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박정현 기자] 키움 히어로즈의 1이닝 책임제는 철학일까, 고집일까.
키움은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0-8로 패했다.
0-3으로 뒤지고 있던 키움은 6회 선발 투수 타일러 애플러를 내리고 구원 투수 양현을 올렸다.
양현은 마운드에 올라 김재성과 이원석을 잡아내며 아웃카운트 2개를 빠르게 올렸다. 그러나 곧 문제가 발생했다. 이재현-오선진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김현준의 1루 땅볼 때 양현이 베이스 커버를 완벽하게 하지 못하며 내야 안타를 허용해 2사 만루가 됐다.
이후 양현의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구자욱과 호세 피렐라에게 연속으로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0-5가 됐고, 계속되는 만루에서 오재일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아 0-8로 무릎을 꿇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올 시즌 구원 투수 ‘1이닝 책임제’를 시행한다. 꾸준히 “한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투수를 올리는 것이 우리의 게임 플랜이다. 변수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해당 이닝은 올라간 선수가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며 자신의 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경기를 돌아볼 때 철학보다는 실리에 초점을 둬야 하지 않는가 하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키움은 후반기 첫 경기(22일 삼성전)부터 11회 연장 승부를 펼치며 5명의 불펜 투수를 기용했고, 23일에는 3명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 기간 연투를 펼친 불펜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으며 20구 이상 던진 선수는 22일 이승호(23구), 23일 최원태(27구) 두 명이었다.
이외에도 선발 자원 최원태가 이틀 연속 불펜 대기를 하고 있었다는 점, 24일 경기를 끝으로 휴식일이 있다는 판단하에 최대한 많은 투수를 기용할 여력이 충분했다. 실점을 최소화 하며 경기 후반 역전을 준비 할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홍 감독은 결과적으로 투수를 교체하지 않았다. 양현이 1이닝 동안 공 41개를 던지며 5실점 하는 것을 바라만 봤다. 그 사이 점수는 3점 차에서 8점 차로 크게 벌어졌고, 추격의 원동력을 잃은 키움은 그대로 경기에서 패했다.
‘1이닝 책임제’는 철학일까, 고집일까. 그 모호한 경계 속에 키움은 또 한 경기를 상대에게 내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