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더그아웃 들어와서 죽을 뻔했어요."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박세혁(32)이 전력질주로 후배에게 데뷔 첫 타점을 선물한 뒤 웃어 보였다. 박세혁은 26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 8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9번타자 김태근(26)에게 힘을 실어주는 플레이를 펼쳤다. 김태근은 2019년 두산에 입단해 이날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신인급 선수였다.
두산 타선은 1회말 공격부터 폭발했다. 롯데 선발투수 김진욱의 제구가 흔들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몰아붙이고 있었다. 양석환의 1타점 적시타와 김재호의 2타점 적시타로 3-0 리드를 잡은 가운데 박세혁이 흐름을 이어 갔다. 박세혁은 2사 2, 3루 기회에서 중전 2타점 적시타를 치며 5-0으로 거리를 벌리며 일찍이 승기를 잡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계속된 2사 1루 기회에서 김태근은 데뷔 4년 만에 첫 타석에 섰다. 2019년 1군 9경기에 출전한 기록이 있었지만, 모두 교체 출전한 탓에 타석에 선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김태근은 볼카운트 0-2로 몰린 가운데 나균안의 3구째 포크볼을 자신 있게 받아쳤다. 타구는 중견수 왼쪽으로 멀리 뻗어 갔고, 김태근은 1루를 지난 2루까지 빠르게 내달리며 데뷔 첫 안타를 2루타로 장식했다.
이때 1루주자 박세혁의 플레이가 돋보였다. 3루에서 멈춰야 하는 타구였는데, 박세혁은 과감하게 3루를 돌아 홈으로 내달렸다. 중견수로 나선 롯데 새 외국인 타자 잭 렉스는 박세혁이 홈으로 뛸 것이란 예상은 전혀 못 했는지 2루로 송구했고, 덕분에 박세혁은 홈을 밟을 넉넉한 시간을 벌었다. 이때 6-0으로 달아나면서 두산은 6-1로 승리할 수 있었고, 김태근은 첫 안타와 함께 타점까지 챙기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박세혁은 경기 뒤 "타구를 봤을 때 3루까지밖에 못 갈 것 같았는데, 김주찬 코치님께서 팔을 돌리셔서 홈까지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더그아웃에 들어와서 죽을 뻔했다"고 답하며 웃어 보였다.
김태근은 "(박)세혁이 형이 첫 타점을 선물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제 (라커룸에) 들어가서 형에게 고맙다고 말하려 한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잊지 못할 하루를 보낸 김태근은 "1군에 콜업되고 긴장했는데, 야구장에 들어와서는 매 순간 즐거웠다. 잘하든 못하든 즐겁게 하자고 생각했다. 부모님께서 오셨는데, 첫 안타를 아버지께서 볼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