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란은 미국에 0-1로 패하며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 가능했던 조건을 날려 버렸다. 경기 후 선수들은 심판진 앞에 몰려가 판정에 강력 항의했다. ⓒ연합뉴스
▲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란은 미국에 0-1로 패하며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 가능했던 조건을 날려 버렸다. 경기 후 선수들은 심판진 앞에 몰려가 판정에 강력 항의했다. ⓒ연합뉴스
▲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란은 미국에 0-1로 패하며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 가능했던 조건을 날려 버렸다. 경기 후 선수들은 심판진 앞에 몰려가 판정에 강력 항의했다. ⓒ연합뉴스
▲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란은 미국에 0-1로 패하며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 가능했던 조건을 날려 버렸다. 경기 후 선수들은 심판진 앞에 몰려가 판정에 강력 항의했다. ⓒ연합뉴스
▲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란은 미국에 0-1로 패하며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 가능했던 조건을 날려 버렸다. 경기 후 선수들은 심판진 앞에 몰려가 판정에 강력 항의했다. ⓒ연합뉴스
▲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란은 미국에 0-1로 패하며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 가능했던 조건을 날려 버렸다. 경기 후 선수들은 심판진 앞에 몰려가 판정에 강력 항의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도하(카타르), 월드컵 특별취재팀 이성필 기자] 그라운드 위 총성 없는 '성전(聖戰)'은 정말 뜨거웠다.

30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 투마마 스타디움. 무기만 없었지, 유니폼을 입은 22명의 전사가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란과 미국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이었다. 

경기 전까지 16강 진출에 유리한 팀은 이란이었다. 승점 3점으로 미국에 비겨도 사상 첫 16강 진출이었다. 반면 2점의 미국은 무조건 이란을 잡아야 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잉글랜드(7점)에 밀리는 웨일스(1점)가 패한다고 가정하면 더 뛰어야 했다. 

이란은 '그라운드 위의 여우'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을 믿었다. 체격 조건이 좋고 투지만 있던 이란에 무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강력한 수비를 이식해 월드컵에서 강팀을 괴롭히는 '늪 축구'를 완성했다. 

2019년 이란 지휘봉을 내려놓고 콜롬비아, 이집트 대표팀을 맡았던 케이로스는 지난 9월 급하게 이란과 재회했다. 미국, 잉글랜드, 웨일스와 B조에 묶이면서 정치적인 배경까지 섞여 모든 만남 자체가 화제였다. 

하지만, 이란 내부 상황은 케이로스 감독의 지도력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란 경찰은 지난 9월 중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복장 규정 위반을 들어 여성 마흐사 아미니를 끌고 갔다. 

그런데 의문사한 사실이 알려졌고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벌써 두 달째다. 사르다르 아즈문(레버쿠젠) 등 유명 선수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동조했고 잉글랜드와의 첫 경기에서는 일부가 국가 제창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관중석 일부에서는 여성 인권 신장에 대한 문구를 새긴 티셔츠를 입은 관중도 보였다. 

월드컵 기간 내내 이란 대표팀을 둘러싼 온갖 소문이 돌았다. 국가를 제창하지 않으면 이란에 돌아가 구금되거나 고문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서방 언론의 보도까지 나왔다. 케이로스 감독은 잉글랜드전 2-6 패배 직후 "선수들이 축구만 하게 해달라. 당당하게 국가를 대표해 뛰기를 원한다"라며 경기 외적인 요인이 선수들을 너무 괴롭히고 있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웨일스에 2-0 승리를 거둔 뒤 "이것이 바로 축구다. 이란이 할 수 있는 것이다"라며 좋아했던 케이로스 감독이다. 미국에 특유의 끈끈한 수비로 대응해 승점 1점만 따내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미국전 국가 제창부터 일부 선수는 입을 다물었다. 관중석의 이란 팬들도 국가 제창 대신 뿔피리를 불며 함성만 쏟아냈다. 이란 정부에 대한 반감의 연대를 감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라운드 위 이란 선수들은 몸을 던졌지만, 젊은 미국에는 역부족이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직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가 팬들의 만류로 돌아온 아즈문도 수비에 막혔고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득점왕 출신 메흐디 타레미(FC포르투)도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전반 38분 골대 안으로 몸을 던진 크리스찬 풀리식(첼시)이 골망을 흔들며 미국에 승리를 안겼다. 

경기 종료 후 타레미를 비롯한 이란 선수들은 심판진에게 다가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마지막 공격에서 핸드볼 파울로 의심되는 장면을 왜 그냥 넘어갔는가에 대한 항의였다. 그렇지만, 이미 주심의 호각이 울린 뒤였다. 

그라운드 안보다 밖이 더 시끄러웠던 이란이 상황에 지략가 케이로스의 전략, 전술은 물 위의 휴지 조각처럼 녹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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