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왼쪽)과 후지사와 사츠키.
▲ 김은정(왼쪽)과 후지사와 사츠키.

[스포티비뉴스=베이징, 고봉준 기자]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로빈라운드(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가 열린 13일 국립아쿠아틱센터. 이날 한국 취재진 못지않게 많은 인원을 가동한 나라가 있었다. 맞대결 상대인 중국이 아닌 일본이었다.

일본은 이날 예선 경기가 없었다. 전날 덴마크 그리고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더블헤더를 치른 뒤 하루 휴식일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기자석에선 적지 않은 숫자의 일본 기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평소와 다른 점은 이들 모두 노트북은 꺼내놓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신 두 눈을 한 경기에만 집중시키는 눈치였다. 바로 ‘팀 킴’이 뛰고 있는 한국-중국전이었다.

기사 타이핑을 잠시 미뤄둔 일본 기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수첩으로 무언가를 적는 장면도 포착됐다. 또, 경기 중간에는 “팀 킴”과 “영미(김영미)”라는 단어가 들리기도 했다. 누가 보더라도, 한국의 전력을 탐색하기 위한 취재로 느껴졌다.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보통 단일 종목 국제대회일 경우, 앞으로 만날 상대 전력을 점검하기 위해 취재진이 발 빠르게 움직여 경기를 지켜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종목 숫자가 많은 올림픽에선 이러한 여유를 갖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본 기자들이 이날 국립아쿠아틱센터를 찾은 이유는 하나다. 다음날인 14일 예정된 운명의 한일전을 위해서다.

한국과 일본은 최근 여자컬링에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먼저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선 한국이 일본을 준결승에서 꺾으며 사상 최초 은메달 획득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한국 스킵 김은정과 일본 스킵 후지사와 사츠키의 맞대결이 흥미를 끌면서 한국의 컬링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4년 전과는 다르다. 지난해 12월 열린 베이징올림픽 자격대회에서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2전 전패를 거뒀다. 후지사와의 경기력은 한층 정교해졌고, 일본 선수들의 기량도 발전했다. 반면 한국은 평창 대회 이후 컬링장 안팎에서 좋지 않은 일을 겪으면서 성장세가 조금 주춤했다.

이러한 격차는 이번 대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현재까지 치른 예선에서 2승3패로 머물고 있다. 전체 10위 중 공동 6위. 반면 일본은 4승1패로 순항하며 단독 2위까지 뛰어올랐다.

▲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전에서 팀 킴이 팀 후지사와를 꺾고 기뻐하고 있다.
▲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전에서 팀 킴이 팀 후지사와를 꺾고 기뻐하고 있다.

벼랑 끝으로 몰린 한국으로선 물러설 수 없는 한일전이다. 남은 4경기를 모두 잡아야 4강행을 노릴 수 있는 만큼 한일전 승리가 절실해졌다. 반대로 일본은 한국을 꺾고 하루빨리 준결승 진출을 확정하겠다는 각오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처럼 한일전이 자주 열리지 않는다. 하계올림픽에선 야구와 축구, 농구, 배구 등 구기스포츠가 많아 단체전 성격의 한일전이 비일비재하게 펼쳐지지만, 동계올림픽에선 개인의 기록 경쟁이 대부분이라 한국과 일본 선수들이 단체로 맞붙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없다.

이번 여자컬링 한일전의 희소성이 높은 이유. 운명의 승부는 한국시간으로 14일 오후 9시5분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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