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로슬라브 라둘리차(오른쪽)가 떠난다 ⓒ KBL
[스포티비뉴스=고양, 맹봉주 기자] 두 번 반복되면 실수가 아니다.

고양 오리온이 외국선수를 또 바꾼다. 1옵션 외국선수 미로슬라브 라둘리차(33, 213cm)를 내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체 외국선수는 마커스 데릭슨(25, 201cm). 지난 시즌 수원 KT(당시 부산 KT)에서 9경기 평균 18.9득점 10.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두통 및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시즌 도중 퇴출됐다.

오리온은 지난 시즌도 외국선수로 골머리를 앓았다. 국내선수들의 활약에도 외국선수의 부진으로 더 올라가지 못했다. NBA(미국프로농구) 출신으로 기대를 모은 제프 위디(31, 213cm)는 29경기 평균 8.4득점 7.1리바운드를 남긴 채 교체됐다.

오리온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시즌 종료 후 외국선수 선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라둘리차는 세르비아 국가대표 출신으로 NBA 경력에 중국리그 성적도 뛰어났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선 세르비아의 은메달을 이끌었다.

큰 키에 슛 거리가 길고 밖에서 컨트롤 타워도 맡을 수 있다. 현대농구 트렌드에 부합되는 선수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다. 라둘리차는 20경기 평균 8.6득점 5.3리바운드로 웬만한 국내선수들보다 생산성이 떨어졌다. 코트 내 신경질적인 태도로 태업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난 시즌의 위디, 이번 시즌의 라둘리차 모두 오리온 강을준 감독 농구와 맞지 않은 유형의 선수라는 것이다. 강을준 감독은 과거 명지대, 창원 LG 사령탑 시절부터 빠른 농구를 추구했다. 오리온에서도 마찬가지. 올 시즌 오리온의 속공 득점은 리그 2위에 올라있다.

라둘리차는 바깥으로 나와 상대 빅맨을 끌어내 빈 공간을 찾아가는 동료에게 패스하거나 직접 외곽슛 던지기를 선호한다. 반면 강을준 감독은 라둘리차가 골밑에서 1대1 공격으로 득점하길 바랐다. 여기서 파생되는 국내선수들의 공격 찬스도 기대했다.

오리온이 원하는 공격과 라둘리차의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것이다. 또 라둘리차는 속도가 느려 수비로 전환될 때 구멍이 생기는 점을 국내선수들이 메꿔줘야 하는데, 오리온은 수비 조직력이 약한 팀이다. 라둘리차와 오리온은 처음부터 성공하기 어려운 조합이었다.

외국선수 선발의 가장 우선순위는 실력이다. 그러나 거기엔 해당 선수가 팀이 지향하는 농구와 잘 맞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기량만 보고 뽑았다면, 그 선수 장단점에 대해 팀 전술을 맞춰야 하는 플렌B가 있어야 한다.

지난 시즌의 위디, 올 시즌의 라둘리차 모두 실력은 기대 이하에 오리온과 궁합도 맞지 않았다.

▲ 지난 시즌 퇴출된 제프 위디(위)와 라둘리차 대신 고양 오리온에 합류할 마커스 데릭슨(아래) ⓒ KBL
새로 들어올 데릭슨은 어떨까? 강을준 감독은 "우리의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를 극대화하기 위해 영입했다. KT 시절보다 살은 10kg 빠졌더라. 전성기 시절의 몸무게다. 의사 진단 결과 몸 상태도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외국선수 약점을 안고 있음에도 오리온은 리그 3위에 올라있다. 국내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은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외국선수 도움 없이 지금 순위를 끝까지 유지하기는 어렵다. 데릭슨 교체카드 성공 유무에 오리온의 남은 시즌 성적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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