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릴 먼로,  김승기 감독과 오마리 스펠맨(왼쪽부터) ⓒ KBL
▲ 대릴 먼로, 김승기 감독과 오마리 스펠맨(왼쪽부터) ⓒ KBL

[스포티비뉴스=안양, 맹봉주 기자] 시선은 다른 곳에 가있다.

29일 있었던 안양 KGC인삼공사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프로농구 정규 시즌 경기. KGC 김승기 감독은 대놓고 "플레이오프를 대비한 실험을 하겠다"고 했다. 사실 김승기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 걱정이 없어진 2주 전부터 당장의 승리보단 봄농구를 준비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김승기 감독은 선수, 코치, 감독으로 프로농구 우승을 경험한 유일한 인물이다. 진정한 시험대는 정규 시즌이 아니라 플레이오프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일단 플레이오프에만 올라가면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있다. KGC는 리그 3위로 정규 시즌을 마칠 확률이 높다.

"우리는 이기고, 지고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백업선수들이 플레이오프 때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게 더 중요하죠. 최선은 다하겠지만 식스맨들을 최대한 많이 기용할 생각입니다. 플레이오프를 대비한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오늘(29일) 가스공사전보단 플레이오프에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는 4강, 챔피언결정전까지 바라보는 팀이잖아요. 정규 시즌 막판 다 이기려다 플레이오프 4강도 못 가고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런 상황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어요.“

가스공사는 달랐다. 한치 앞이 급했다. 리그 6위로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에 걸쳐있는 상태. 몇 위로 올라가느냐는 중요치 않다. 플레이오프를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

인천에서 대구로 연고지를 옮기고 전자랜드에서 가스공사로 팀명을 바꾼 첫 시즌이라는 상징성도 있었다. 가스공사 유도훈 감독의 자존심도 걸렸다. 20년 가까운 프로 감독 경력 중 우승이 단 한 번도 없음에도 유도훈 감독이 사령탑으로 장수하는 이유는 '플레이오프 보증 수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입니다.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경기를 해야 돼요. 선택과 집중, 어느 경기를 포기하고 어느 경기에 총력을 기울이고...그럴 상황이 아닙니다. 저와 선수들 다 대구에서 보내는 첫 시즌 봄농구를 하고 싶은 생각이 강합니다."

결과는 KGC의 80-65 완승. 경기 후 유도훈 감독은 "오늘 같은 경기는 계속해도 안 될 것 같아요. 선수들이 지쳐보였습니다"라며 완패를 인정했다.

KGC는 실험을 하면서 승리까지 챙겼다. 주전, 벤치선수 누가 나와도 공수 전력이 균일하게 유지됐다.

이날 KGC는 로스터에 등록된 12명 선수가 모두 득점했다. 가장 많이 뛴 건 벤치에서 주로 출격했던(이날은 선발출전) 박지훈(24분). 오마리 스펠맨은 단 16분, 오세근은 17분 뛰었다.

김승기 감독은 경기 후에도 플레이오프를 언급했다.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승패에 크게 상관없이 했는데도 선수들이 다 잘했어요. 이제는 상대를 정해 놓고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겠습니다.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는 차이가 큽니다. 모든 면에서 경험이 있는 쪽이 유리하죠. 연구를 많이 해서 플레이오프에 임하겠습니다."

▲ 지난 시즌 팀 우승과 파이널 MVP 트로피를 모두 가져간 자레드 설린저 ⓒ 곽혜미 기자
▲ 지난 시즌 팀 우승과 파이널 MVP 트로피를 모두 가져간 자레드 설린저 ⓒ 곽혜미 기자

KGC는 지난 시즌 우승팀이다. 플레이오프 전승으로 적수가 없었다. 시즌 막판 합류해 한국 프로농구를 뒤흔든 NBA 출신 자레드 설린저 덕분이었다.

문성곤은 지난해 3월 KGC와 지금 KGC의 차이점으로 설린저 유무를 꼽았다. "지난해엔 설린저가 있었고, 지금은 없습니다. 설린저 활약은 정말 센세이션했잖아요. 우리 팀에 부족한 점들을 설린저가 다 채워줬어요. 올해는 오마리(스펠맨)와 맞춰가는 중인데, 아직 100%는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설린저만큼은 아니지만 스펠맨도 뛰어난 기량을 가졌다. 이번 시즌 평균 20.4득점 10.5리바운드로 군더더기 없는 성적을 내고 있다. 탄력을 이용한 골밑 공격에 3점슛 능력도 좋다.

다만 출전시간 욕심이 과하다. 김승기 감독이 벤치로 불러도 본인이 뛰겠다며 고집 부린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팬들 사이에선 "김승기 감독이 스펠맨 1명에게 너무 휘둘리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스펠맨의 무리한 욕심은 개인을 넘어 팀 전체를 망칠 수 있다. 김승기 감독이 시즌 막판 하고 있는 실험은 ‘벤치선수들의 자신감 키우기’가 주된 목적이지만 스펠맨과 대릴 먼로의 출전시간 배분도 큰 지분을 차지한다. 폭발력만큼은 설린저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 스펠맨이다. 스펠맨 변수에 KGC 우승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릴)먼로를 몇 분 뛰게 할지 계속 조율하고 있어요. 스펠맨도 고쳐나가고 있습니다. 본인이 꼭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강해요. 스펠맨한테 '그러면 안 된다. 지금까지는 뛰고 싶다 하면 계속 놔뒀지만, 시즌 막판과 플레이오프에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정말 플레이오프에선 그런 모습이 나오면 안 된다고요. 스펠맨이 30분만 뛰면 그 경기는 이길 수 있습니다. 먼로가 구멍인 선수가 아니잖아요. 플레이오프에선 먼로를 5분에서 10분은 꼭 뛰게 하려 합니다. 스펠맨이 그 정도는 양보해 줘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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