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캠프도 못 갔는데… 2군→추격조→선발 복귀 역주행, 마음 속의 승리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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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사직, 김태우 기자] 최민준(26·SSG)은 경남고 시절 선발 투수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체구는 작지만 공을 쉽게, 또 예쁘게 던지는 선수였다. SSG는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지명권을 최민준에 투자했다. 장기적으로 마운드에서 쓰임새가 많은 선수라 여겼다.
입단 이후에는 부침이 심했지만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쳤고, 제대 이후인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다만 붙박이 선발은 아니었다. 오히려 중간에서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선수에 가까웠다. 선발로 던졌고 준비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2~3이닝을 갈 수 있는 선수였고, 당시 코칭스태프는 최민준이 이 용도로 팀에 더 많은 공헌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광현까지 돌아오고, 박종훈 문승원이라는 토종 선발들이 있었고, 또 이후에는 송영진 등 후배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최민준은 ‘선발 유망주’라는 꼬리표에서 멀어져 갔다. 최근까지도 중간에서 1~2이닝 소화가 필요할 때 묵묵히 등판하는 선수로 나섰다. 그런데 그런 최민준에게 자신이 ‘선발 유망주’였음을 증명할 기회가 우연찮게 찾아왔다.
팀 선발 로테이션에 부상자 및 부진 선수로 한 자리가 비었고, 최민준은 7월 29일 키움전을 시작으로 세 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시즌을 선발로 준비한 것은 아니라 투구 수를 올려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7월 29일 키움전에서는 1⅔이닝 2실점을 기록했고 8월 3일 두산전에서도 3이닝을 던지기는 했지만 6개의 안타를 맞는 등 고전한 끝에 1실점을 기록했다. 승리투수 요건과는 거리가 있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에 선수도 긴장했을까. 최민준의 장점이 나오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많았다. 이숭용 SSG 감독 또한 “그전에 이야기를 해보니 ‘잡아야겠다. 자기에게 온 기회가 크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왜 불펜에서 던질 때와 선발로 던질 때가 바뀌느냐고 물어봤을 때 그랬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아무래도 찾아온 기회를 잡기 위해 너무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놓아라. 잡으려고 하지 말고 네가 하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하겠다고 하더라”고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최민준은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4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대활약했다. 임시 선발이 5이닝을 가까이 안정적으로 막아줬고, SSG는 그들이 자랑하는 불펜을 총동원해 결국 1-0, 값진 승리를 따냈다. 경기 시작부터 평소대로 공격적인 시원시원한 승부를 했다. 이 감독은 “어제(8일)는 민준이가 정말 큰일을 해줬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말 잘해줬고 감독으로서는 승리를 챙겨주지 못해 굉장히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최민준은 경기 후 “앞에 두 경기는 잘하고 싶어서 최대한 안 맞으려고 했던 것 같다. 오늘은 4구 안에 승부하겠다는 마음으로 공격적으로 투구를 했다. 감독님께서도 ‘잘하려고 하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해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지영 선배님의 볼배합도 너무 좋았고, 운이 많이 따라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비록 이날 공식적인 승리투수는 김민이었지만, 적어도 이날만큼은 SSG 선수단과 팬들에게 ‘마음 속의 승리투수’였다. 이 감독은 “당분간은 민준이한테 (선발) 기회가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직전 두 경기와 다르게) 조금 편안한 모습이 보였다”고 응원했다.
2021년 1군에 본격적으로 가세한 뒤 매년 불펜에서 중요한 몫을 했던 선수다. 그러나 올해는 좌절이 있었다. 부상으로 지난해 중반 이후 밸런스가 깨졌고, 부진했다. 시즌도 일찍 마쳤다. 올해는 1군 캠프에도 가지 못했다. 2군 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자존심도 상할 법하고, 위기의식도 느낄 법했다. 하지만 최민준은 2군 캠프에서도 자신의 밸런스를 찾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스로 자신이 있는데, 봄 캠프의 장소가 1군인지, 2군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최민준은 자신감이 허풍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긴 이닝을 던지며 성적 이상으로 중요한 몫을 해준 날이 많았다. 도망가는 상대를 붙잡고 역전의 발판을 놓은 적도 있었고, 선발이 일찍 무너진 날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다른 불펜 투수들에게 휴식을 선물한 적도 있었다. 시즌 32경기에서 46이닝을 던지며 2승1홀드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 중인데 평균자책점은 경력에서 가장 좋다. 올해를 2군에서 시작했지만, 화려한 역주행 끝에 다시 선발 투수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SSG 올해의 반전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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