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과 6년 1억4000만 달러 계약을 '부진한 성적 속에' 완주한 패트릭 코빈
▲ 워싱턴과 6년 1억4000만 달러 계약을 '부진한 성적 속에' 완주한 패트릭 코빈
▲ 패트릭 코빈은 6년간 성실히 던졌지만, 오히려 너무 성실히 던져 팀에 마이너스가 된 보기 드문 사례를 남겼다
▲ 패트릭 코빈은 6년간 성실히 던졌지만, 오히려 너무 성실히 던져 팀에 마이너스가 된 보기 드문 사례를 남겼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잘 나갔던 시절도 있었다. 꽤 화려한 경력이었다. 좌완 패트릭 코빈(36)은 2012년 애리조나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매년 두 자릿수 승수를 기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선발 자원으로 성장했다. 특급까지는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이렇게 안정적인 좌완도 리그에 몇 없었다.

애리조나에서 보낸 6시즌 동안 코빈은 172경기(선발 154경기)에 나가 56승54패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다. 2013년(14승), 2017년(14승), 2018년(11승)은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앞둔 2018년은 불타올랐다. 33경기에서 200이닝을 던지며 11승7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하며 대박의 자격을 갖췄다. 리그 올스타였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5위 투수였다.

아직 20대 후반의 나이까지 매력적이었다. FA 시장에서의 경쟁도 꽤 붙었다. 그 결과 2019년 워싱턴과 6년 총액 1억4000만 달러(약 2060억 원) 계약에 합의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첫 해까지는 기대대로였다. 2019년 33경기에서 202이닝을 소화하며 14승7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하며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해가 코빈이 칭찬을 받은 마지막 시즌이었다. 코빈은 2020년부터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후로는 항상 최다패 불명예를 쓰는 투수로 전락했다. 코빈은 2021년 16패, 2022년 19패, 2023년 15패로 3년 연속 내셔널리그 최다패 오명을 뒤집어썼다. 2024년에도 13패를 기록했다. 승운, 워싱턴의 부실한 전력을 탓할 것도 아니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코빈의 평균자책점은 5.71이었다.

워싱턴 팬들은 더 큰 문제가 있다며 한숨을 쉬곤 했다. 1억4000만 달러 대형 계약이 되어 있는 코빈은 아프지 않다면 써야 하는 투수였다. 이 정도 연봉을 받는 선수를 불펜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프지도 않았다. 너무 건강하게 던졌다.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 합법적으로 로스터에서 제외하고 다른 어린 선수라도 써 볼 텐데, 코빈은 마지막 4년 동안 모두 30경기 이상에 나가 679이닝을 잡아먹었다.

코빈도 최선을 다한 것밖에 없지만 최종적으로는 4년간 5.7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차라리 마이너리그 투수를 돌려쓰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냈다. 처음에는 트레이드도 논의했지만 이미 성적이 수직 하락한 코빈을 데려갈 팀도 없었다. 끝내 리빌딩 모드에 들어간 워싱턴은 코빈을 이닝 소화용 투수로 그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 웃픈 현실이었다.

코빈은 워싱턴에서의 6년간 170경기에서 946⅔이닝을 던졌다. 좋았던 시절인 애리조나 소속 당시에도 6시즌 동안 945⅔이닝을 던졌다. 거의 비슷한 이닝을 소화했는데 성적이 너무 차이가 났다. 애리조나 시절에는 던지면 던질수록 도움이 되는 투수였다면, 워싱턴 시절에는 던지면 던질수록 팀이 손해를 보는 투수였다. 그런 코빈이 마지막 4년간 기록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무려 -4.0이었다. 연봉은 먹었지만, 튀지 않고 열심히 던졌는데 오히려 결과가 최악이었다.

▲ 워싱턴과 6년 계약이 끝난 코빈은 현역 연장을 원하는 듯 보이지만, 아직 그를 원하는 팀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 워싱턴과 6년 계약이 끝난 코빈은 현역 연장을 원하는 듯 보이지만, 아직 그를 원하는 팀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손에 꼽을 만한 기이한 모습으로 계약을 완주한 코빈은 이제 FA다. 아직 현역 은퇴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시즌 막판 워싱턴 주관 방송사인 MASN은 “코빈이 아직 현역으로 계속 던지고 싶어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 이후로는 모든 게 조용하다. 코빈을 조명하는 언론도 없다. 흔히 보는 FA ‘TOP 100’ 리스트에도 코빈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가운데, 마이너리그 계약이라도 내미는 팀이 있을지 의문이다. 코빈은 지난해 32경기에서 174⅔이닝을 던지며 어깨는 건재를 과시했지만 평균자책점은 5.62에 그쳤다. 그리고 한 살을 더 먹었다. 그냥 마이너리그 젊은 투수를 쓰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코빈에게 명예회복의 기회가 주어질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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