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종범 코치의 걱정과 달리 이정후는 신인 시절부터 남달랐다. 타격 기술은 아버지 이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술적인 면만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이정후는 아버지의 후광을 받아 주목 받는다는 비판을 이겨내기 위해 더 바람직한 사람이 되려 노력했다.
고교 시절 이정후가 '애스크'에 남긴 답변에서 그가 얼마나 일찍 어른이 됐는지 느낄 수 있다. "금수저"라는 짧고 굵은 조롱에는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흙수저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버지 덕분에 많은 걸 얻고 산다"는 지적에는 "나도 이게 편한 게 아니다"라며 복잡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빠 잘 만나서 인생 다이렉트…아빠 덕에 '언플'도 받고"라는 말에 남긴 댓글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다. "난 그만큼 더 부담되고 행동도 조심해야 하고 하고 싶은 것 눈치 보면서 해야 한다. 나는 야구 못 하면 아빠까지 두 배로 욕 먹는다."
때아닌 고교생 이정후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같은 팀 키움의 또다른 '야구인 2세' 송우현 때문이다. 같은 야구인 2세지만 너무 일찍 철이 든 이정후와 달리 송우현은 생각이 짧았다.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됐다.
키움은 9일 오전 "송우현이 8일 오후 음주운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구단에 자진신고했다. 구단은 송우현의 자진신고 접수를 받은 직후 이 사실을 KBO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송우현은 송진우 스코어본 하이에나들 감독의 아들이다. 2015년 드래프트 6라운드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지만 지난해 처음 1군에 데뷔했다.
데뷔 첫 안타는 올해 나왔다. 4월 3일 개막전에서 9번타자 우익수로 나와 3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6-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전반기 타율 0.296은 키움에서 이정후(0.345) 다음 가는 기록이고, 득점권에서 0.361의 높은 타율을 기록한 덕분에 타점 부문에서도 팀 내 4위(42개)에 올라 있다.
경찰 야구단 시절을 포함해 퓨처스팀에서만 5년. 이정후보다 더 힘들게 버티다 여기까지 온 선수다. 그 성과가 1년도 못 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시점이 최악이다. 키움은 이미 한현희와 안우진이 원정 숙소에서 이탈해 타 구단 선수들이 묵는 호텔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KBO 징계도 징계지만, 키움에는 그보다 더 무서운 '문제아' 낙인이 찍혔다.
또 후반기 개막을 코앞에 두고 야구 대표팀의 메달 실패로 야구계 분위기가 무거운 와중에 송우현은 선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 송우현은 9일 구단에 "기억이 없다"고 했다. 혈중 알콜 농도는 면허 취소 수위였다고 한다. 음주운전이 아니었다고 해도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스스로 벌인 행동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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