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시절의 손아섭. ⓒ곽혜미 기자
▲ 롯데 시절의 손아섭.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예정대로 형들이 돌아올 자리는 만들어놓았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개막 전부터 계속된 고민은 쉽게 지워내지 못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경기가 없던 6일 선수단 개편을 택했다. 외야수 고승민과 조세진, 내야수 김주현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이날 말소는 전준우와 정훈의 복귀가 임박했음을 뜻한다. 지난달 나란히 부상을 이유로 전력에서 제외됐던 둘은 최근 퓨처스리그 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점검했고, 이르면 7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1군으로 올라올 예정이다.

먼저 자리를 비운 이는 정훈이었다. 주전 1루수로서 중심타선을 지키던 정훈은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12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2군으로 내려갔다. 전날 NC전에서 1루까지 전력질주하다가 통증을 호소했고, 다음날 미세 부분 파열 진단을 받고 전열에서 이탈했다.

5월 부상 악몽은 이어졌다. 올 시즌 37경기에서 타율 0.320 2홈런 17타점 27득점으로 활약하며 롯데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던 좌익수 전준우가 지난달 들어 종아리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5월 22일 2군으로 내려갔다.

같은 날 주전 3루수 한동희마저 옆구리 부상으로 빠진 롯데는 이후 정상적인 전력을 가동하기가 어려웠다. 주축 타자 3명의 빈자리는 예상보다 컸고, 결국 5월을 9승17패, 월간 승률 최하위(승률 0.346)로 마친 뒤 6월에도 쉽지 않은 경기를 이어가고 있다.

어느 때보다 마음이 무거웠을 전준우와 정훈은 최근 퓨처스리그를 통해 복귀 담금질을 마쳤다. 전준우는 3일과 4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서 이틀 연속 나와 7타수 4안타 3득점으로 활약했고, 정훈 역시 4경기에서 10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 2득점으로 만족스러운 타격감을 뽐냈다.

앞서 한동희가 복귀한 롯데는 전준우와 정훈까지 돌아오면 다시 정상적인 타선을 돌릴 수 있게 됐다. 2위에서 8위까지 순위가 떨어진 터라 더욱 반가운 부상병들의 컴백이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롯데의 고민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익수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10년간 롯데의 우익수 자리는 손아섭이 굳게 지켰다. 3할대 타율의 정교한 방망이와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비는 자세로 롯데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손아섭. 그러나 프랜차이즈 스타로 가는 길목에서 FA 이적을 택하면서 올 시즌부터 롯데가 아닌 NC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손아섭의 공백은 2022년 롯데의 최대 고민 중 하나였다. 당장 주전 우익수로 나설 만한 대체자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 롯데 고승민(왼쪽)과 래리 서튼 감독. ⓒ연합뉴스
▲ 롯데 고승민(왼쪽)과 래리 서튼 감독. ⓒ연합뉴스

래리 서튼 감독의 선택은 무한 경쟁이었다. 신용수와 추재현, 장두성, 고승민 등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치열하게 싸웠고, 또 신인 조세진이 합류하면서 경쟁의 판이 커졌다.

그러나 개막 후 두 달이 지나간 시점에서도 우익수 자리를 차지한 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용수와 추재현은 현재 2군에서 뛰고 있고, 장두성은 아직 1군 출전이 8경기로 그치고 있다.

그나마 주전을 놓고 경쟁했던 고승민과 조세진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승민은 2일 사직 LG 트윈스전에서 결정적인 본헤드플레이를 범해 코칭스태프로부터 눈총을 받았다. 이날 2-1로 앞선 7회초 이형종의 뜬공을 파울라인 근처에서 놓쳤는데, 이 상황을 스스로 파울이라고 착각하고 공을 주워 볼보이에게 넘겼다.

그러나 이는 크나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공을 놓친 지점은 페어지역이었고, 심판은 야구규칙 6조1항 2.01 (d)을 따라 이형종에게 두 베이스 안전진루권을 줘 홈 도달을 인정했다. 결국 고승민은 곧바로 교체됐고, 여기에서 1실점해 동점을 허용한 롯데는 결국 12회까지 우열을 가리지 못한 채 2-2로 무승부를 거뒀다.

다음날 서튼 감독은 “수비 강화를 위해 고승민을 교체했다. 벌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자기 플레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배워야 한다”고 감쌌지만, 결국 사흘 뒤 1군 말소를 결정했다.

고승민과 함께 같은 날 2군으로 내려간 조세진도 아직은 1군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서울고 시절부터 파워 하나만큼은 일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실제로 1군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잠재력을 증명했지만, 올 시즌 29경기 타율 0.167 출루율 0.167로 부진하면서 두 번째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이처럼 우익수 주전 후보들의 부진과 크고 작은 실수로 신음하고 있는 롯데. 부상병들의 복귀에도 웃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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