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꿈치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뒤 경기력의 업그레이드 조짐이 보이는 이의리 ⓒKIA타이거즈
▲ 팔꿈치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뒤 경기력의 업그레이드 조짐이 보이는 이의리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지난해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1년 넘게 재활한 KIA의 차세대 에이스 이의리(23·KIA)는 복귀 후 쏟아진 높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첫 네 번의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0.80을 기록했다. 5이닝 이상 소화 경기는 한 번이었다.

장기 결장 후 예열 단계와 경기 감각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의리이기에’ 기대치가 높았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냥 투수가 아닌, KIA와 대한민국 대표팀의 마운드를 이끌고 갈 잠재력이 있는 좌완이었다. 게다가 팀 사정도 급했다. 지난해였다면 한 경기 부진해도 다음 경기에서 만회할 수 있었던 KIA였지만, 올해는 그렇지가 않았다. 집안 곳곳에 불이 났다. 일단 나가면 이겨야 했다. 부담이 컸다.

그 와중에 성적이 좋지 않아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범호 KIA 감독은 오히려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신이 보기에는 부상 전보다 구위 등에서 더 나은 것 같은데 성적이 따라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번 발동만 걸리면 부상 전보다 확실히 더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 감독은 1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지금 내가 봤을 때는 구위는 상당히 좋게 보인다. 그리고 변화구 스핀이라든지, 체인지업 구사 능력이라든지 이런 것도 훨씬 더 좋아진 것 같다”면서 “그날(8월 10일 NC전 1⅓이닝 5피안타 7실점)은 운이 조금 안 따라줬던 것 같다. (이)창진이 앞에 빗맞은 안타들도 나오고, 빗맞는 것들이 자꾸 나오다 보니까 그렇게 무너졌다. 구위나 이런 것들은 훨씬 더 좋은 게 아닌가 싶다. 오늘은 아마 잘 던져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이의리는 전반적인 트래킹 데이터에서 부상 전보다 더 좋아진 부분들이 더러 보인다 ⓒKIA타이거즈
▲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이의리는 전반적인 트래킹 데이터에서 부상 전보다 더 좋아진 부분들이 더러 보인다 ⓒKIA타이거즈

그런 이의리는 16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가 6이닝 동안 75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 7탈삼진 무4사구 2실점으로 잘 던졌다. 1회 정수빈에게 다소 석연치 않게 3루타를 맞은 것이 실점의 빌미가 됐고, 4회 추가 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투구는 좋았다. 무엇보다 무4사구 경기라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그렇게 제구가 안정이 되자 이범호 감독이 말한 그 ‘구위’가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인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이의리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2.5㎞, 평균은 148.8㎞였다. 최고 분당 회전 수(RPM)는 거의 2500회가 가까이 찍혔다. 패스트볼 수직 무브먼트는 명불허전이었다. 부상 전에도 리그 좌완 중에서는 최고수 중 하나였던 이의리다. 이날 최고 수직무브먼트는 무려 59.4㎝에 이르렀고, 평균도 50㎝를 넘었다. 리그 최고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고 대열이라는 단어를 쓰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부상 전인 2023년 집계된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구속은 빨라졌다. 2023년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7.3㎞였다. 이 수치도 선발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는데 더 좋아졌다. 여기에 패스트볼 수직무브먼트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수평적인 움직임이 더 좋아졌다.

1회 양의지를 상대할 때 거침없는 패스트볼 승부를 생각하면 정확하다. 이 패스트볼들의 수평적인 움직임은 모두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30㎝ 이상을 도망갔다. 양의지가 시동은 걸었는데 이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헛스윙했다. 2023년 당시 이의리의 패스트볼 수평무브먼트는 20㎝대 중반이었다. 

▲ 이의리는 패스트볼의 위력이 더 좋아졌고, 변화구의 움직임 또한 예전의 위력을 간직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 이의리는 패스트볼의 위력이 더 좋아졌고, 변화구의 움직임 또한 예전의 위력을 간직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슬라이더 또한 최고 140.8㎞가 나왔고, 최고 RPM은 2800회에 육박했다. 여기에 커브는 아예 평균 RPM이 3000회를 넘었다. RPM은 2023년 데이터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평균 구속이 1㎞ 이상 더 빨라졌으니 스핀이 좋아진 것 같다는 이 감독의 감은 비교적 정확했던 셈이다. 체인지업 또한 낙폭이 더 커진 것이 데이터로 잘 드러난다. 체인지업보다는 스플리터에 가까운 궤적도 적지 않게 보였다.

팔꿈치는 더 이상 아프지 않다. 재활을 하면서 신체 강화 프로그램도 성실하게 수행한 이의리다. 그리고 이 예열을 모두 끝나면 갈수록 더 좋아질 여지를 가지고 있다. 지금보다는 시즌 막판, 그리고 올해 시즌 막판보다는 내년 경기력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 WBC 대표팀, 나아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좌완 에이스가 더 강해져 앞으로의 시간을 조준하고 있다.

▲ 건강하게 돌아왔다는 것을 증명한 이의리는 경기력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KIA타이거즈
▲ 건강하게 돌아왔다는 것을 증명한 이의리는 경기력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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