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탬파베이는 리그의 대표적인 스몰마켓 팀이다. 팀 연봉이라고 해봐야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2~3명 수준밖에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재정 상황이 넉넉하지 못하다보니 팀의 간판스타가 FA 자격을 얻기 전 트레이드하는 게 일상이 되어 있다.
탬파베이는 불펜이나 야수들에 비해 선발투수를 잘 키우는 팀으로 유명하다. 마이너리그의 마운드 팜은 항상 좋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렇게 탬파베이의 팜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에이스가 된 뒤, FA를 1~3년 앞두고 트레이드된 선수들이 한가득이다.
근래 흐름만 봐도 제임스 쉴즈, 데이비드 프라이스, 맷 무어, 제이크 오도리지, 크리스 아처 등 팀 마운드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FA를 앞두고 이런 저런 사정 탓에 트레이드됐다. 그러나 탬파베이의 에이스들을 트레이드로 데려가 정말 ‘대박’을 쳤다고 평가받는 팀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실패한 케이스가 수두룩하다.
가장 근래의 사례는 좌완 블레이크 스넬(30‧샌디에이고)로 기억될 전망이다. 스넬은 2016년 탬파베이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18년에는 21승5패 평균자책점 1.89의 성적으로 사이영상까지 수상했다. ‘타도 LA 다저스’를 외쳤던 샌디에이고는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유망주 네 명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스넬을 영입했다. 그렇다고 아예 하위권 유망주 패키지도 아니었다.
이 트레이드는 성사 당시부터 샌디에이고에 우려를 표하는 시각이 있었다. 무엇보다 스넬은 건강 이슈가 있었고, 한 시즌 최다 이닝은 2018년 180⅔이닝이었다. 게다가 2018년 사이영상 수상 이후 성적이 다소 내리막이라는 부정적 시선도 존재했다. “그래도 최고 유망주들을 지키면서 트레이드했다”는 옹호론도 있었지만, 스넬이 샌디에이고 입단 후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하면서 또 한 번 “탬파베이가 폭탄을 성공적으로 팔았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스넬은 지난해 27경기에서 128⅔이닝 소화에 그치며 7승6패 평균자책점 4.20에 머물렀다. 자신의 볼 배합 패턴까지 바꾸면서 안간힘을 썼지만 효과가 오래 가지 않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11경기에서 55이닝 투구에 그쳤고, 2승5패 평균자책점 4.75의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다. 샌디에이고 입단 후 2년간 9승11패 평균자책점 4.36의 부진이다. 스넬에게 이 성적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여전히 구위는 좋고, 9이닝당 탈삼진 개수도 크게 달리지지 않았다. 그러나 좀처럼 제구 이슈가 안 잡힌다. 샌디에이고 입단 후 스넬의 9이닝당 볼넷 개수는 5.0개로 탬파베이 시절(3.8개)보다 더 올라 낙제점에 가까워졌다. 공들이 조금씩 빠지며 볼넷을 주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이닝소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팀의 좌완 에이스가 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치는 갈수록 희석되고 있다.
스넬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5000만 달러 계약을 했고, 샌디에이고는 이를 승계한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연봉이 높아지는 시기는 샌디에이고 입단 후인 2021년부터다. 지난해 1110만 달러, 올해 1310만 달러에 이어 계약 마지막 해인 내년에는 1660만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스넬의 제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가치를 해낼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