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고지에 시도민구단의 존재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준 대구FC, DGB대구은행파크는 도시 재생에 기여한 것은 물론 대구가 인기 구단으로 자리 잡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연고지에 시도민구단의 존재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준 대구FC, DGB대구은행파크는 도시 재생에 기여한 것은 물론 대구가 인기 구단으로 자리 잡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내년 K리그2로 진입하는 청주FC 운영비 지원은 충청북도와 청주시와 나눠 분담한다. ⓒ충청북도청
▲ 내년 K리그2로 진입하는 청주FC 운영비 지원은 충청북도와 청주시와 나눠 분담한다. ⓒ충청북도청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눈치 좀 보고 있을 뿐입니다."

6.1 지방선거를 향한 시계가 빨라지면서 한국 성인 축구의 중요 축으로 자리 잡은 시도민구단 프런트들은 여야를 대표해 나서는 후보자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당선자가 곧 구단주 신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정치적 중립' 또는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하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가장 '정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시도민구단이 연고지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시도청구단'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할 정도로 사실상 종속적 관계로 굳어진 지 오래다. 시도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공문 양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됐다. 

지방선거 앞두고 촉각 곤두 세우는 시도민구단

물론 시도민구단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조례 등을 통해 예산 일부를 지원 받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구단을 끌고 가야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A시도민구단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임직원들의 행동이나 말 단속에 나서고 있다. 후보자 중에는 전직 구단주도 있고 당선 가능성이 있는 경쟁자도 있으니 양측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B시도민구단 관계자는 "새 지자체장이 누가 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구단이 예산 일부를 지원 받아도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관계자들에게 주지시키고 있다. 구단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 단장과 마찰이 없도록 애쓰고 있다"라며 쉽지 않은 5월을 보내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연고지에서 시도민구단이 천덕꾸러기처럼 전락했던 사례는 많다. 지역 정치계의 이해 관계에 얽혀 선수 테스트를 봤던 대전 시티즌(현 대전 하나시티즌)이나 지난해 내내 몸살을 앓았던 충남 아산 구단주와 대표이사 사이의 책임 공방이 대표적이다. 충남 아산의 경우 K리그2(2부리그) 구단으로 중앙 언론으로부터도 관심을 받지 못해 더 사나운 싸움이었다. 

성남 일화를 인수 후 재창단한 성남FC도 이재명 인천 계양을 후보의 구단주 시절 후원금 의혹 사건에 계속 거론되고 있다. 이미 경찰이 구단 법인, 전 대표이사 계좌를 압수 수색했고 사용처에 대한 소명까지 끝냈다는 것이 구단 설명이다. 오히려 정상적인 후원사 모객이 쉽지 않아 고심하는 모습이다.  

소위 시도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프레임에 제대로 잡혀 있는 시도민구단은 부정적인 시선과 마주하고 있다. 기업에서 인수하기를 바라는 시도민구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한 시도민구단은 하부리그 팀을 운영하는 한 모기업에 인수를 권했을 정도다. 그만큼 살림을 꾸려가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물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절차 없는 구단 창단을 막기 위해 기업 컨소시엄을 구성했어도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면 창단을 불허해 내실 있게 한 것은 사실이다.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의 사례로 잘 알려진 협동조합 등의 형태여도 장기적으로는 재정 마련이 확실한 지자체의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어렵게 내년 K리그2(2부리그) 진입 결실을 본 충청북도 청주 연고의 충북청주프로축구단(가칭)도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적 협동조합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지만, 충북도와 청주시가 창단 후 5년 동안 매년 40억 원의 운영비를 절반씩 지원하는 '예산 지원'이 확약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청주 관계자는 "모기업 컨소시엄 형태로 계속 추진했지만, 지자체 예산 지원이 선행되지 않으니 늘 좌절됐다. 시도 의회를 구성하는 의원들에게 구단의 필요성을 꾸준히 설득한 결과가 이번 창단으로 이어졌다"라며 지역 정치권의 동의를 얻기까지 쉽지 않은 결과였음을 숨기지 않았다. 

▲ 소리없이 사라진 성남FC와 수원FC 사이의 이른바 '깃발 더비' ⓒ한국프로축구연맹
▲ 소리없이 사라진 성남FC와 수원FC 사이의 이른바 '깃발 더비' ⓒ한국프로축구연맹

 

예산 축내는 '시도청구단'이냐 연고지 중요 문화콘텐츠 '시도민구단'이냐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지만, 후원사를 얼마나 모객해 재정적인 탄탄함을 과시하느냐가 지자체 간섭을 제한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청주시의회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사실 청주의 축구 열기는 충청남, 북도를 합쳐서 가장 열기가 있다고 자부한다. 이운재(현 전북 현대 골키퍼 코치)를 배출한 대성고나 청주대 축구부가 있기도 하고 프로스포츠 연고 구단이 여자농구 KB스타즈 외에는 없으니 프로축구단 창단에 대한 공감대가 지역 정치권에서 있었다"라면서도 "안정적인 구단 운영 예산 확보에 대한 의구심이 일부에서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시도민구단의 운명은 스스로 자생해 수익을 내느냐와 지자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축구인 출신 조광래 대표이사가 뚝심 있게 운영한 대구FC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 DGB대구은행파크 운영권까지 시에서 양도 받아 주체적으로 운영 중이다. 도지 재생과 연고지 정착이라는 두 톱니바퀴가 완벽하게 돌아갔다.  

축구전용경기장 건립에 나선 FC안양의 경우 여야 모두 대선 당시 지역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고 큰 이변이 없다면 1만 석 규모의 경기장으로 탄생할 전망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국비, 도비 조달이 필요하고 경기장 부지 인근의 군부대인 수도군단과의 협의에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에 대한 당위성까지 소명되어야 한다. 올 1월 경기도로부터 개발제한구역 해제 총량 지원결정을 받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 집 마련이 심화한 상황에서 주택 건설이 아니라 안양의 축구 열기를 안고 전용경기장 건립이라는 공감대가 잘 마련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반면 광역 연고팀 강원FC의 경우 춘천, 강릉, 원주가 서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지방선거전에서 서로 유치겠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강원 구단은 대외적으로 전용경기장에 대한 메시지를 내지 않기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지역을 편애하면 사실상 해당 지역팀으로 전락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더 조심스럽다. 예산을 더 얻기 위해 이영표 대표이사가 강원도 의회에 읍소했던 장면은 시도민구단의 위상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과 같다. 시도민구단 창단을 원한다며 국군체육부대(상무)와 연고지 협약을 맺었던 상주시가 손바닥을 쉽게 뒤집으며 '창단 불가'를 외친 기억도 있다.

지방선거에서 '구단주'가 누가 될 것이냐에 따라 개별 시도민구단의 운명은 또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과연 스스로 경쟁력을 보여주며 '예산 축내는 축구단'이 아닌 '연고지의 중요한 여가 선용 콘텐츠'로 자리 잡으려는 비책은 있을까. 왜 존재해야 하는지 성적 밖의 다른 것들을 보여주고 이해, 설득해야 하는 시도민구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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