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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잘하는 투수가, 왜 일본에서는 고개 숙였을까… 리그 수준 차이 계속 벌어지나

작성일: 2023.09.19 14:55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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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두산의 에이스로 진가를 재확인하고 있는 라울 알칸타라 ⓒ곽혜미 기자
▲ 올 시즌 두산의 에이스로 진가를 재확인하고 있는 라울 알칸타라 ⓒ곽혜미 기자
▲ 알칸타라는 성실하게 이닝을 소화하며 두산 최후의 보루가 되고 있다
▲ 알칸타라는 성실하게 이닝을 소화하며 두산 최후의 보루가 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두산은 2019년 한 투수가 소속팀과 재계약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2019년 kt 소속으로 27경기에서 11승11패를 기록한 라울 알칸타라(31)가 그 주인공이었다.

2019년 평균자책점(4.01)에서 보듯이 당시까지만 해도 완성도가 높은 투수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시속 150㎞를 쉽게 찍는 강속구가 있었다. 잘 다듬으면 더 좋은 투수가 될 것이라 여겼다. 외국인 에이스를 기대하고 데려온 건 아니었는데 대박이었다. 알칸타라는 2020년 31경기에서 198⅔이닝을 던지며 20승2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하며 최동원상과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너무 잘해도 탈이었다. 한국 무대 최고 외국인 선수들에게 항상 관심이 많은 일본프로야구 팀들이 달려들었다. 한신이 2년 계약서를 내밀자 두산으로서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2년간 추정 연봉만 400만 달러였다. 두산이 따라가기 어려운 레이스였다. 결국 두산은 알칸타라가 떠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런 알칸타라가 한신과 계약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은 두산은 3년 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알칸타라 재영입을 시도했고, 일본에서 이런 저런 상처를 많이 받은 알칸타라도 흔쾌히 두산의 손을 잡았다. 총액 90만 달러에 계약했다. “한국에서 실적은 있지만 최근 2년 성적이 좋지 않아 하락세 우려가 있다”는 일부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과는 또 대박이다. 알칸타라는 19일 현재 27경기에서 171⅓이닝을 던지며 13승6패 평균자책점 2.36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 중 하나로 재진입했다. 여전히 빠른 공을 던지고, 여전히 많은 이닝을 성실하게 잡아먹는다. 27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만 21차레다. 시즌 초반인 4월을 제외하면, 알칸타라가 5이닝 미만을 던진 건 단 한 차례도 없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알칸타라를 치켜세우는 것도 모자라 고마워했다. 시즌 초반 팀의 선발 로테이션이 어려울 때 알칸타라가 버텨줬기에 팀도 무너지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18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부상이 전혀 없었고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 딜런의 부상으로 힘들었던 적도 있었기 때문에 알칸타라까지 로테이션에서 빠지거나 부진했다면 사실 팀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 알칸타라는 두산의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 최고의 에이스 카드다 ⓒ곽혜미 기자
▲ 알칸타라는 두산의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 최고의 에이스 카드다 ⓒ곽혜미 기자
▲ 알칸타라는 KBO리그 최고 수준의 투수지만 일본에서는 2년간 성공하지 못했다 ⓒ곽혜미 기자
▲ 알칸타라는 KBO리그 최고 수준의 투수지만 일본에서는 2년간 성공하지 못했다 ⓒ곽혜미 기자

이 감독은 알칸타라가 팀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에 팀을 살렸다고 말할 정도로 알칸타라의 팀 공헌도를 높게 평가한다. 이 감독은 “7~8이닝을 던져줄 때도 있고 평균 6이닝 이상을 충분히 던질 수 있는 투수다. 나머지 선수들을 쉬게 해줄 수 있는 투수”라면서 “상황에 여유가 있다면 빨리 교체해주고 싶은데, 알칸타라가 (계속된 많은 이닝에) 부담을 가질 것이다. 거르지 않고 던지면 똑같은 스피드라도 볼 끝에 힘이 떨어질 수 있다. 요즘은 타구가 맞아 나가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알칸타라에게는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다”고 재차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알칸타라는 왜 일본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 것일까. KBO리그 역사상 최고 선수로 추앙받는 이승엽 두산 감독은 2003년까지 한국 무대를 평정한 뒤 2004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와 계약하며 일본 도전에 나섰다. 2006년에는 일본 최고 명문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계약하는 등 전성기를 달렸다. 한일 야구의 차이, 한일 야구 리그의 수준을 몸소 느낀 인사다.

이 감독은 솔직하게 수준 차이를 인정했다. 이 감독은 “일본이 힘들다”고 운을 떼면서 “생활적인 면도 그렇고 투구 버릇이라든지 조금만 약점이 있으면 그것을 진짜 잘 파고 든다. 아마 선수도 힘들어했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요즘도 경기를 하다 보면 조그마한 버릇이 나오고 그 버릇을 찾아서 경기 중에 바꿀 정도로 우리나라도 뒤지지는 않는다”면서도 “아무래도 환경이 바뀌고 일본에는 워낙 선수들이 많으니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본은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에 완승을 거두며 수준 차이를 실감하게 했다. 일본 야구가 한국 야구보다 더 좋은 야구를 했던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지만, 그래도 2006년에서 2010년까지 대표팀 레벨에서는 어느 정도 게임이 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대표팀 레벨에서도 차이가 벌어지고 있음은 물론, 리그 수준도 계속해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도 발전하고 있지만 일본은 더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알칸타라와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갔던 제리 샌즈, 멜 로하스 주니어, 앙헬 산체스 등 한국을 대표했던 외국인 선수들이 일본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쓸쓸히 사라졌던 전력이 있다. 물론 적응의 문제도 있어 모든 것을 단칼에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리그 전체가 발전을 위해 조금 더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 라울 알칸타라 ⓒ곽혜미 기자
▲ 라울 알칸타라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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