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구 속도를 유지하면서 타격폼 교정을 통해 발사각을 높이며 홈런 개수가 늘어난 이정후-오지환 ⓒ곽혜미 기자
▲ 타구 속도를 유지하면서 타격폼 교정을 통해 발사각을 높이며 홈런 개수가 늘어난 이정후-오지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즌 막판에 안타도 치면서 타구에 힘을 실린다는 생각을 받았어요”

키움의 간판타자이자 KBO리그의 대표 스타로 거듭난 이정후(24)는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쉴 수가 없었다. 체력 소모가 극심했던 시즌이기는 했지만, 타격에서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흥분 때문이었다. 이정후는 “시즌이 끝난 뒤 11월 20일부터 바로 훈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보통 한 달 정도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시기인데, 이정후는 곧바로 방망이를 다시 잡았다.

이정후가 찾은 감은 ‘장타’였다. 사실 2021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 장타력 증강, 즉 더 많은 홈런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했다. 그런데 이게 뜻대로 잘 안 됐다. 이정후는 “2021년 시즌을 준비하면서 캠프 때부터 접근을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홈런을 치려고 캠프 때 준비했는데 시즌 초에 좋지 않아 밸런스를 다시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떠올리면서 “그런데 10월에 홈런 3개를 쳤는데 2020년 10개 이상의 홈런을 쳤을 때 그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정후는 이상적인 타격폼을 가지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야구 관계자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상체가 거의 흔들리지 않는 폼이기 때문이다. 타자가 타격 동작에 들어갈 때 어떤 식으로는 상체를 움직여 힘을 모으는 동작이 있는데 이정후는 그렇지 않고 물 흐르듯이 타격 동작으로 이어진다. 대신 오른발로 타이밍을 조절한다. 

이정후는 4월 당시 “홈런을 치려고 준비했다기보다는 하드히트 비율을 많이 높이고 싶다”면서 “홈런을 치려고 팔로스로우를 크게 한다는 건 없다. 어떻게든 빠르게 공에 접근해서 강하게 치자는 준비를 캠프 때부터 했다”고 했다.

역설적으로 홈런에 대한 생각을 버린 이정후는 공이 뜨고 있다. 기록을 보면 아주 명확하게 드러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현재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트랙맨’의 전반기 집계(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제외)에 따르면 이정후의 타구는 지난해보다 평균 발사각이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9.0도 정도였는데, 올해 전반기에는 10.4도로 높아졌다.

타구 속도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발사각이 높아지면서 공이 조금씩 담장을 위협한다. 이정후는 올해 88경기에서 0.336의 고타율을 유지함과 동시에 벌써 15개의 홈런을 쳤다.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인 2020년(15개) 기록과 벌써 동률을 이뤘다. 그 결과 시즌 초반인 4월 투고타저 흐름이 뚜렷했음에도 불구하고 장타율(.556)에서도 개인 최고 기록을 쓰고 있다.

이정후는 리그 슬러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좋은 타구 속도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타구 속도만으로 모든 게 되는 건 아니다. 땅볼 타구는 타구 속도가 대개 빠르다. 평균을 내면 함정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정후는 타구 속도를 거의 비슷하게 유지함과 동시에 타구를 조금 더 띄우면서 장타율을 높이고 있다. 완전체 타자를 향해 점차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정후와 비슷한 흐름의 전반기를 보낸 선수는 오지환(32‧LG)이었다. 오지환은 2016년 20개의 홈런을 친 선수다. 강한 손목 힘으로 타구에 임팩트를 주는 데 능하다. 다만 2016년 이후로는 홈런 개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한 시즌 평균 홈런(9.2개)은 10개가 채 안 됐다. 그런데 올해는 벌써 14개의 대포를 신고했다.

오지환은 장타가 많이 나왔던 2016년의 폼을 떠올렸다고 했다. 조금 더 하체를 이용하는 폼이다. 한 해설위원은 “오지환은 생각보다 타격 폼을 많이 바꾸는 선수다. 올해도 바뀌었는데 손을 몸쪽으로 당기면서 힘을 모으고, 상체보다는 하체에서 힘을 뿜어내면서 전반적인 발사각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평균 시속 140㎞ 이상의 타구 속도를 자랑하는 오지환 또한 이정후와 마찬가지로 지난해와 타구 속도 자체는 차이가 별로 없지만, 발사각이 8.6도에서 9.9도로 높아졌다. 한 구단 관계자는 "발사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이기는 하지만, 인위적으로 다 높일 수 있다면 다 높인다. 그게 쉽지는 않다"고 했다.

한 구단 타격코치 또한 “오지환이 테이크백 동작에서 안 좋을 때 가지고 있던 약점은 왼손을 덮는다는 것이었다. 인앤아웃 스윙이 아니라 아웃앤인 스윙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올해 타격폼을 바꾸면서 방망이에 있던 손을 몸쪽으로 당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앤아웃 스윙이 되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다. 하체 이용이 잘 되고, 이것이 발사각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정후와 오지환의 홈런 개수가 괜히 늘어난 것이 아님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으로, 후반기 홈런 개수에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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