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침착하면 그게 비정상… 전율의 152㎞→쾌조의 KKK, ‘필승조 배찬승’ 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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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태우 기자] 밖에서 봤을 때는 좋아 보였는데 실제 보니 별로인 경우도 있고, 영상으로 봤을 때는 그렇게 좋은 줄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더 좋은 경우가 있다. 대구고를 졸업하고 202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의 1라운드(전체 3순위) 지명을 받은 좌완 배찬승(19)은 전형적인 후자다.
고교 시절 정현우(키움), 정우주(한화)라는 투톱에 가리기는 했지만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중요한 경기를 소화하는 등 특급 유망주 대우를 받았다. 대표팀의 주전 포수였던 이율예(SSG) 또한 “정현우 정우주의 공도 좋지만 배찬승의 공도 그에 못지않다”고 칭찬했을 정도였다. 그런 배찬승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대장정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칭찬이 자자했던 배찬승은 오키나와 연습경기까지 호투를 이어 가며 삼성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좌완으로 시속 150㎞ 이상의 구속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 자체로도 엄청난 무기다. 비록 슬라이더 외의 변화구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은 있지만, 몸만 괜찮다면 이는 앞으로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이에 삼성도 배찬승의 올해 불펜 기용을 염두에 두고 연습경기를 보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선발로 키워야 할 선수지만, 일단 지금은 선발 로테이션에 차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2군에 보내기는 아깝다. 구위는 1군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확인했다.
내친 김에 박진만 삼성 감독은 필승조로도 테스트를 해볼 구상을 드러냈다. 삼성은 불펜에 경험 많은 베테랑 투수들이 많다. 하지만 시속 150㎞ 이상의 강력한 구위로 상대 타선을 윽박지를 만한 젊은 투수들이 다소 부족하다. 특히 좌완은 더 그렇다. 이에 박 감독은 배찬승을 이기는 상황에서 실험하며 필승조로 올라설 수 있는지를 테스트할 생각이다. 결과야 배찬승이 하기 나름이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신인으로서는 대단한 일이다.
박 감독은 2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KIA와 경기를 앞두고 배찬승의 페이스를 대견하게 바라보면서 더 중요한 상황에서 넣을 수 있는 투수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겠다고 예고했다. 박 감독은 “우선 시범 경기를 통해서 조금 관찰을 하려고 한다. 지금 왼손 쪽에 우리 불펜에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구위형 투수가 없다. 찬승이가 만약 그런 실전 감각에 대해 여유가 있고,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무조건 필승조에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현재 팀 구상을 설명했다. 구위가 워낙 좋기 때문에 좌타자뿐만 아니라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는 1이닝 투수로 생각하는 게 박 감독의 믿음이었다.
박 감독이 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교롭게도 바로 테스트 기회가 왔다. 경기 초반 KIA에 뒤져 있었던 삼성은 1-3으로 뒤진 5회 1사 만루에서 대타 구자욱이 상대 외국인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두들겨 우월 만루홈런을 터뜨리고 역전에 성공했다. 앞서는 상황이 되자 이날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던 배찬승이 7회 마운드에 올랐다. 구위는 역시 가공할 만했고, 결과도 좋았다.
이날 배찬승은 최고 시속 152㎞의 강속구에 슬라이더를 섞어 KIA 타자들을 압도했다. 김호령 윤도현 고종욱을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김호령 윤도현은 우타자라는 데 의미가 있었다. 이닝 초반에는 패스트볼 제구가 다소 흔들리는 양상도 있었고, 불리한 카운트를 맞이하는 상황도 있었지만 굴하지 않았다. 결국 1이닝을 3탈삼진으로 처리했다. 슬라이더로도 카운트를 잡을 수 있었다. 마지막 타자 고종욱 타석은 백미였다. 거침없이 2S를 잡은 뒤 좌타자 바깥쪽을 찌르는 완벽한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모두에게 확신을 주는 투구였다.
배찬승도 이날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의 필승조 승격 테스트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배찬승은 경기 후 “처음으로 이렇게 타이트한 상황에 올라가서 승리를 지킬 수 있게 돼서 너무 뿌듯하다. 진짜 이렇게 하니까 기분이 많이 좋은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이날 높은 쪽 코스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에 대해서는 코치들의 조언이 있었다면서 투구 내용에는 대체적으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삼성은 전율을 느꼈지만, 배찬승은 아직 만족할 수 없다. 배찬승은 “오늘 초반에 볼을 너무 많이 던졌다. 초구 스트라이크가 나왔을 때도 2구에 스트라이크 비중을 좀 높이는 게 제일 큰 목표”라면서 “일단 오늘 내가 던진 컨디션이 최대한 유지가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유지를 해야 이런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으니까 몸 관리를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다짐했다.
날이 더워지면 구속 자체는 조금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 패스트볼 구위 하나로 1이닝을 버틸 수 있는 선수임을 입증해냈다. 이런 모습이 정규시즌에도 이어진다면 배찬승은 단순히 좌타자를 상대하는 좌완을 넘어 팀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등판하는 구위형 선수가 될 수 있다. 오랜 기간 삼성 불펜을 머리 아프게 했던 좌완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는 동시에, 미래의 팀 마운드를 이끌어나갈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정현우 정우주에 뒤질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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