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LA(미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오프 시즌 기간 중 제대로 보강이 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은 LA 다저스 불펜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처럼 매 경기를 9회 끝까지 가슴 졸이며 보게 한다.
다저스는 4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전에서 5-3으로 승리하며 5승2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모처럼 불펜진이 안정을 보이며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하지만 선발을 제외한 불펜 투수들은 이날 경기를 제외한 첫 6경기 평균자책점(ERA)이 6.84(메이저리그 30개팀 중 24위)로 매우 불안한 출발을 했다. 25이닝을 던진 다저스 ‘소방수’들은 무려 31피안타 8 홈런 20실점을 기록했다. 위기의 불을 진화하며 팀을 구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방화를 저지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불펜투수 중 가장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선수는 조 켈리다. 다저스가 지난 오프 시즌 기간에 중간 계투진에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을 기대하며 3년 2500만 달러를 투자해 영입한 켈리는 벌써부터 팬들에게 역적 취급을 당하고 있다. 2경기에 등판했을 뿐이나 3이닝 동안 7피안타 2피홈런 6실점으로 18.00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큰 실망감을 안긴 게 사실이다.
켈리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때 상대팀 보스턴 레드삭스 불펜에서 다저스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30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꾸던 다저스를 좌절시켰다. 다저스 팬들은 그 강렬했던 켈리를 잊을 수 없었다.
게다가 6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켈리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2013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선발로 등판해 다저스 강타자 헨리 라미레스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져 갈비뼈 부상을 입히며 잔여경기를 결장하게 만든 악연이 있었다. 당시 다저스는 라미레스의 부상 공백 속에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다저스 팬들에게는 켈리가 아군이 아닌 적군의 모습으로 더 익숙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을 앞두고 켈리가 다저스에 합류하자 악연의 고리를 끊고 수호신이 돼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두 경기에서 그 기대에 못 미치는 부진으로 팬들에게 ‘X맨’이라며 야유와 질타를 받고 있다.
켈리는 지난 2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1차전에서 2-0로 앞선 6회에 구원등판해 1.2이닝 4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된 후 LA 지역 NBC 방송국 기자 마이클 두아르테와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제 역할만 했어도 우리는 현재 무패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솔직하게 부진함을 인정했다.
3일 류현진이 선발로 나온 자이언츠와 2차전 역시 6-2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등판한 이미 가르시아도 현재 4경기에 등판해 3이닝 동안 4피안타 1피홈런 4실점(ERA 12.00)으로 등판 때마다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 브록 스튜어트(ERA 13.50) 와 페드로 바에스(ERA 9.32) 역시 안정감을 주기에 너무나 부족하다. 아직까지는 ERA 0.00을 기록중인 좌완 듀오 케일럽 퍼거슨과 스캇 알렉산더 등이 그나마 계투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평가를 받는다. 이 둘은 4일 경기에서도 선발투수 로스 스트리플링(6.1이닝 6피안타 3실점)을 구원 등판해 둘 다 피안타 없이 무실점으로 각각 0.2이닝, 1.0이닝을 막아내며 마무리 켄리 잰슨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또한 다행인 것은 클레이튼 커쇼와 리치 힐이 선발 로테이션으로 복귀하면 훌리오 우리아스와 로스 스트리플링이 불펜으로 내려가 계투진이 한층 더 안정을 찾게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프 시즌 중 심장 수술을 받고 복귀한 클로저 잰슨이 들쑥날쑥한 피칭으로 아직은 예전 같은 믿을 만한 모습이 아니다. 류현진이 선발로 등판했던 샌프란시스코 2차전에서 밀어내기 볼넷과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불안한 면을 드러냈다. 다행스럽게도 4일 경기에서는 1이닝 무안타 1탈삼진 완벽투를 보여주며 시즌 3세이브를 챙겼다.
잰슨은 전날 경기 후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지 기자가 다저스 불펜이 시즌을 부진하게 시작한 부분에 대해 묻자 “4승2패"라고 짤막하게 대답하며 이 정도 성적이면 괜찮다는 뉘앙스로 답변했다. 류현진도 이날 포스트게임 인터뷰에서 9회에 승리가 날아갈 것을 걱정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삼진도 병살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불펜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하지만 다저스 불펜은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같다. 다저스가 지구 선두로 나서 겉으로는 순항처럼 보이지만 불펜진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팬들은 매 경기 끝까지 가슴을 졸이고 있다. 시즌은 길고 다저스의 불펜진도 우승을 책임지기엔 갈 길이 멀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