 안나 포고릴라야(18, 러시아)가 210.86점으로 우승했다. 이 대회에 출전한 최다빈(16, 수리고)은 165.63점으로 9위에 올랐다.
다음 달 9일(한국 시간)부터 사흘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리는 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할 선수 6명도 결정됐다. 그랑프리 2차 대회 스케이트 캐나다와 4차 대회 프랑스 트로피에서 우승한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7, 러시아)와 포고릴라야, 엘레나 라디오노바(17) 마리아 소츠코바(16, 이상 러시아) 케이틀린 오스먼드(20, 캐나다) 미야하라 사토코(18, 일본)가 '왕중왕전'인 파이널 무대에 선다.
올 시즌도 러시아는 여자 싱글을 휩쓸었다. 파이널 진출자 6명 가운데 4명이 러시아 선수다. 러시아는 2013년과 2014년 파이널 여자 싱글에도 4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2014년 파이널 여자 싱글에서는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20, 러시아)가 우승했고 지난해 파이널에서는 메드베데바가 정상에 올랐다.
올해 파이널에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메드베데바가 2년 연속 우승할 가능성이 크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을 전후해 러시아는 여자 싱글 무대를 점령하고 있다.

옛 소련 시절부터 내려온 저변, 소치 올림픽 대비해 적극적인 투자
옛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는 피겨스케이팅 강국이었다. 사회주의 체육은 동계 스포츠에도 큰 영향을 줬다. 러시아 곳곳에 선수들을 위한 전문 빙상장이 건립됐고 이런 시설 가운데 몇 장소는 보수 공사를 했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이리나 슬루츠카야(37,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은메달, 2006 토리노 올림픽 동메달) 이후 침체기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 싱글을 이끌어 간 이는 김연아(26)와 아사다 마오(26, 일본) 조애니 로셰트(30, 캐나다) 카롤리나 코스트너(29, 이탈리아)였다.
러시아와 미국이 경쟁한 시대를 벗어나 여러 나라가 경쟁하는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러시아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들어가며 상황은 달라졌다. 2010년부터 어린 유망주들이 꾸준하게 등장했다. 러시아 여자 싱글의 전성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는 2011년이다.
이해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우승한 이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0, 러시아)다. 그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판정 논란의 주인공이 된다.
소트니코바는 3년 뒤 자국에서 열린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우승이었다.
그의 우승은 러시아 피겨스케이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소치 동계 올림픽 이후 러시아 기대주들은 매 시즌 꾸준하게 등장하고 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러시아 선수들은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회 연속 우승했다.
지난 3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소츠코바는 시니어 데뷔 첫 시즌에 파이널에 진출했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마르지 않는 우물이 됐다.
러시아 소녀 상당수는 어린 시절 발레를 배운다. 이들 가운데 운동에 소질이 있는 유망주는 피겨스케이팅과 리듬체조,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등으로 진출한다. 러시아는 이들 세 종목에서 모두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은 풍부한 저변과 선수들을 위한 전문 시설,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정책이 하나로 어우러져 지금의 성과를 얻었다.

러시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몰락한 미국과 유럽
과거 피겨스케이팅을 호령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피겨스케이팅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이 시절, 미국 최고 여성 스포츠 스타 가운데 한 명은 미셸 콴(36)이다. 콴이 은퇴한 뒤 주목 받은 이는 키미 마이스너(27, 미국)다. 마이스너는 2006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가 빙판을 떠난 뒤 미국 피겨스케이팅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년 동안 메달을 따지 못했다. 올해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애슐리 와그너(25, 미국)가 은메달을 목에 걸며 메달 가뭄에서 벗어났다. 와그너는 올 시즌 자국에서 열린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우승했지만 컵 오브 차이나에서 6위에 그치며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선수들도 코스트너 이후 이렇다 할 강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최근 성적을 보면 피겨스케이팅의 미래를 볼 수 있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2013년과 2014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했다. 2015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히구치 와카바(15, 일본)가 동메달을 땄고 올해 대회에서는 혼다 마린(15, 일본)이 우승했다.

최근 주니어 대회에서 러시아와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 선수는 시상대에 서지 못하고 있다. 여자 싱글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러시아 선수들이 부진한 남자 싱글도 심상치 않다. 한국 남자 싱글의 희망 차준환(15, 휘문중)은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남자 싱글 파이널에 출전한다. 그의 경쟁자 5명 가운데 4명이 러시아 선수다.
특정 국가가 한 종목에서 독주할 경우 흥미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러시아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과 리듬체조에 이어 피겨스케이팅 무대도 휩쓸 기세다.
일본 여자 싱글은 미야하라가 러시아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아사다와 안도 미키(29)가 활약할 때와 비교해 여러모로 무게감이 떨어진다.
현재 추세를 볼 때 평창 올림픽 여자 싱글 메달을 러시아 선수가 모두 휩쓸 가능성도 있다. 올해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유영(12, 문원초) 임은수(13, 한강중) 김예림(13, 도장중)이라는 재능 있는 유망주들이 나왔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러시아의 풍부한 선수층과 지원을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일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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