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의 2019년 1차 지명을 받은 원태인(19)은 신인왕 이야기가 나오자 화들짝 손을 내저었다. 원태인은 “욕심이 전혀 없다”고 씩 웃었다. 대신 한 시즌 내내 1군에서 있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스프링캠프에서 상승세를 거듭한 끝에 삼성의 개막 엔트리에 합류한 원태인이다. 성적도 좋았다. 6경기에서 9⅔이닝을 던지며 1패2홀드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했다. 아직 승리는 없지만 세부 내용은 뛰어나다. 무엇보다 1할2푼5리의 피안타율, 0.62의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가볍게 볼 만한 것이 아니다. 신인이지만 발군의 안정감을 자랑한 것이다. 삼성 팬들도 기대 이상의 출발에 흐뭇함 일색이다.
원태인은 주위에 공을 돌렸다. 시즌 초반 성적에 “한 경기에서 부진(3월 30일 두산전)하기는 했지만 나름 만족하는 출발이다”고 운을 떼면서 “캠프 때 좋았던 밸런스가 한동안 나오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고민을 했는데 주위에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그 결과 밸런스를 찾을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고교 최대어급 투수였지만 프로에 와서 더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원태인이다. 원태인은 고교 시절에 비해 “변화구 제구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원태인은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좋아진 것 같다. 확실히 내 것이 된 기분이고, 결정구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시즌 초반 호투 속에 자신감도 살아났다. 마냥 어려워보였던 프로의 벽이었지만, 원태인은 “고등학교 때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던지는 것 같다”고 웃었다. 자만이 아닌, 패기를 가지고 던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원태인은 “프로에서 당장 내 공을 통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공격적으로 승부하려고 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그런 원태인은 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몸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은 시즌을 선발로 시작했던 최충연이 불펜으로 갔다. 베테랑 윤성환이 1군에 올라오기는 했지만 선발 자원이 풍부한 편은 아니다. 원태인은 2군에서 선발 준비를 한다. 돌려 말하면 삼성 벤치가 원태인의 가능성에 확신을 가졌다는 의미가 된다.
신인왕 레이스는 실력은 물론 팀 내 입지도 중요하다. 아무래도 선발로 뛰는 선수, 그리고 주전으로 뛰는 야수가 기록을 쌓기 유리하다. 현재 후보 중 선발로 뛰는 선수는 김기훈(KIA) 정도다. 정작 신인왕 욕심 없이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던졌던 원태인은, 이제 유리한 자격을 얻기 위한 변신 작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잠시 2군으로 내려갔지만, 남은 시즌을 위한 성장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