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KBO 신인왕을 차지했던 LG 우완 사이드암 정우영. ⓒ곽혜미 기자
▲ 2019년 KBO 신인왕을 차지했던 LG 우완 사이드암 정우영.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안 그래도 이제 후배들한테 눈이 가더라고요.”

LG 트윈스 우완 사이드암(23) 정우영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격세지감’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롤모델의 변화 속에서 시대의 흐름이 읽히던 찰나. 유망주들의 새로운 우상이 된 20대 초반의 영건은 부끄러운 미소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올 시즌 고교야구는 유독 뛰어난 사이드암들의 등장으로 풍성하게 펼쳐지고 있다. 최근 끝난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유신고의 우승을 이끌고 MVP를 차지한 박시원을 비롯해 라온고 박명근과 장충고 신윤호, 대구고 김정운, 청담고 류현곤 등 졸업을 앞둔 3학년 투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기 다른 장점으로 프로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이른바 옆구리 투수들. 그런데 이들 사이에선 눈으로 보이지 않는 공통점 하나가 있다. 바로 롤모델이다. 모두는 아니지만, 대다수는 정우영이라는,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사이드암을 가장 닮고 싶은 선배로 말하고 있다.

정우영의 이름이 가장 먼저 불리는 이유는 하나다. 시속 150㎞가 넘는 투심 패스트볼로 타자들을 힘껏 윽박지르기 때문이다. 개인 성적 역시 뛰어나다. 2019년 데뷔와 함께 16홀드를 챙기면서 신인왕을 차지한 정우영. 이제는 LG의 빼놓을 수 없는 필승조로 자리매김하면서 올 시즌까지 3년 연속 20홀드를 돌파해나가고 있다.

▲ 최근 끝난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유신고의 우승을 이끌고 MVP를 차지한 박시원. ⓒ곽혜미 기자
▲ 최근 끝난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유신고의 우승을 이끌고 MVP를 차지한 박시원. ⓒ곽혜미 기자

최근 만난 정우영은 “가끔 고등학교 사이드암 투수들이 나를 롤모델로 한다는 기사를 보기는 봤다. 내가 언제 그런 존재가 됐는지 모르겠다. 기분은 좋다”면서 웃고는 “사실 내가 고등학교에서 뛸 때는 선배님 두 분을 롤모델로 꼽았다. 임창용 선배님과 한현희 선배님이다. 그런데 어느새 시간이 조금 흐르긴 흐른 모양이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1군 일정만 소화하기에도 시간이 벅찬 정우영. 그러나 틈틈이 후배들의 경기를 챙겨보는 눈치였다. 유망주들의 이름이 나오기 무섭게 장단점을 하나씩 설명하면서 애정을 보였다.

정우영은 “최근에는 박명근과 박시원의 투구 장면을 종종 봤다. 먼저 박명근은 구위가 정말 좋은데 변화구를 조금 많이 던지는 것 같더라. 개인적으로는 변화구 구사 비율을 줄이고 직구를 많이 던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어릴수록 강약 조절을 하기보다는 직구 위주로 강한 공을 뿌리는 편이 좋다. 그래야 구위도 좋아지고 변화구도 자연스럽게 힘이 붙는다. 내가 어릴 때를 되돌아보면, 초구부터 100%로 던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답했다.

▲ LG 정우영. ⓒ 스포티비뉴스DB
▲ LG 정우영. ⓒ 스포티비뉴스DB

박시원을 향한 관심도 드러냈다. 정우영은 “체격조건은 박명근보다 박시원이 더 좋더라. 그런데 구속이 조금 아쉬웠다”면서 “그래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어차피 프로로 오면 먹는 것도 달라지고, 운동량도 늘어나는 만큼 저절로 구속이 증가한다. 나도 프로로 와서 좋아진 케이스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후배들의 장단점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던 정우영은 자신의 고교 시절도 함께 떠올렸다. 어릴 적부터 유망주 소리를 듣지 않았느냐고 묻자 “전혀 아니다. 사실 나는 어릴 때 그렇게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힐지도 몰랐다. 다행히 3학년이 된 뒤 구위가 좋아져서 지명될 수 있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키가 커서 뽑힌 것 같다”고 가감 없이 말했다.

어느덧 프로 4년차가 된 1999년생 정우영. 그렇다면 프로 데뷔를 앞둔 2004년생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일까.

곰곰이 할 말을 생각하던 정우영은 “성적도 중요하고, 우승도 중요하겠지만, 일단은 고등학교 시절을 즐겼으면 좋겠다. 다시 오지 않을 시기인 만큼 친구들끼리 많은 추억을 쌓고 졸업했으면 한다”고 말한 뒤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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