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스키와 스노보드 빅에어 경기가 열리는 빅에어서우강. 슬로프 뒤로 보이는 회색빛의 폐제철소 굴뚝이 낯선 느낌을 준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스키와 스노보드 빅에어 경기가 열리는 빅에어서우강. 슬로프 뒤로 보이는 회색빛의 폐제철소 굴뚝이 낯선 느낌을 준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베이징, 고봉준 기자] 육안으로 느끼기에도 일반적인 풍경은 아니었다. 하얀 설원과 정면으로 대비되는 회색빛의 굴뚝. 주위를 둘러싼 음산한 분위기의 폐건물까지….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빅에어 경기가 열린 14일 빅에어서우강의 첫인상이 그랬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각국 외신은 언제나 그렇듯 대회의 부정적인 이슈를 찾아내 꼬집었다. 소수민족 이슈를 비롯해 인공눈이 불러올 환경 논란, 코로나19 대응 문제 등 다양한 사안을 다루면서 베이징올림픽, 정확히는 중국 당국의 미흡함을 비판했다.

경기장 문제도 빼놓을 수 없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빅에어서우강이다.

이곳 빅에어서우강은 베이징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20㎞ 떨어진 스징산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취재본부인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선 버스로 약 50분 거리. 다른 빙상 종목 경기장보다는 조금 멀지만, 베이징 외곽의 옌칭(썰매 종목 위주·2시간 거리)이나 장자커우(설상 종목 위주·3시간 거리)보다는 가깝게 느껴졌다.

문제는 경기장의 인근 환경이다. 빅에어서우강 슬로프 바로 옆에는 2010년 폐쇄된 서우강제철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보통 스노보드라고 하면 하얀 설원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번 대회에선 회색빛 굴뚝만이 선수들을 반기고 있다.

이를 두고 각국 외신은 개막 전부터 조롱 아닌 조롱을 보냈다. AP통신은 “선수들이 제철소 앞의 하늘을 날고 있다”고 꼬집었고, 야후스포츠는 “올림픽 역사상 가장 독특한 배경이다. 팬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비꼬았다. 또, 해외 누리꾼들은 “선수들이 마치 핵발전소(원자력발전소)에서 경기를 하는 것 같다. 미래 SF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비아냥했다.

▲ 빅에어서우강 입구의 옛 서우강제철단지 풍경. ⓒ베이징, 고봉준 기자
▲ 빅에어서우강 입구의 옛 서우강제철단지 풍경. ⓒ베이징, 고봉준 기자

그렇다면 왜 이런 곳을 빅에어 경기장으로 택했을까. 중국 정부가 내놓은 이유는 있다. 바로 ‘친환경올림픽’이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극심한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았다. 이는 중국은 물론 한국 등 이웃나라로 악영향을 끼쳤고,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도 이러한 환경 이슈가 대두됐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2008베이징올림픽 당시 쓰였던 여러 경기장을 이번 대회에서도 재활용하는 한편, 수도 한복판의 폐제철소 부지를 스노보드와 스키 빅에어 경기장으로 탈바꿈시키며 이러한 환경 문제를 정면으로 맞받아치기로 했다. 서우강제철단지는 한때 연간 9000톤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대표적인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혔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14일 풍경도 앞서 기사로 봤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MMC에서 버스로 40분을 달리자 한적한 주택가를 벗어나 대규모 공장 단지가 두 눈으로 들어왔다. 건물 여러 곳은 폐쇄된 지 오래된 것처럼 느껴졌고, 실제 원자력발전소를 연상시키는 여러 개의 굴뚝이 이곳이 서우강제철단지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 스노보드 빅에어 선수들이 14일 빅에어서우강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 고봉준 기자
▲ 스노보드 빅에어 선수들이 14일 빅에어서우강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 고봉준 기자

폐제철소 입구로 들어서고 몇 분이 지났을까. 이번에는 전혀 다른 느낌의 눈 덮인 슬로프가 취재진을 맞이했다. 인공눈으로 만들어진 코스에선 각국의 스노보더들이 저마다 묘기를 뽐내고 있었다. 한국 선수는 출전하지 않은 종목이라 국내 취재진을 볼 수 없었지만,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과 스위스, 캐나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 등 설상 강국에서 온 외신 기자들로 미디어센터는 붐볐다.

경기장 역시 생기는 넘쳤다. 일반 설상 종목처럼 귓전을 때리는 사회자의 목청 큰 진행과 일부 중국 관중의 함성으로 모처럼 동계올림픽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또, 중국 수이밍이 예선 1차 시기에서 멋진 점프를 선보이며 92.50의 높은 점수를 받자 박수갈채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폐제철소 내 설원은 베이징올림픽 이후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 조직위원회는 폐막 후에도 이곳을 주요 대회 경기장 및 일반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테마파크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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