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훈아 마지막 콘서트 현장.  ⓒ스포티비뉴스DB
▲ 나훈아 마지막 콘서트 현장.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절대 울지 않겠다. 씩씩하게 더 신명나게 잘하겠다”던 ‘가황’도 팬들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58년간 동행한 팬들과 나누는 마지막 인사에 나훈아도 “사람을 울리면 우짜노”라고 끝내 눈물을 보였다.

나훈아는 1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구 체조경기장)에서 마지막 공연인 전국투어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서울 공연을 열고 은퇴했다.

지난해 돌연 은퇴를 선언한 나훈아는 이날 무대를 끝으로 가수 인생 58년 만에 마이크를 내려놓고 사랑하는 팬들과 영원한 작별을 알렸다. 공연장은 ‘가황’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 모여든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팬들은 ‘그리울 때 그때 울겠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과 대형 꽃다발을 준비해 ‘가황’이 가는 마지막 길을 장식했다.

공연장은 나훈아를 본다는 설렘과 동시에 다시는 볼 수 없는 무대를 앞두고 있다는 아쉬움이 교차했다. “박수칠 때 떠난다”는 그의 말을 지지하면서도 자꾸만 마음을 뒤덮는 아쉬움에 울컥울컥 눈물을 쏟은 팬들은 “장 서는 날 막걸리와 빈대떡을 먹는 게 가장 하고 싶다”는 ‘사람’ 나훈아의 뜻을 이해했다.

공연장 앞에서 만난 팬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너무 슬프다”라면서도 “이제는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셨으면 좋겠다”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에서 올라온 나사모(나훈아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다스리자’씨는 ‘훈아님 없는 세상, 내일은 해가 뜰까 지구는 돌아갈까’, ‘가황님과 함께한 소중한 추억, 영원히 사랑할게요’, ‘아! 테스형! 인생이란 마당에서 한바탕 놀고가는 가객’이라는 현수막을 제작해 ‘가황’ 나훈아를 향한 절절한 팬심을 드러냈다.

그는 나훈아의 은퇴에 “눈물밖에 안 난다. 국민은 누가 달래주나. 국민께 위로를 준 것은 정치도 아니고, 테스형이다. 나훈아 님은 도인의 ‘도음(道音)’이다. 나훈아님 고맙다는 그 한마디 남겨두고 영영 가시냐”라고 아쉬운 마음을 쏟아냈다.

20대 초반이었던 1982년~1983년에 나훈아 공연을 한 번 보고 ‘가황’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다스리자’씨는 “나훈아 님에게 의지하면서 통째로 쓸어 안았다. 공연이라는 공연은 다 쫓아다니고, (나)훈아 님 못 보면 못 살 정도로 의지하며 살았다”라며 “제 각오가 있다. 나훈아 님은 나의 영혼”이라고 했다.

이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저는 관에만 넣어주시면 (나훈아와) 같이 죽을 용기가 있다”라며 “국민을 위해 힘을 주셨기 때문에 건강하시라는 것밖에는,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라고 끝내 눈물을 보였다.

▲ 나사모 회원 '다스리자' 씨가 준비한 현수막.  ⓒ스포티비뉴스DB
▲ 나사모 회원 '다스리자' 씨가 준비한 현수막. ⓒ스포티비뉴스DB

구미에서 올라온 ‘지아사랑’씨는 40년 전부터 ‘가황’과 쌓은 추억을 생생하게 전했다. ‘지아사랑’씨는 이날 공연에서 나훈아에게 직접 꽃다발을 전달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가황’의 마지막 공연 전 그는 “너무너무 슬프다. 어제 음악을 들으면서 통곡을 했다. 오빠랑 추억이 많다. 40년 전에 대기실에서 같이 사진도 찍고, 부곡하와이 공연 대기실에서 얘기도 나누고, 대구 무역회관 공연 이후에는 오빠랑 팔짱 끼고 사진을 찍었다. 오빠는 이제 진짜 쉬셔야 하지만, 못본다는 게 너무너무 아쉽다. 앞으로 시장에 다니신다고 하니 같이 갈 수 있길 희망한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온 우병곤(66)씨는 ‘금손’ 며느리의 도움으로 ‘가황’의 마지막을 배웅할 수 있게 됐다.

우씨는 “객지 생활을 오래 했는데 15살 때 전파상에서 나훈아 님의 노래를 처음 듣고 팬이 됐다”라며 “작년에 정년이 됐는데 나훈아님 공연이 끝나고 나면 뭘 하고 사나, 늘 일하고 선생님 공연 보고 살았는데 오늘 보면 마지막 아닌가. 이제는 못 보니 노래라도 들으려고 CD를 샀다. 한정판을 사지 못했다”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노래를 다시 하시든지 정치를 하시든지 어떤 방식이든 마이크를 다시 잡으셨으면 좋겠다. 지금도 건강하시지만 계속 건강하시고, 앞으로 장날을 다니신다고 하니 장에서 뵙겠다. (제가 대구에 살아서) 대구 서문시장을 한 번 오시든지”라며 “그리울 것이다”라고 ‘가황’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동서지간이 함께 공연장을 찾은 다복한 가정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서 온 형님 박씨(76)와 밀양에서 첫차를 타고 올라온 동서 박씨(63)는 ‘가황’다운 마지막에 깊이 공감했다. 두 사람은 ‘형님’ 박씨 손주의 ‘예매 신공’으로 어렵게 마지막 공연 티켓을 얻었다. 손주는 할머니에게 효도를 하려다 인천 공연 티켓을 사기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고.

‘동서’ 박씨는 이날이 나훈아를 처음 ‘영접’하는 날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나훈아를 처음 보는 날이 마지막 보는 날이 된 셈이다. 그는 “설레서 잠을 못 잤다. 제일 좋아하는 가수를 볼 수 있는 게 행운이다”라면서도 “명절 때라도 한 번씩은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고 말했다.

앞서 청주 공연도 ‘직관’했다는 ‘형님’ 박씨는 “나훈아 안 좋아하시는 분들 있냐, 세상에 한명 나올까 말까 하는 가수다. 지금의 아이돌과는 비교를 못 한다”라며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감명 깊다. 못 본다는 게 아쉬울 뿐이지 이번 공연 끝나면 자유롭게 사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 구미에서 '가황' 나훈아를 보기 위해 올라온 '지아사랑'씨.  ⓒ스포티비뉴스DB
▲ 구미에서 '가황' 나훈아를 보기 위해 올라온 '지아사랑'씨. ⓒ스포티비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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