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킴이 16일 열린 베이징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8차전 덴마크전 도중 고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팀 킴이 16일 열린 베이징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8차전 덴마크전 도중 고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베이징, 고봉준 기자] 한국 경기만큼 중요했던 다른 나라들의 맞대결이었다.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에서 최종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 복잡한 경우의 수를 이리저리 따지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로빈라운드(예선)가 열린 16일 국립아쿠아틱센터. 이날은 4강 진출 여부가 대부분 가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운명의 하루로 불렸다. A시트(한국-덴마크)부터 B시트(일본-미국), C시트(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스웨덴), D시트(캐나다-중국)까지 모든 빙판이 시선을 끌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전장은 역시 한국의 팀 킴과 덴마크가 맞붙은 A시트였다. 3승4패 7위로 처진 한국은 이날 경기와 다음날 스웨덴전을 모두 이겨야 극적인 4강 진출이 가능했다. 따라서 무조건 덴마크를 잡고 다른 나라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상황은 초반부터 긴박하게 돌아갔다. 2엔드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한국이 덴마크를 2-1로 리드하는 가운데 일본이 미국을 4-0, ROC가 스웨덴을 3-0, 중국이 캐나다를 3-0으로 앞섰다. 초반이지만 꽤 격차가 나는 곳이 많아지면서 각국 취재진의 눈도 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가장 많이 자리한 일본 취재진은 중요한 득점이 나올 때마다 박수를 치며 응원전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분위기가 가장 크게 내려앉은 때는 3-2로 앞선 5엔드 막판이었다. 스킵 김은정의 마지막 드로우가 테이크 아웃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상대 스톤 2개가 하우스 중앙으로 모이게 됐다. 이어 덴마크의 마지막 스톤 역시 버튼 가까이 안착하면서 3점을 내주고 말았다.

한국은 5엔드 직후 잠시 쉬는 시간을 이용해 임명섭 감독과 피터 갤런트 코치가 빙판으로 내려와 선수들과 후반 전략을 놓고 논의했다. 남은 5개 엔드에서 어떻게든 승리를 끌어내야 하는 만큼 진중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같은 시각. 다른 시트에서도 하나들 전반 경기가 마무리됐다. 일본이 여전히 미국을 6-3으로 리드하는 가운데 ROC가 스웨덴을 3-2로, 중국이 캐나다를 5-3으로 앞서면서 우위를 점했다.

그런데 후반 들어 경기 진행이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들의 시트에서였다. 먼저 캐나다가 6엔드에서 대거 5점을 뽑으면서 8-5로 전세를 뒤집었고, 미국 역시 7엔드에서 4점을 내 7-7 동점을 만들었다.

이 사이 한국은 덴마크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3-5로 뒤진 6엔드에서 2점을 만회해 균형을 맞춘 뒤 다시 7엔드에서 1점을 내줘 5-6 승부를 이어갔다. 그리고 8엔드에선 4번째 드로우를 앞두고 작전타임을 불러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 김선영(왼쪽)과 김경애. ⓒ연합뉴스
▲ 김선영(왼쪽)과 김경애. ⓒ연합뉴스

한국의 운명은 마지막 10엔드, 그것도 마지막 스톤에서 갈렸다. 6-7로 한국이 뒤진 시점에서 덴마크가 10번째 드로우에서 실수를 범했다. 한국의 1번 스톤이 하우스 중앙으로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 스킵 김은정은 이를 놓치지 않았고, 마지막 스톤을 다시 버튼 옆으로 보내 2점을 따내 8-7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나머지 경기도 차차 마무리됐다. 일본이 미국을 10-7로, 스웨덴이 ROC를 8-5로 물리쳤고, 중국은 연장에서 캐나다를 11-9로 이겼다.

이처럼 긴박했던 하루가 끝나자 4강행 안개도 조금은 걷혔다. 스웨덴이 6승2패로 2위로 뛰어올라 스위스 다음으로 준결승행 티켓을 확보했다. 반면 미국은 4승5패 공동 7위로 내려앉아 예선 탈락이 확정됐다.

이제 남은 싸움은 일본과 캐나다, 영국, 한국의 차지가 됐다. 일본이 5승3패로 3위, 캐나다와 영국, 한국이 4승4패로 공동 4위인 상황. 이제 한국은 스웨덴과 최종전에서 무조건 이긴 뒤 일본과 캐나다 중 어느 한 쪽이라도 져야 준결승 진출이 확정된다. 영국은 한국이 승자승에서 앞서 논외대상이다.

운명의 스웨덴전은 한국시간으로 17일 오후 3시5분 열린다. 같은 시각 일본은 스위스와, 캐나다는 덴마크와, 영국은 ROC와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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