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고 3학년 정재환(왼쪽)과 임정균이 26일 부산고 실내훈련장에서 추신수 야구장학금 판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 고봉준 기자
▲ 부산고 3학년 정재환(왼쪽)과 임정균이 26일 부산고 실내훈련장에서 추신수 야구장학금 판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 고봉준 기자

-SSG 추신수가 후배들에게 안긴 3억원
-부산고, 실내연습장 및 LED 조명 설치
-“마음 놓고 야구만 할 수 있게 됐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명가 재건의 기틀이 된다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추추트레인’ 추신수(40·SSG 랜더스)의 마음 씀씀이는 모교 이곳저곳에서 쉽게 느껴졌다. 허름했던 불펜이 있던 자리에는 언제나 공을 던질 수 있는 실내훈련장이 생겼고, 주변 민원으로 골칫덩어리가 된 조명탑에는 밝은 LED 라이트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장맛비 소식이 사라진 26일 부산고 교정에서 만난 박계원(52) 감독은 “운동장이 싹 바뀌니 선수들이 너무 좋아한다. 과거에는 비만 오면 제대로 훈련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는데 이제 언제든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밝게 웃었다.

부산고는 지난해 12월부터 학교 운동장 전면 개보수를 진행했다. 교육청으로부터 확보한 예산으로 운동장 바닥을 인조잔디로 교체하는 대단위 공사. 새 단장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추가로 마련한 3억 원으로 실내훈련장을 마련하고, 또 구형 조명탑 전구를 LED로 교체했다.

그런데 이 3억 원의 출처가 남달랐다. 다름 아닌 부산고 졸업생이자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타자 추신수가 후배들을 위해 내놓은 기부금이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추신수는 지난해 SSG와 연봉 27억 원의 계약서 도장을 찍으면서 10억 원을 사회공헌활동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6억 원을 모교로 전달하기로 했고, 1억 원을 수영초, 2억 원을 부산중, 3억 원을 부산고로 각각 기부했다.

기천만 원도 아닌 3억 원이라는 큰 액수를 전달받은 부산고는 열악한 훈련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먼저 운동장 왼쪽의 오래된 불펜 자리로 길이 45m, 폭 20m 규모의 실내훈련장을 신설했고, 또 야간훈련 때 사용하던 기존 조명탑이 빛 번짐 문제로 계속해 민원이 제기되는 점을 고려해 신형 LED 전구를 설치했다.

▲ 지난해 9월 부산고를 찾은 추신수(오른쪽)가 모교 후배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고 제공
▲ 지난해 9월 부산고를 찾은 추신수(오른쪽)가 모교 후배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고 제공

박계원 감독은 “추신수가 후배들을 위해 큰 금액을 선뜻 내놓았다. 감독이자 선배로서 정말 감사한 일이다”면서 “사실 그간 훈련 환경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컸는데 추신수의 도움으로 선수들이 마음 놓고 연습할 수 있게 됐다. 투수들은 언제든 실내훈련장에서 공을 던지고 있고, LED 조명탑 교체 후 민원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추신수는 지난해 9월 모교를 찾아 ‘추신수 야구장학금’ 전달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후배들을 만나 뜻깊은 추억을 안기기도 했다.

박 감독은 “추신수가 학교를 찾았을 때 선수들이 너무나 좋아했다. 마치 연예인을 대하는 표정이었다”고 웃고는 “추신수가 올해에도 방문을 약속했다. 이제 공사가 다 끝난 만큼 다시 선수들과 만나는 자리가 빨리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사진 왼쪽이 최근 마련된 실내훈련장. 부산고 박계원 감독(오른쪽) 뒤쪽으로 새로 설치된 LED 조명탑이 보인다. ⓒ부산, 고봉준 기자
▲ 사진 왼쪽이 최근 마련된 실내훈련장. 부산고 박계원 감독(오른쪽) 뒤쪽으로 새로 설치된 LED 조명탑이 보인다. ⓒ부산, 고봉준 기자

1947년 창단한 부산고는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명문고로 통한다. 전국대회 우승만 12차례를 차지했고, 김일환과 조성옥, 양상문, 김민호, 한영준, 박동희, 박계원, 마해영, 김태균, 조원우, 염종석, 손민한, 진갑용, 주형광, 박한이, 추신수, 정근우, 장원준, 손아섭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배출했다.

그러나 최근 행보는 부산고라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았다. 마지막 전국대회 우승은 추신수와 정근우가 활약하던 2000년 대통령배. 또, 최근에는 특급 스타들을 배출하지 못하면서 ‘지역 라이벌’ 경남고와 자존심 싸움에서도 밀리는 중이다.

1985년 부산고로 입학해 박동희, 마해영, 조원우 등과 함께 전성기를 이끈 박 감독 역시 모교의 부진을 뼈아프게 느끼고 있다. 특히 현역 시절 롯데 자이언츠에서 많은 부산고 출신들과 함께했던 터라 명가 재건의 의지가 누구보다 강하다.

1992년 롯데로 입단하자마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신인으로서 유격수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던 박 감독은 “부산고가 지난 십 수년간 명문으로서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모교 출신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다”면서 “롯데에서 뛸 때만 하더라도 조성옥, 박동희, 염종석, 김민호, 한영준 등 부산고 출신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앞으로 롯데는 물론 다른 구단에도 많은 모교 출신 선수들이 활약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지난해 12월부터 진행된 부산고 운동장 공사 현장. ⓒ부산고 제공
▲ 지난해 12월부터 진행된 부산고 운동장 공사 현장. ⓒ부산고 제공

부산고는 7월 개막하는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명가 재건을 꿈꾼다. 그런데 1회전 상대가 고교야구 강호로 꼽히는 덕수고로 정해지면서 걱정이 커졌다.

롯데와 SK 와이번스, kt 위즈 등에서 오랜 기간 수비코치를 역임하다가 2020년 9월 모교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1회전 상대가 만만치 않다. 가장 피하고 싶은 학교를 만났다. 그래도 현재 3학년 선수들이 좋고 2학년에도 뛰어난 투수들이 많아 기대가 크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제 훈련 환경이 열악하다는 핑곗거리도 없다. 추신수가 이렇게 도와준 만큼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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